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드투데이 = 황인선기자] AI가 만든 ‘가짜 의사’가 치매 치료 효과를 설명하고, 캡슐형 일반식품이 의약품처럼 팔린다. 이제 건강기능식품은 단순한 ‘제품’이 아니라, AI·디지털 플랫폼 시대의 정보상품이 됐다.
식품의약품안전처(처장 오유경)는 내년부터 AI 기반 광고 단속 시스템 ‘AI캅스’를 본격 가동하며, 정제·캡슐형 일반식품과 기사형 광고에 대한 새 규제 체계를 예고했다. 국정감사는 끝났지만 건기식 시장의 ‘디지털 윤리’ 논쟁은 이제 시작이다.
2025 국감이 던진 신호 - “눈으로 단속하던 시대는 끝났다”
지난 10월 21일 국호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한지아·김남희 의원 등은 AI가 만든 ‘가짜 전문가 광고’ 실태를 지적했다.
식약처는 기존 허위·과대광고 규정으로 대응해왔지만 이제 “AI 광고 자체를 별도 정의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을 공식화했다.
이는 단순한 단속 강화 차원이 아니라 ‘광고의 주체’를 법적으로 재정의하겠다는 의미다.
식약처는 앞으로 광고 판단의 기준을 기존처럼 ‘누가 말했는가’에서 ‘소비자가 어떻게 인식했는가’로 전환하겠다는 입장이다.
또한 내년 식품표시광고법 개정 시에는 AI로 생성된 가상 인물·음성·영상 등을 명시적으로 규율하는 조항이 새로 포함될 가능성이 높다.
이와 함께 플랫폼 사업자가 게시물 관리에 공동 책임을 지는 체계, 즉 게시·유통 단계에서의 플랫폼 공동책임 원칙 도입도 검토되고 있다.
식약처가 그리는 ‘AI캅스’ 체계 – 단속의 자동화에서 정책의 데이터화로
식약처 사이버조사단이 인공지능(AI) 기반 온라인 불법 광고 감시 시스템 ‘AI캅스(AI-COPS)’를 본격 가동하며, 마약류·의약품·건강기능식품 등 온라인 불법 유통에 대한 자동화 단속을 강화하고 있다.
AI캅스는 단순한 모니터링 도구가 아니다. 키워드 크롤링과 게시물 분석을 통해 허위광고의 유형·확산 경로·플랫폼별 특성을 데이터로 축적함으로써 기존의 ‘불법 게시물 삭제’ 중심 단속에서 ‘시장 행태 분석’ 중심의 정책 설계 체계로 나아가고 있다.
식약처의 광고 관리 방식도 기존의 사람 중심 수동 모니터링에서 AI 기반 자동 감시 체계로 전환된다. 현재는 33명의 인력이 신고나 제보를 통해 접수된 건을 사후적으로 점검하는 방식이지만 AI캅스가 본격 가동되면 자동 크롤링과 AI 필터링을 통한 실시간 탐지·차단 체계로 바뀐다.
단속 실적 위주였던 기존 시스템과 달리 AI캅스는 수집된 데이터를 분석해 허위·기만 광고의 유형과 확산 경로를 파악하고 정책 수립에 직접 활용하는 ‘데이터 기반 관리체계’로 진화한다.
식약처는 AI캅스를 활용해 AI가 만든 가짜 전문가 광고나 캡슐형 식품, 기사형 허위광고 등 주요 유형을 자동으로 탐지·분류하는 기능을 단계적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국정감사에서도 오유경 식약처장은 “현재 식약처 사이버조사단 인력이 33명으로, 이들이 연간 10만 건에 달하는 온라인 광고를 점검하고 있어 인력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며 “AI 고도화 모니터링 시스템을 도입할 수밖에 없다고 판단하고 있다. 현재 ‘AI캅스’ 프로그램을 구축 중이며 이 시스템을 식품 분야까지 확대 적용하겠다”고 밝혔다.
‘캡슐형 식품’ 규제 강화는 단순 외형 문제가 아니다
정제·캡슐형 일반식품을 제한하겠다는 식약처의 검토는 단순히 ‘의약품 오인 방지’ 차원에 그치지 않는다. 이는 건강기능식품·기능성 표시식품·일반식품으로 이어지는 3단계 식품 체계를 다시 세우려는 시도로 풀이된다.
정제형 식품은 섭취 편의성은 높지만 외관상 의약품과의 구분이 어렵고, 소비자가 약으로 인식할 가능성이 크다.
특히 2020년 기능성 표시식품 제도 도입 이후 시장이 급속히 확산되면서 건강기능식품과 일반식품의 경계가 흐려지고 있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이에 따라 식약처는 내년 정책연구 결과를 토대로 정제·캡슐 등 형태별 제조를 제한하거나 표시 기준을 강화하는 방안을 병행 추진할 가능성이 높다. 이는 단순한 포장 규제가 아니라 ‘식품의 정의’를 다시 쓰는 절차가 본격화되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오 처장은 “정제나 캡슐 형태의 일반식품은 소비자가 의약품으로 혼동할 우려가 크다는 점을 인식하고 있다”며 “지난해 국정감사 이후 문제의 심각성에 공감해 제도 개선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또한 “현재 정제·캡슐형 식품의 허용 범위를 재검토하고 있으며 기능성 표시식품과 건강기능식품을 명확히 구분하기 위한 정책연구를 진행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온라인상 허위·부당광고 적발 건수는 9만6000건으로, 2021년 대비 약 1.6배 증가했다. 이 가운데 건강기능식품이 5475건, 식품이 1만5027건으로 비중이 빠르게 확대됐다.
특히 AI 기술이 결합되면서 ‘진짜보다 더 진짜 같은 거짓 광고’가 등장해 소비자의 인식 혼란을 키우고 결국 시장 전반의 신뢰 붕괴로 이어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결국 문제의 본질은 기술이 아니다. AI와 디지털 플랫폼이 식품광고 시장의 새로운 표준으로 자리 잡은 지금,
이제 필요한 것은 기술을 단속하는 법이 아니라, 기술 변화에 맞는 제도 설계다.
업계 관계자는 “이제는 기술이 문제를 만든 것이 아니라 제도가 기술 발전 속도를 따라가지 못한 것이 문제”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