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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급식 관리감독 손놓은 정부

식약처, 시.도교육청, 학교급식지원센터 제 기능 못해
감시원, '학교급식 공급 및 안전관리 실태' 감사결과

양잿물 식판에 농약 농산물...식중독은 미고보
정수기 물 관리 형식적 나트륨 범벅 대책 전무
서울시친환경유통센터 특정 식재료 업체 특혜


잔류농약이 검출된 친환경농산물이 인증취소 되지 않은 채 학교에 고가로 납품되고 이른바 '양잿물'로 불리는 수산화나트륨을 식판에 무분별하게 사용하는 등 학교급식의 안전 관리가 심각한 것으로 감사원 결과 드러났다.


또한 학교급식 과정에서 집단 식중독이 발생했음에도 학교와 교육청의 미보고로 신속하게 대처하지 못하는 등 급식 사고 대응의 문제점도 여실히 드러났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식재료 분산구매 및 위법한 수의계약 체결 관행 등으로 예산이 낭비되고 서울특별시농수산식품공사 친환경유통센터 등의 불합리한 공급.배송업체 선정 구조 등으로 학교에는 손해가 발생했다. 학교급식 식단에는 나트륨이 과다하게 포함됐고 영성분표 관리도 부실하게 이뤄지고 있었다.


식품의약품안전처, 시.도교육청, 학교급식지원센터 등 학교급식 지원.관리기관이 제 기능을 다하지 못해 학생 건강이 위협받고 있다는 지적이다.


농약 농산물 학교급식 납품... 교육부.시·도교육청 불량 식재료 파악도 못해


감사원이 22일 공개한 '학교급식 공급 및 안전관리 실태' 감사결과에 따르면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이 농산물의 안전성 여부를 조사하고 있는 가운데 정작 학교급식용 농산물의 조달·공급기관과는 '잔류농약 기준 초과' 등 부적합 농산물 적발현황이 공유되지 않아 농약이 검출된 농산물이 각급 학교에 납품돼왔던 것으로 나타났다. 또 서울특별시농수산식품공사 친환경유통센터의 친환경농산물에 대한 잔류농약 검사결과가 통보되지 않아 인증이 취소되지 않았다.

 
이에 따라 허용기준 이상의 잔류농약이 검출된 생산자 10명이 납품한 농산물 4331㎏(1544만원)이  '농산물안전관리기준'에 따른 영구 출하금지 조치를 당하지 않은 채 2012년 6월부터 2013년 7월까지 서울지역 867개 학교에 공급됐다.


또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은 생산자 12명이 2011년 6월부터 2013년 7월까지 잔류농약 기준치를 초과한 농산물을 경기도내 학교급식용으로 납품한 사실을 적발했지만 도내 학교 급식용 식재료 공급 위탁 사업자인 경기공동사업법인은 이를 알지 못해 공급중단 조치를 하지 않아 농약 오염 위험성이 있는 6.2t(7149만원) 상당의 농산물이 각급 학교에 공급됐다.


서울시도 지난 2012년 서울보건환경연구원의 정밀검사를 통해 친환경인증 농산물에서 잔류농약이 검출됐는데도 이를 농산물품질관리원에 통보하지 않았다.


그 결과 해당 농산물 생산자들에 대한 친환경인증은 취소되지 않았다. 이후 이들은 잔류농약 검출 사실을 숨긴 채 애호박 등 농산물 3만1174㎏(3039만원)을 경기 지역 학교에 친환경농산물인 것처럼 고가에 납품한 것으로 드러났다.


반면 불량 식재료 납품업체 등에 대한 관계기관의 제재조치는 미흡했다.


감사원이 2011년 3월부터 지난해 8월까지 각 학교에서 식재료를 검수하면서 제기된 불만사항을 분석한 결과 ▲이물질 포함 358건 ▲식재료 변질 438건 ▲원산지 표기 위반 229건 ▲유통기한 경과 125건 등 총 3950건에 걸쳐 하자가 있는 식재료가 학교에 납품됐다.


그런데도 서울시교육청 등 5개 시·도교육청의 학교급식 기본지침에서는 계약해지나 부정당업자 제재 등에 대한 구체적인 처리기준이 없어 각 학교에서 제재조치를 하기 어려운 실정이었고 학교를 지도.감독해야 할 교육부와 시·도교육청은 식재료 품질 관련 불만 현황조차 파악하지 못했다고 감사원은 지적했다.


이에 감사원은 서남수 교육부 장관에게 "농산물품질관리원과 협의해 부적합 농산물 정보가 조달청 등 학교급식 식재료 조달·공급기관에 제공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마련하라"고 통보했으며 김문수 경기지사와 김재수 aT 사장에게도 "경기공동사업법인과 학교급식용 식재료 유통업체들이 농산물 생산자 정보를 관리토록 함으로써 부적합 농산물 공급을 방지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라"고 통보했다.


