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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호동 회장 칼바람 인사, 기득권 깨는 개혁 될까…농협 안팎 촉각

상무·지역본부장 대거 교체 ‘반관행 인사’ 첫 실행…조직 상층부 재편 본격화
재취업 제한·청탁 원아웃·보수 환수 등 구조개혁 가동…후속 인사 관심 집중

 

[푸드투데이 = 황인선기자] 국정감사 이후 잇따른 비위 의혹과 ‘불법·비리 백화점’ 비판이 이어지는 가운데, 농협중앙회(회장 강호동)가 발표한 ‘임원·집행간부 절반 교체’ 원칙이 12월 첫 인사에서 본격 실행됐다. 상무·상무보·지역본부장 등 주요 간부들이 대거 교체되면서 조직 상층부 재편이 시작됐고, 지역본부와 계열사까지 쇄신 흐름이 확산되며 농협 역사상 가장 강한 ‘쇄신 드라이브’가 가동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집행간부 대거 교체…“관행·기득권 끊어내기 첫 신호”

 

농협중앙회는 지난 3일 상무·상무보·지역본부장 인사를 발표하며 임기 1년차 간부까지 포함한 파격적 교체를 단행했다.

 

이번 인사에서는 IT·상호금융·교육지원 등 핵심 보직의 상무단이 대거 교체됐고, 강원·전북·경북·제주 등 8개 지역본부장도 전면 물갈이됐다. 새로 기용된 인사들은 교육지원·상호금융·IT·현장경영 등 각 분야에서 성과·전문성·혁신역량을 검증받은 인물들로, 농협이 선언한 ‘쇄신 인사 원칙’이 실제 배치에 반영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번 인사는 단순한 보직 변경이 아니라 국정감사 이후 강호동 회장이 밝힌 인사 관행 타파·기득권 구조 해소·현장 중심 경영 강화라는 쇄신 기조를 실제 조직 운영에 처음 적용한 조치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농협은 “조직의 체질 개선을 위한 구조적 인적 쇄신”이라며 “중앙회·계열사 임원 교체 인사도 순차적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못 박았다.

 

 

11월부터 이어진 ‘전면 혁신 패키지’…선거·제재·보수체계까지 손질

 

농협의 이번 개혁안은 단순한 인사 교체를 넘어 조직 운영 전반을 다시 설계하는 수준의 전면적 구조 개편으로 평가된다.

 

우선 농협은 사상 처음으로 ‘임원 절반 교체’ 원칙을 공식화했다. 인사 원칙을 외부에 명시적으로 공표한 것은 전례가 거의 없었던 일로 내부에서도 실질적 쇄신 의지를 드러낸 조치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또한 관행처럼 이어져 왔던 퇴직자 재취업 관행은 대폭 제한된다. 외부 전문성이 불가피한 극히 예외적 상황을 제외하고는 원칙적으로 재취업을 금지해 조직 내 기득권 고리 차단에 방점을 찍었다.

 

인사 관련 부정청탁에 대해서는 ‘원스트라이크 아웃’을 도입했다. 청탁이 적발되면 즉시 보임 해제·승진 제한 등의 불이익이 적용되며, 반복되거나 중대한 경우 징계·형사 고발까지 가능하도록 규정을 강화했다.

 

지역 농·축협의 비위 대응도 한층 강해졌다. 농협은 최근 비위가 확인된 6개 농·축협에 대한 중앙회 지원을 이미 중단했으며, 향후 선거·인사·운영 전반에 대한 통제 강화를 예고한 조치로 해석된다.

 

지배구조와 보수체계 역시 전면 개편된다. 고의 또는 중과실로 손실이 발생한 경우 보수 환수가 가능하도록 했고, 금융권에서만 적용되던 ‘이연성과급’ 제도를 전 계열사로 확대해 책임경영을 강화한다. 더불어 임원의 내부통제 책임을 명확히 규정하기 위한 ‘경영관리 책무구조도’ 도입도 추진된다.

 

농협은 “금융회사 수준의 내부통제 체계를 구축해 책임성과 투명성을 한층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국감 후 쏟아진 비위 의혹…개혁 드라이브에 불을 붙이다

 

이 같은 강도 높은 개혁안은 지난 10월 국정감사 이후 농협을 둘러싼 비위 의혹과 신뢰 위기 속에서 더욱 탄력을 받았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강호동 회장 뇌물수수 의혹 언급, 농협은행 부당대출 사건 재조명, 농축협 비위·갑질·채용 문제 등 각종 의혹이 집중적으로 제기되면서 농협은 사상 최악의 신뢰 위기를 맞았다.

 

이 같은 분위기는 곧바로 거리의 움직임으로 이어졌다. 전농과 협동조합노조는 지난 1일 농협중앙회 앞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농협을 “불법·비리 백화점”, “주식회사 농협으로 전락했다”고 강하게 규탄하며 근본적인 조직 개혁을 촉구했다.

 

이러한 비판 여론 속에서 농협 안팎에서는 “12월 인사가 개혁안의 진정성을 가르는 첫 시험대”라는 평가가 이어지고 있다.

 

이번 인사에서 강 회장은 기존 인사 라인 축소, 외부 전문가 발탁, 현장 경험 중심 배치 등 기존 농협 인사관행을 대폭 흔들었다.

 

하지만 지역조직, 계열사 임원, 본부 실무 라인까지 쇄신이 전면 확산될 수 있느냐가 향후 개혁의 성패를 결정할 전망이다.

 

농협의 한 관계자는 “이번 인사는 ‘칼을 뽑았다’는 상징적 조치라면 앞으로의 인사는 ‘그 칼을 어디까지 들이대느냐’가 핵심”이라고 말했다.

 

국정감사 이후 불거진 구조적 문제와 비위에 대한 국민적 시선이 거센 가운데, 농협은 스스로 개혁의 칼날을 들이대기 시작했다. 이번 12월 인사를 시작으로 2026년 상반기까지 이어질 후속 조치가 농협개혁의 분기점이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