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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결칼럼 – 소주는 소주다워야 한다

요즘처럼 경기가 안 풀리고 사건 사고가 많을 때 친구 동료들과 신세타령을 하며 마시는 술이 소주이다재래시장의 허술한 순대 국 집에서 따끈한 국물과 머리고기 한 접시에 세상살이 고달픔을 나누며 마시는 소주의 참맛은 내일을 향해 일어설 수 있는 도약의 힘을 준다.

 

소주는 우리 전통술 막걸리와 함께 우리와 희노애락을 해온 서민의 술이다막걸리는 농민들이 일을 하며 허기진 배도 채우고 약간의 취기를 힘으로 승화시켜 힘든 농사일을 버티게 하는 술이라면소주는 약간 독한 술을 즐기려는 서민들의 애환을 달래주기 위해 제조된 술이라 하겠다.

 

2010한국주류연구원의 조사에 따르면 한국인 성인 한 명이 한 달 평균 5.8병의 소주를 마셨다고 한다(맥주는 7.2). 한때 젊은 층들이 소주 대신 맥주를 선호했지만 주류회사의 소주의 도수를 낮추는 의욕적인 마케팅으로 소주가 대한민국 '대표 술'의 타이틀을 유지하고 있다.

 

보통 소주라고 하면 한문으로 소주(燒酒)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소주의 상표를 잘 살펴보면 희석식 소주(稀釋式 燒酎)라고 적혀 있다원래 조선시대 후기까지 소주는 소주(燒酒)였다그러나 일제강점기에 소주(燒酎)가 됐다.

 

()자의 뜻을 확인해 보면 '세 번 빚은 술'이란 뜻이다일제강점기 시절 일본인들은 알코올 농도가 높다는 뜻에서 주(대신 주()를 썼던 것이다일본인들은 조선인들이 소주를 만들 때 한 번만 증류하는 것이 아니라 두세 번씩 증류한다고 해서 세 번 빚었다는 표현을 넣었다한마디로 소주(燒酎)는 일본식 표현이다.

 

현재 우리가 마시고 있는 소주는 주정(酒精)에다 물과 감미료를 넣어서 만들기에 희석식 소주라고 한다.

 

주정이란 술의 정수(精髓)라고 표현되는 순수한 에틸알코올이다기계 안에서 연속 증류하면 순도 95%의 에틸알코올이 만들어진다이 에틸알코올에 물을 넣어 희석시키고 탈취 과정과 감미 과정을 거쳐 우리가 마시는 희석식 소주가 되는 것이다.

 

원래 소주란 정수를 증류해 이슬처럼 받는 술이라 하여 노주(露酒), 땀처럼 뚝뚝 떨어진다고 한주(汗酒), 불을 가해서 만든다 해서 화주(火酒), 색깔이 없다하여 백주(白酒)라고도 불렀다이 모두를 종합해 보면 '증류'라는 말이 성립된다.

 

증류의 역사는 기원전 2천 년경 고대 바빌로니아에서 시작되었다이때의 증류 기술은 술을 얻기 위한 것이 아니라 향수나 약재를 얻기 위한 방법으로 사용됐다그러던 것이 8~9세기가 되면서 중동 지역에서 알코올을 얻기 위한 방편으로 증류 기술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이 소주가 우리나라에 본격적으로 소개된 시기는 중국 원나라의 시조이던 쿠빌라이 칸이 일본 정벌을 위해 병력을 고려에 보내기 시작했을 때다중국이나 우리나라에서는 소주를 아랄길주(阿剌吉酒)라고 불렀는데,개성 일대에서 소주를 '아락주'라 불렀다아라비아에서는 우리의 소주와 같은 술을 아라크라 부른다.

 

이때 몽골군의 주둔지가 개성안동제주도 등이었는데우리나라 소주 명산지와 겹친다원래 유목민과 증류주는 궁합이 잘 맞았다발효주에 비해서 상할 염려가 적었고 가벼웠으며 도수가 높아서 황야의 적막한 밤이나 겨울을 날 때 도움이 되어당시 몽골군들은 허리에 아락(소주)이 들어있는 가죽 부대를 차고 다녔었다고 전해진다.

 

우리나라는 일제 강점기를 거치며 증류식 소주가 5.16 후의 양곡정책에 의해서 1960년대부터 양곡에 의한 증류식 소주의 제조가 금지되어 희석식 소주로 바뀌었다고구마나 타피오카 등의 원료를 발화시켜 정제한 주정(에틸알코올)에 물조미료향료 등을 섞어서 소주 맛을 냈다.