경기도 측엔 부적합 농산물을 납품한 생산자들로부터 과다 지급된 농산물 구입비용을 회수해 학교에 돌려주는 방안을 마련하라고 통보하기도 했다.


감사원은 김대근 농산물품질관리원장에게도 "농약 검출 사실을 숨긴 생산자의 친환경 농산물 인증을 취소하는 방안을 마련하라"고 통보했고 박원순 서울시장에겐 "잔류농약 검출 사실을 농산물품질관리원에 알리지 않는 일이 없도록 하라"고 주의를 요구했다.

 


양잿물 '수산화나트륨' 무분별 사용...정수기 물 관리는 형식에 그쳐


유독물질인 수산화나트륨이 포함된 세제를 무분별하게 사용해 세척이 완료된 식품에서 수산화나트륨이 포함된 잔류세척제가 검출되는 등 무분별하게 사용되고 있었다.


자동식기세척기의 세제로 사용되는 수산화나트륨은 유해화학물질관리법에서 5% 이상 포함된 혼합물질을 유독물로 관리하고 있을 정도로 독성이 강한 물질로 식기세척기용 세제에 포함된 수산화나트륨의 경우 이를 직접 섭취하지는 않으나 수산화나트륨 농도가 높고 식기세척기의 헹굼 기능이 약한 경우 세척이 완료된 식기에 수산화나트륨이 남아 인체에 흡수될 가능성이 있다고 감사원은 지적했다.


감사원이 17개 시·도교육청 관내에서 자동세척기를 이용하고 있는 444개 학교를 조사한 결과 105개 학교가 세척력이 우수하다는 이유로 수산화나트륨이 5% 이상 포함된 세제를 사용하고 있었다. 이 가운데 89개 학교에서는 15% 이상의 고농도 세제를 사용했다.


특히 감사원이 농도 5% 이상 세제를 자동세척기에 사용하는 서울 지역 4개 학교에서 세척이 완료된 식판을 집중 확인한 결과 3개 학교에서 수산화나트륨이 포함된 잔류세제가 검출됐다.


이들 학교는 '2탱크형(2회 헹굼)' 자동세척기를 사용한 학교로 '3탱크형(3회 헹굼)'을 사용한 나머지 1개 학교는 잔류세제가 검출되지 않았다. 세제 농도뿐만 아니라 세척기의 헹굼 기능도 잔류세제 검출에 영향을 준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감사원이 서울시교육청과 합동으로 자동세척기의 성능과 수산화나트륨 세제 농도에 따른 잔류세제 검출 가능성을 분석한 결과 1탱크형(1회 헹굼)의 경우 수산화나트륨 농도 11%, 2탱크형은 농도 17.5%, 3탱크형은 농도 21.5%의 세제를 사용할 경우 잔류세제가 검출됐다.


이에 따라 감사원은 자동세척기를 사용 중인 444개 학교 중 헹굼 기능이 가장 약한 '도어형'이나 1탱크형 세척기를 사용하면서 수산화나트륨 농도 11% 이상의 세제를 사용한 23개 학교, 2탱크형을 사용하면서 농도 17.5% 이상의 세제를 사용한 31개 학교 등 총 57개 학교에서 '양잿물 세제'가 남을 위험이 있어 학생들의 건강을 보장하기 어려운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상황이 이런데도 교육부는 2011년 각 시·도교육청에 학교급식에 사용되는 식기의 세척제 잔류 여부를 월 1회 이상 주기적으로 검사해 잔류세척제가 검출됐을 경우 헹굼을 강화하라는 지침만 시달하고 수산화나트륨 농도 허용기준 등에 대해서는 아무 기준도 수립하지 않았다.


보건복지부도 자동세척기용 세제에 대해서는 인체에 직접 접촉하지 않아 위해성이 없다는 이유로 수산화나트륨 농도를 제한하지 않고 있다.


감사원은 서수남 교육부장관에게 "학교급식에 사용되는 식판 등의 세척 시 일정 기준 이상의 수산화나트륨이 포함된 세제는 가급적 사용하지 않도록 지침을 마련해 각 시.도교육청에 시달하는 등 학교 급식기구 세척 시 안전성을 확보살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라"고 통보했다.


학교 정수기의 먹는 물 품질관리도 부실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각 학교의 정수기 물 관리실태에 따르면 2013년 6월 기준 전국 1만1906개 초·중·고교 중 8131개교(68.3%)에서 정수기 7만6800대를 설치했는데 각 학교의 자체 수질검사에서는 부적합 비율이 평균 6.6%에 불과했다.


반면 같은 기간 시·도교육청별 특별점검에서는 검사대상 정수기(1만8714대)의 16.3%(3047대)가 마시는 물로 부적합하다는 판정이 내려져 학교 자체검사와 2배 이상의 차이를 보였다. 각 학교가 평상시 정수기 물 관리를 소홀히하고 자체 수질검사도 형식적으로 수행한 셈이다.


