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푸드투데이 = 황인선기자] 국내 건강기능식품 시장이 외형 정체 국면에도 불구하고 ‘기능성 원료’ 경쟁은 오히려 더 치열해지고 있다. 특히 식품의약품안전처의 개별 심사를 통과해 기능성을 인정받는 ‘개별인정형 원료’ 영역에서 루테인과 콜라겐이 양강 체제를 굳히는 한편, 피부·위·관절·인지·체지방 등 세부 기능성으로 빠르게 다변화되는 추세가 뚜렷해졌다.
3일 한국건강기능식품협회 ‘2025 건강기능식품 시장 현황 및 소비자 실태조사’에 따르면, 2024년 건강기능식품 총 제조품목수는 전년(3만 7,274건) 대비 12.4% 증가한 4만 1,896건을 기록했다. 이 가운데 비타민·무기질이 1만 277건(점유율 24.5%)으로 4년 연속 최대 비중을 차지했고, 이어 프로바이오틱스(5,471건·13.1%)·홍삼(4,692건·11.2%)·개별인정형(3,394건·8.1%) 순으로 상위권을 형성했다.
고시형 vs 개별인정형…“표준 영양에서 타깃 기능성으로"
건강기능식품 기능성 원료는 크게 고시형 원료와 개별인정형 원료로 나뉜다.
고시형 원료는 식약처가 다수 연구를 바탕으로 안전성과 기능성을 인정해 고시한 원료로, 업체는 별도의 심사 없이 해당 범위 내에서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다. 홍삼·녹차·비타민C·EPA·가르시니아 등이 대표적이다.
개별인정형 원료는 고시형에 없는 새로운 원료이거나, 기존 원료의 새로운 기능성을 입증해 업체가 직접 자료를 제출하고 심사를 통과해야만 인정받는다. 시간·비용 부담이 크지만 인정에 성공하면 경쟁사와 차별화된 ‘전용 기능성 카드’를 확보하게 된다.
협회에 따르면 2024년 인정받은 개별인정형 기능성 원료는 총 40건이다. 이 가운데 피부 건강 관련 기능성이 10건으로 가장 많았고, 위 건강 6건, 관절 건강 5건이 뒤를 이었다.
개별인정형 원료는 2005년 제도 도입 이후 매년 20~40건이 추가되며 2024년 누적 800건에 도달했다. 시장 전체는 정체지만 기능성 원료 개발만큼은 꾸준히 R&D 투자가 이어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루테인·콜라겐 양강” 개별인정형 시장 재편
개별인정형 제조품목수 상위권을 보면 최근 3년간 시장 재편이 더욱 명확하다.
2022년 1위를 기록한 콜레우스포스콜리추출물(186건)은 2023년부터 루테인지아잔틴복합추출물에 자리를 내줬고, 2024년에는 루테인지아잔틴복합추출물(174건)과 저분자콜라겐펩타이드(85건)가 확실한 1·2위를 형성했다.
지난해 기준 개별인정형 상위 5개 품목은 루테인지아잔틴복합추출물 → 저분자콜라겐펩타이드 → 풋사과추출물애플페논 → 돌외잎주정추출분말 → 스페인감초추출물 순이다.
눈 건강·피부·항산화·혈당·체지방 등 중장기 건강관리 영역이 개별인정형의 주력 카테고리로 굳어지고 있다.
특히 2023~2024년 새롭게 급성장한 원료는 스페인감초추출물(▲38.6%), 강황 추출물(▲34.9%), HK 나토배양물(▲35.9%), 저분자콜라겐펩타이드(▲26.9%), 프로바이오틱스(드시모네)(▲26.5%) 등이다.
반면 피쉬 콜라겐펩타이드(-25.7%)는 25% 이상 감소하며 가장 큰 하락폭을 기록했다. 단순 콜라겐에서 벗어나 흡수율·분자량·세부 기능성을 강화한 저분자·특화 콜라겐으로 수요가 이동하면서 콜라겐 시장 내부에서도 ‘프리미엄 기능성 중심’으로 재편이 진행되고 있다는 평가다.
다이어트 건기식, “가르시니아 독주 끝”…바나바·녹차·복합원료 부상
총 제조품목 기준 상위 7개 품목 안에는 여전히 가르시니아캄보지아추출물(1,646건)이 이름을 올리며 체지방 감소 시장의 ‘대표 원료’ 위상을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성장률만 보면 대사·혈당·지방 관리 원료의 지형이 빠르게 바뀌고 있다.
상위 20개 품목 중 바나바잎추출물(▲56.5%), 녹차추출물(▲25.8%), 은행잎추출물(▲24.2%), 밀크씨슬추출물(▲17.2%) 등이 두 자릿수 이상의 성장률을 기록했다. 특히 바나바잎추출물은 지난해 처음으로 상위 20위권에 진입하며 급부상한 원료로 평가됐다.
이는 체지방·체중 관리가 하나의 고시형 원료(가르시니아) 중심에서 혈당·지방·항산화·간 기능 등을 동시에 겨냥하는 복합적인 관리 패턴으로 옮겨가고 있다는 신호로 읽힌다.
업계 관계자는 “예전에는 ‘다이어트=가르시니아’ 공식이 뚜렷했지만 이제는 바나바·녹차·복합 추출물이 빠르게 대체하고 있다”며 “체지방+혈당+대사까지 통합 관리하려는 소비자가 늘어난 결과”라고 말했다.
업계는 개별인정형 시장을 두고 “정체기일수록 원료 경쟁이 시장의 승패를 가른다”고 분석한다.
한 중견 제조업체 관계자는 “비타민·홍삼·프로바이오틱스는 이미 포화 상태라 브랜드 차별화 포인트가 갈수록 약해진다”며 “눈·피부·관절·위·인지·전립선·키성장 등 좁고 깊게 들어가는 타깃 기능성 원료가 향후 시장을 좌우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루테인·콜라겐·가르시니아는 이미 ‘국민 기능성’이 됐지만 소비자 눈높이가 높아지면서 흡수율·입자 크기·복합 기능성·인체적용시험 데이터까지 꼼꼼히 본다”라며 “차세대 개별인정형 원료를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