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드투데이 = 황인선기자] K-뷰티의 글로벌 위상이 높아지는 가운데, 정작 ‘짝퉁 화장품’ 피해 규모가 1조6000억원을 넘는 것으로 추정되면서 수출 경쟁력의 근간인 ‘정품 신뢰’가 흔들리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백종헌 의원(부산 금정구)은 21일 특허청 자료를 인용해 “2021년 한국 기업 대상 위조상품 무역 규모가 96억9100만 달러(약 11조1000억원)에 달하며, 이 중 화장품(향수 포함) 비중이 15%로 약 1조6650억원에 이른다”고 밝혔다.
백 의원은 “식약처가 K-뷰티 진흥을 내세워 해외 규제협력, 위해평가 세미나, 수출지원 홍보에는 열을 올리지만 정작 짝퉁 문제에 대해서는 ‘소관이 아니다’며 손을 놓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어 “K-뷰티 수출의 제1과제는 ‘짝퉁 차단’이다. 정품 신뢰가 무너지면 어떤 지원도 효과가 없다”며 “식약처가 진흥보다 먼저 ‘짝퉁 차단 컨트롤타워’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허청 통계에 따르면 한국 기업 대상 위조상품 무역 규모는 2020년 55억8800만 달러 → 2021년 96억9100만 달러로 급증했다. 이 중 화장품(향수 포함)은 전체의 15%를 차지하며, 약 1조6650억원 규모로 추정된다.
또한 최근 5년간 온라인에서 적발된 K-뷰티 위조상품 차단 건수는 13만7566건에 달했다. 이는 캐릭터·생활용품(70만여 건)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수치로, 브랜드 가치 하락과 함께 중소 화장품 기업의 수출 피해를 가중시키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특허청의 ‘K-브랜드 무단선점 의심상표’ 현황에 따르면, 최근 5년간 화장품 관련 의심 상표는 5663건으로 확인됐다. 이는 의류(4897건), 전자기기(6556건), 프랜차이즈(5331건)에 이어 네 번째로 높은 수준이다.
대상국은 중국, 베트남, 태국, 인도네시아,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등으로, 한국 브랜드 인지도가 높은 아시아 시장에서 피해가 집중되는 양상이다.
현재 위조 제품 적발은 기업이 자체적으로 현지 조사대행사를 고용해 신고해야 하는 구조다.
백 의원은 “현지 조사와 소송에 수천만 원이 소요돼 대기업은 대응이 가능하지만, 중소기업은 피해를 입고도 대응을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그는 “정부가 피해 규모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으며, 식약처·특허청·관세청 간의 역할 분담만 하고 있다”며 “중소기업이 홀로 싸우지 않도록 ‘원스톱 지원체계’ 구축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식약처 “진흥에는 열심”…짝퉁 차단은 ‘사각지대’
식약처는 올해 들어 K-뷰티 수출 촉진을 위한 대외 협력과 정책 홍보를 강화하고 있다.
올해 3분기 기준 화장품 수출액은 85억 달러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으며, 중국·인도네시아·필리핀 등 주요 교역국과의 규제협력 채널을 잇달아 가동하고 있다.
그러나 위조 화장품 단속은 관세청과 특허청 소관이라는 이유로 식약처는 별도 대응 체계를 갖추지 못한 상태다.
백 의원은 “식약처가 K-뷰티 육성을 외치면서도 짝퉁 화장품 실태조사나 대응방안은 내놓지 않는다”며 “K-뷰티 수출의 근간은 ‘신뢰’다. 진흥보다 먼저 정품 보호체계를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