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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결의 페스티벌(18) - 추석(秋夕)

‘더도말고 덜도말고 늘 한가위 날 만 같아라’ 라는 속담이 있는 우리의 대표적 명절 추석이 다가온다. 추석의 다른말로 가배(嘉俳), 가배일(嘉俳日), 가위, 한가위, 중추(仲秋), 중추절(仲秋節), 중추가절(仲秋佳節)이라고도 한다. 한가위’가 쓰이기 시작한 지는 오래되지 않았다.

한가위는 한"이라는 "크다"라는 뜻과 "가위"라는 가운데라는 뜻이 모여 8월의 한가운데에 있는 큰 날이라는 뜻이다. 

추석(秋夕)을 글자대로 풀이하면 가을 저녁, 나아가서는 가을의 달빛이 가장 좋은 밤이라는 뜻이니 달이 유난히 밝은 좋은 명절이라는 의미를 갖고 있다. 따라서 ‘추석’이란 대단히   상징적인 의미를 지닌 용어라 할 수 있다.

추석은 정월대보름, 6월 유두, 7월 백중과 함께 보름명절이다. 보름 명절 가운데서도 정월대보름과 추석은 가장 큰 명절이다. 대보름은 신년에 처음 맞는 명절이어서 중시되는 반면 추석은 수확기가 시작되는 시기의 보름명절이어서 중시된다. 추석은 그동안 농사를 잘 하게 해준 것을 감사하는 농공감사일(農功感謝日)이며, 한해 농사의 마무리를 하는 시기로서,   이듬해의 풍농을 기리는 시기로서 깊은 의미가있다. 

추석을 명절로 삼은 것은 이미 삼국시대 초기이었다. 삼국사기 에 의하면 신라 제3대 유리왕 때 도읍 안의 부녀자를 두 패로 나누어 왕녀가 각기 거느리고 7월 15일부터 8월 한가위 날까지 한 달 동안 두레 삼 삼기를 하였다. 마지막 날에 심사를 해서 진 편이 이긴 편에게 한턱을 내고 회소곡 (會蘇曲) 을 부르며 놀았다고 한다.

중국인들은 추석 무렵을 중추(中秋) 또는 월석(月夕)이라 하는데, 예기(禮記)에 나오는 조춘일(朝春日), 추석월(秋夕月)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8월은 가을의 가운데 달이고 15일은 가운데 날이기 때문에, 음력 8월15일을 중추절이라여 춘절, 단오절 과함께 3대명절로 꼽는다. 

중국인들은 달의 신이 인간세상에 복을 내렸기 때문에 오곡이 풍성한것이라 여겨 가장 크고  밝고 둥근 보름달을 향해 제사를 지냈다. 아름다운 달빛아래서 소원을 비는것 또한 중국인들의 빼놓을수없는 중추절 풍습이다. 

추석에 행하는 의례로 올베심리와 풋바심이 있다. 

올베심리란 주로 호남 지역에서 나타나는 의례로 올벼 천신(薦新)을 말한다. 올벼란 ‘일찍 수확한 벼’를 일컫는 것으로, 벼가 다 여문 무렵 혹은 채 여물기 전에 여문 부분을 골라 찧은 쌀이다. 술과 조기, 햇병아리, 햇무 같은 것들을 상에 차려 조상에게 바치고 온 집안 식구가 모여 그 음식을 나누어 먹는다. 

경북 안동을 비롯한 영남에서는 올베심리와 비슷한 것으로 풋바심이 전한다. 논 가운데   누렇게 잘 익은 부분을 지게로 한 짐 정도, 벼로는 두 말 정도, 쌀로는 한 말 정도 미리 베어서 탈곡한다. 이 쌀로 밥을 짓고 제물을 갖춰 제사를 지내는 것은 올베심리와 같다.

충남 지역에서는 추석 무렵에 반보기를 하는데 이는 반나절 동안 만나는 것을 말한다. 늦여름이 다 가도록 농사에 바빴던 일가 친척들이 추석 무렵이면 서로 약속하여, 양편의 중간 지점에서 만난다. 이것이 반보기인데 중간지점에서 만난다 하여 중로상봉(中路相逢) 또는 중로보기라고도 한다. 

한가위 날 아침 일찍 일어나 가장 먼저 하는 것은 차례를 지내는 일이다. 차례상은 햅쌀로 밥을 짓고 술을 빚으며 햇곡식으로 송편을 만들어 차례를 지낸다. 차례를 지낸 뒤 음복을 하고 조상의 산소에 가서 성묘를 하는데, 한가위가 되기전에 미리 가족들이 모두모여 깨끗이 벌초를 해놓는다. 

추석의 명절식은 송편이다. 명절식은 차례상에올려 조상에게 제를 지내고 가족과 친척 그리고 이웃이 나누어 먹는다. 송편은 지역에 따라 다르지만 역시 가을을 상징하는 음식이다. 그래서 가을 맛은 송편에서 오고 송편 맛은 솔내에서 온다는 말도있다.

추석명절의 놀이로 충청도, 경기도, 황해도 등지에서는 거북놀이와 소놀이를 많이 했다. 

거북이 놀이는 수수잎을 따 거북이 등판처럼 엮어 이것을 등에 메고 엉금엉금 기고 보면  영락없는 거북이 형상이다. 이 거북이를 앞세우고 우스꽝스런 어릿광대들이 줄줄이 따르고 풍물패가 흥취를 돋우면서 집집을 방문하는 놀이이며, 소놀이는 멍석을쓰고 소 모양으로  가장하여 집집마다 찾아다니며 즐겁게 놀아주고 음식을 나누어 먹는 풍년 기원 놀이이다. 

가마싸움은 1900년대 초까지 경북 의성 지역에서 전해오던 서당 학동들의 놀이다. 추석 때 훈장이 차례를 지내기 위하여 고향으로 돌아가 서당을 비우면 놀이가 시작된다. 모처럼   글공부에서 해방된 학동들이 모여서 나무로 가마를 만들며 놀이를 만끽하는 것이다.

그리고 추석날 남자들이 힘을 자랑하는 놀이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씨름이다. 씨름은 5월 단오, 음력 7월 백중에도 하지만 추석놀이로도 많이 즐긴다.

한가위 민속놀이로 가장 잘알려진 강강술래는 풍요를 상징하는 달에 비유되는 놀이이다.  농경사회에서 보름달은 풍요를 상징하며 이는 여성과도 관련된다. 여성은 생산의 주체이므로 여성 자체가 풍요를 상징하는 존재이며, 정월대보름의 만월(滿月)은 만삭의 여성으로  비유된다. 따라서 대보름날의 강강술래놀이는 여성들이 풍요의 달 아래에서 논다는 의미에서 풍요의 극치를 의미한다. 이밖에 줄다리기, 활쏘기, 소싸움 등의 놀이도 즐겼다 한다.

이렇게 풍요로워야할 추석이지만 요즘 서민경제는 풀릴줄 모른다. 총체적 난국이라해도 과언이 아니다. 살만하다고 하는사람이 한사람도 없다. 1,000조 원 달하는 가계부채, 부동산 가격하락에 따른 부실 담보대출 급증, 108만 가구에 달하는 하우스푸어, 카드대란 등  폭발직전의 부도사태가 언제 터질지도 모른다는 심리적 앞박감에 우리모두 긴장하고있다. 

그래도 우리민족의 최대명절 한가위이다. 은근과 끈기의 저력으로 희망을 가지고, 힘들더라도 조금씩 절약하여 조상들에게 정성껏 차례를 올리고, 둥그런 보름달을 향해 간절하게 소원을 빌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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