 

그 후 소주는 계속 진화되어 지역마다 독특한 맛으로 무장한 소주가 등장했다서울과 경기는 진로의 참이슬 프레시’, 대구와 경북은 금복주의 참소주’, 부산은 대선의 시원’, 경남은 무학의 화이트’, 대전과 충남은 선양의 맑은린’, 충북은 충북 소주의 시원한 청풍’, 전남은 보해의 잎새주’, 전북은 하이트 주조의 하이트’,강원도는 두산의 처음처럼’, 제주도는 한라산 소주의 한라산이 지역의 대표 격으로 자리 잡았다.

 

한편순수 주정과 물로만 만드는 소주는 직사광선에 무관한 제품이기에 소주 업체마다 모두 투명 병을 사용해 왔는데경월소주에서 일종의 마케팅 전략으로 '그린'이라는 소주를 내면서 국내 소주 업계 최초로 녹색 병을 탄생시켰다유리를 녹여서 제품을 만들 때 처음 만들어지는 색이 녹색이기 때문에 비용 절감효과가 있고부드러움의 녹색 이미지 때문이었다고 한다.

 

육류 생선 회 등 어느 안주에나 잘 어울리는 술이 소주다그런 소주가 요즘 고급화를 명목으로 도수가 계속 내려가고 있다물론 여성들의 소비를 위한 수단이라고 하지만 서민들은 울상이다과거 1-2병이면 취하던 소주가 이젠 3-4병이어야 하니 호주머니 사정이 안 따라 주기 때문이다.

 

물론 취하려고만 든다면 문제가 있겠지만 분명 이것은 서민들의 고통을 무시한 처사이다회식자리에서 등장하는 것이 보통 소주다그런데 과거에 비해 소주의 지출비중이 배로 늘어난 것이 사실이다이제는 술병의개수로 마신 술의 취함 정도를 가늠한다는 것은 옛날 방식이다.

 

그리고 다수 식당에서 소주의 소비자 값이 4000원으로 1000원이나 인상 되었다도수는 낮아 병수는 느는데 값은 더 오르고정말 이것은 소비자를 우롱하는 처사이다소주회사의 전략이 국민들을 봉으로 삼자는 건지 알 수가 없다.

 

도수를 낮추는데 들어가는 것이 물이다주정은 똑 같은데 물만 넣어 희석시켜 도수를 낮춰서 이름만 번듯하게 무슨 프리미엄이니 부드러운 목 넘김이니 찾아가며 예쁜 여자들을 광고모델로 소비자들을 현혹시키고 있다.

 

물을 타서 도수를 낮췄으면 소주의 공장도 값도 낮춰야 한다열병 만들 것 15병 만들면 당연히 원가가 줄어드니 소비자가를 낮춰야 정당한 것 아닌가?

 

그런데 오히려 공장도 출고가를 올려버렸다물론 다른 물가가 올랐으니 오를 수 도 있지만그로인해 우리가 실제로 식당에서 소주 1병을 마시고 지불하는 금액이 1000원을 더 지불해야 하는 현실이 돼 버렸다.

 

서민들의 봉급은 오르지 않고일자리를 잃어버려 실업자로 전락한 사람들이 그나마 소주 몇 잔으로 라도 기분을 달래는 형편을 이제는 아예 그나마 할 수 없는 현실로 만들고 있다.

 

소주회사의 이러한 얄팍한 상술이 없어졌으면 한다수십 년을 우리와 함께해온 소주의 화려한 변신을 우리는 바라지 않는다소주의 옷 벗기 식 변신을 우리는 결코 용납할 수가 없다소주의 귀족스타일의 변신을 희망하지 않는다.

 

식당 업주들도 마찬가지다주류회사에서의 납품가가 1-2 백원 정도 올랐다고 소비자가를 1000원씩이나 올린다는 것은 서민들의 아픔에 매질하고 있다는 사실이다경제가 어려울 때 일수록 타격이 심한 것은 서민들이다서민들이 중산층이 되는 사회가 되기 위해서는 사회전반에 걸쳐 서로 배려하는 마음이 중요하다.

 

나만 괜찮으면 된다는 관념을 버려야 한다선진국 대열로 가는 길목에 선 우리는 항상 남을 배려하는 생각이 앞서야 한다세상은 함께 살아야 한다는 것이다내가있다는 것은 남도 있다는 것이다내가 우선이지만 어느 정도는 베풀어야 한다는 것이다.

 

함께 사는 대한민국함께 웃고 울 수 있는 대한민국함께 성장하는 대한민국이 되게끔 그늘진 곳에 빛을 준다는 의식을 가졌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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