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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로문 칼럼] 치킨판매 지정업소에서 호프를 판매했다면?

이로문 법학박사·법률행정공감행정사

치킨판매로 업종이 지정되어 상가를 매수한 사람이 호프를 판매했다는 이유로 호프판매영업 금지를 신청했다면 이 신청을 받아들일 수 있을까? 주상복합아파트에 거주하는 주민의 경우에는 이러한 신청을 할 수도 있을 것이다. 단순히 치킨을 팔며 술을 파는 것과 술 위주로 영업을 하면서 안주로 치킨을 파는 것은 아파트 주거 환경에 미치는 영향의 정도가 다르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래에서 소개하는 판례는 맥주판매로서 호프판매 영업을 지정받은 점포를 소유한 사람이 원고가 되어 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일반적으로는 맥주를 판매하는 치킨집과 호프집이 뭐가 다를까 의아해 할 수도 있다. 실제 주변에서 이러한 경우는 그리 흔하지 않기 때문이다. 대법원에 따르면 ‘호프판매 영업’은 곧 ‘호프점업’으로서 ‘접객시설과 조리시설을 갖추고 호프(생맥주)를 주로 한 주류를 판매하되, 이에 부수하여 음식류도 함께 판매하는 영업으로서 한국표준산업분류표상 간이주점업의 일종’이라 할 것이고, 이 사건에의 점포의 지정 업종인 ‘치킨판매 영업’은 ‘규모가 비교적 작은 접객시설 및 조리시설을 갖추고 닭을 여러가지 방법으로 조리하여 판매하되, 이에 부수하여 음료수와 맥주 등의 주류도 판매하는 영업으로서 한국표준산업분류표상 기타음식점업의 일종’이다. 


그렇다면 대법원은 어떻게 판단했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대법원에서는 호프판매영업 금지신청을 받아들였다. 즉 호프판매영업을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대법원 2007. 9. 21. 선고 2006다63747 판결). 


대법원 판결에 나타난 사실관계를 살펴보고 그 이유를 알면 충분히 이해가 가는 판결이다. 주상복합아파트를 건축한 H 주식회사는 상가를 분양할 때 각 점포별로 지정업종 또는 권장업종을 정하여 분양하였는데, 각 점포에 대한 분양계약 체결시 작성된 ‘분양계약서’에는 업종이 지정·명시되어 있고, 점포의 용도와 관련하여 지정된 업종대로 분양 및 개점되어야 하며, 업종변경을 원할 경우 입점 전에는 분양자와 협의하고 입점 후에는 상가자치관리규정 등에서 정하는 바에 따라야 한다고 기재되어 있었다. 


분양을 받은 사람도 이러한 규정을 이해하고 서명·날인을 했을 뿐만 아니라 입점시 분양계약서에 지정된 용도에 따라 입점 및 개점한다는 서약서까지 제출했다. 이러한 사실관계만 보면 분양을 받은 사람은 호프판매영업을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충분히 알고 있었다고 볼 수 있다. 


분양을 받은 사람으로부터 매수한 사람이 호프를 판매했다면 결론은 달라질까? 사실 위 판례는 분양을 받은 사람의 지위를 인수해 호프를 판매한 사람에 대한 것으로 호프 판매업자 역시  점포의 수분양자가 부담하는 업종제한에 관한 약정을 준수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대법원 판례에 나타난 호프 판매업자의 주장은 점포가 주상복합아파트 중 주거부분의 관리를 위해 마련된 생활지원센터 관리규약에 의하여 관리되고 있기는 하지만, 이 규약은 주거부분의 관리 등을 위해 마련된 것일 뿐이어서 상가의 업종변경에 관한 규정을 두고 있지도 않는 등 위 분양계약서 및 서약서에서 규정한 ‘상가자치관리규정 등’에 속하지 않는 것이 명백하여 점포의 업종변경 허부를 규율할 수 있는 규약이 될 수 없기 때문에 생활지원센터 관리규약에 의하여 자유롭게 업종을 변경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대법원은 입점 지정 개시일 이후 점포용도 변경시 지정업종의 경우 단지내 상가 분양계약자로 구성되는 ‘(가칭)상가자치관리위원회’에서 만장일치의 동의를 받아야 하고 권장업종의 경우 ‘(가칭)상가자치관리규정’에 따라야 하며, 상가관리규정 확정을 위한 모임에서 수분양자 과반수 이상의 출석과 출석자 과반수 이상의 동의를 얻은 ‘상가관리규정’에 본인의 출석 여부와 관계없이 이의하지 않고 따른다고 기재되어 있는 사실을 인정한 후 각 점포의 수분양자들로부터 그 지위를 양수함으로써 원고와 피고 점포의 수분양자 상호간에 부담하고 있던 분양계약서와 서약서 등에서 정한 업종제한에 관한 약정을 준수할 의무를 수인하기로 명시적으로 약정하였거나 또는 적어도 묵시적으로 동의하였다고 봄이 상당하다고 판단했다. 


1심 판결 및 2심 판결 모두 피고가 업종제한에 관한 약정 준수의무를 위반하였다고 판단하여 피고에 대하여 ‘호프판매 영업’ 등의 금지를 명했고 3심 대법원 역시 이를 수긍했다. ‘치킨판매 영업’을 지정받은 점포에서 실질적으로 ‘호프판매 영업’을 한 것이 업종제한에 관한 약정을 위반한 것이라고 판시한 것이다. 


일반적으로는 호프판매 영업과 치킨판매 영업에 대한 구별의 실익이 별 것 아닌 것처럼 보이지만 영업이 금지 당할 수 있는 차이를 발생시키기도 한다. 비록 주상복합아파트 등에서 규약으로 상가업종을 지정했다 하더라도 이를 준수해야 분쟁의 소지를 없앨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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