실제 감사원이 정수기 물 부적합 비율이 높은 대구시교육청(49.6%)과 인천광역시교육청(43%)을 대상으로 관내 학교의 정수기 관리실태를 확인한 결과 대구광역시교육청 관내 학교에서는 정수기별 점검카드와 관리일지를 작성하지 않아 소독·청소 및 필터 교체 현황 등을 파악할 수 없었다.


인천광역시교육청의 경우 4개 학교에 설치된 7개의 정수기 물이 2012년에만 2회 부적합 판정을 받았는데도 이를 폐기하지 않고 사용했다. 그 결과 2012년부터 2013년 6월까지 발생한 학교 식중독 사고에 대한 질병관리본부의 역학조사 결과 발병원이 확정된 33건 중 3건이 정수기 물 등 학교 음용수에 의해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식중독 사고 숨겨 확산...나트륨 섭취는 오히려 늘어


학교급식에 의한 식중독 사고 발생사실을 관할 시.도교육청에 보고하지 않고 숨기는 등 부적정한 대응도 드러났다.


전북도교육청 관내 A고교는 지난해 3월 식중독 의심환자가 총 16명 발생한 사실을 알고도 교장 주재 대책회의에서 다음날까지 추세만 지켜보기로 하고 교육청과 보건소 등에 신고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이틀이 지난 뒤에야 역학조사와 급식중단 조치 등이 실시돼 28명의 식중독 환자가 추가 발생하는 등 식중독 확산을 차단하지 못했다.


이에 대해 전라북도교육감이 전북도교육청 학교급식 담당자에게 학교의 식중독 사고 미보고 관련자에 대한 제재처분을 검토하라고 지시했으나 담당자는 전화상으로 식품 섭취에 따라 발생한 증상 아닌 감기 등으로 판단했다는 학교장의 소명을 듣고 아무런 제재처분을 하지 않았다.


경북도교육청 관내 B고교도 식중독 의심환자 10명이 발생했지만 1차 대책회의에서 복통·설사 중인 학생 5명만 귀가 조치키로 하고 교육청 등에 보고하지 않았다. 이 학교는 추가로 10명의 식중독 의삼환자가 발생하자 2차 대책회의를 열어 의심환자를 귀가시키고 단순 장염으로 처리키로 결정하기도 했다.


학교급식에서 나트륨이 과도하게 포함된 점도 문제로 지적됐다.


교육부에서 각 학교로 하여금 NEIS상 식품영양성분표를 이용해 학교급식 영양성분을 관리하도록 하고 있으나 식품영양성분표가 주기적으로 수정되지 않고 있었다. 또한 교육부에서는 학교급식의 나트륨 함유량이 과다하다는 사실을 알고도 나트륨 저감화를 위한 실효성 있는 대책을 미수립, 나트륨 함유량이 2009년 이후 오히려 증가했다.


수도권 30개 초·중·고교를 대상으로 한 감사원 조사에서 학교급식을 통한 나트륨 섭취량은 1끼당 평균 1154.5㎎으로 세계보건기구(WHO)의 성인 1일 나트륨 섭취 권장량(2000㎎)의 절반을 훌쩍 넘겼다.


이는 2009년 식품의약품안전청 조사 당시 학교급식 1끼당 평균 나트륨 섭취량 928㎎보다 205.1㎎ 증가한 것이다. 그러나 교육부는 2017년까지 학교급식에 포함된 나트륨 섭취량을 1회 급식 기준으로 742㎎으로 줄여 나간다는 계획만 발표했을 뿐 저염식단 개발·보급을 하지 않고 있을 뿐만 아니라 매년 2회씩 교육지원청에서 실시하는 학교급식 운영평가의 경우에도 나트륨 함유량은 평가항목에 포함돼 있지 않는 등 학교급식 나트륨 저감활를 유도할 수 있는 실효성 있는 수단이 전무한 실정이라고 감사원은 지적했다.

 


서울시 친환경유통센터 편법계약 등 특정 식재료 업체 특혜


이밖에 감사원은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 친환경유통센터와 경기도 학교급식 위탁사업 조합 등은 가격 경쟁 없이 급식용 농산물 공급자와 배송업체를 선정하거나 법적 근거가 없는 계약연장 등으로 특정 식재료 납품 업체에 특혜를 주고 이로 인해 학교는 고가의 식재료를 구매하는 등 손해를 입고 있다고도 전했다.


특히 감사원은 배송협력업체와의 계약을 부당하게 연장해주고 향응(총 210만원)을 제공받은 전 서울시 농수산식품유통공사 친환경유통센터장 K씨 등 관련자들의 징계를 이병호 공사 사장에게 요구하는 한편, 허위전표(총 7600만원)를 작성하는 등의 방식으로 특정업체에 부당이익을 제공한 경기도 공동사업법인 대표 등 2명에 대해선 수사를 요청했다고 밝혔다.


이번 감사는 교육부와 각 시·도교육청 및 지자체가 운영 중인 학교급식센터, 조달청, aT 등 관계기관을 대상으로 작년 9~11월 실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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