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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로문 칼럼>대기업 식자재시장 진출, 돈만 생각하나?

이름만 대면 알만한 대기업들이 식자재 유통시장에 속속 뛰어들고 있다. 이유는 매우 간단하다. 식자재사업이 돈이 되고, 기업은 그 돈만 바라보기 때문이다. 다른 경제주체와 상호 의존하는 경제사회의 구성원으로서 부담해야 하는 기업의 윤리적 책임(business ethics)은 찾아볼 수 없다. 기업윤리에는 기업가 정신이 있어야 하며, 그 기업가 정신은 혁신을 추구하는 것이다. 그러나 최대 이윤만 추구할 뿐 기술혁신에는 지극히 미온적이다. 


사실 그동안 식자재유통시장은 영세상인과 중소기업들을 중심으로 이루어져왔다. 중소상인들이 자신들의 자본력에 맞는 영역을 구축했고, 어느 정도 식자재사업자로서 자리를 굳히려고 하니 대기업들이 그 가능성을 본 것이다. 만약 중소상인들이 식자재 유통시장에서 실패했더라도 대기업들이 식자재유통시장을 살리기 위해 그렇게 뛰어들었을까? 


일부 보도에 따르면 2012년 기준으로 국내 식자재 산업 규모는 약 96.9조원으로 추정되며 2005년 이후 연평균 16.4%씩 성장하고 있다고 한다. 규모가 이렇다 보니 어찌 보면 어려운 경제상황에서 욕심을 부리는 것도 이해가 안되는 것은 아니다.


CJ 프레시웨이의 프레시원, 엘지 아워홈, 웰스토리(삼성에버랜드), 신세계푸드, 대상베스트코, 한화리조트, 동원홈푸드, 현대그리푸드, 풀무원 계열의 푸드머스 등 대기업이 빠른 속도로 시장점유율을 높여가고 있다. 뿐만 아니라 식품제조 기업들도 식자재사업에 신규로 진출하고 있으며, 심지어는 시스코와 바로마트 등과 같은 외국계 거대 식자재업체까지 국내 식자재 유통시장을 넘보고 있다.


이미 대규모 유통망을 확보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대량구매 등으로 가격경쟁력까지 갖추고 있는 대기업이 중소업체들이 힘들게 확보해 놓은 식당영업까지 침해하는 것을 보면 중소업체들과의 갈등을 넘어 중소업체들이 고사할 지경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가히 ‘힘센 거인의 진격’이라 할 만 하다.


이렇다보니 식자재 도매 중소업체들은 대기업의 진출제한 등의 규제를 호소하고 있다. 동반성장위원회에 식자재사업을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지정해 달라는 신청을 하겠다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이다. 결국 동반성장위원회에서 식자재사업부문까지 중소기업 적합업종을 확대할지를 결정해야 한다.


대기업들의 식자재사업 진입 논리는 무엇일까? 바로 ‘식자재산업의 선진화’이다. 저렴한 가격으로 식자재를 공급하고 무자료 거래를 근절시킬 뿐만 아니라 위생관리에도 철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유통·물류산업 경쟁력 강화라는 측면에서 보면 충분한 이유가 된다.


문제는 경쟁력 강화를 명분으로 중소업체들에 대한 배려 또는 고려가 없다는 것이다. 최소한 이들이 개척해 놓은 시장에서 이들이 완전히 배척되도록 내버려두어서는 안 된다. 이들 업체가 스스로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는 여지를 만들어줘야 한다. 대기업만이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다는 누를 범해서는 안된다. 시간이 필요하다면 어느 정도의 시간을 주어야 한다.   


필자는 두 번에 걸쳐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동반성장의 필요성을 역설하였다. 특별한 기술 없이 자금력만 있으면 손쉽게 이익을 남길 수 있는 부문을 찾다보니 중소상인들의 영역까지 침범하고 결국 중소상공인들이 설 곳을 잃게 되면서 국가경쟁력 약화와 경제성장의 동력을 상실하게 된다고 지적한 바 있다.


대기업이 식자재사업에 뛰어들어 식자재 유통시장의 경쟁력은 강화될지 몰라도 국가경쟁력은 약화될 소지도 많기 때문이다. 중소기업들이 중견기업으로, 중견기업들이 대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


대기업에 이러한 환경조성을 기대할 수는 없다. 정부가 나서야 하는 부분이다. 바라기는 동반성장위원회가 이러한 비전까지도 실현할 수 있기를 바란다.


이러한 비전실현이라는 측면에서 대기업에 적극적인 행동까지는 바라지 않는다. 다만 중소기업들이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그들의 영역을 침범하지 않고 그대로 있어주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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