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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로문 칼럼>한식세계화와 정치

한식세계화의 시작부터 감사원의 감사결과가 나오기까지 일련의 과정을 보면 너무나 정치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대통령의 영부인이 직접 한식세계화를 챙기기 시작한 것이 한식세계화에 대한 정치의 시작이요, 영부인이 한식세계화가 필요하다고 하니 소관기관이 앞뒤 안 가리고 예산을 편성하고 무분별하게 집행한 것이 정치의 핵심이며, 한식세계화에 대한 감사가 정치의 끝이다.


개인적으로 대통령의 영부인이 한식세계화를 직접 챙긴 것 그 자체는 큰 문제가 될 것은 아니라고 본다. 오히려 영부인으로서 우리의 음식을 세계에 알려보겠다는 취지는 매우 바람직했다. 문제는 영부인이 한식세계화에 직접 개입하다보니 한식세계화가 권력화 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영부인이 비록 한식세계화를 직접 챙기는 것은 좋았으나 국가예산을 지원하면서까지 재단을 만들고 이를 지원하다보니 누구도 통제할 수 없는 문제가 발생했다.


예산을 편성하여 사업을 집행한 기관은 권력에 편승하여 한식세계화의 파이를 더 키우기 시작한 것이다. 관련 기관이 사업을 한 것 역시 문제가 될 것은 없다. 아무리 권력에 편승하여 한식세계화를 지원했다 하더라도 예산이 바르게 집행되고 있는지 감독했어야 한다. 수백억이란 혈세를 지원하면서 예산집행의 적정성 내지 효율성을 묻지도 따지지도 않았다면 그 기관 역시 결코 책임을 면할 수 없다.


감사결과를 발표한 감사원은 떳떳할 수 있을까? 감사의 시작과 끝이 정치이다. 국회가 감사요구를 하지 않았다면 그대로 침묵했을 것 아닌가? 그 결과 역시 정권이 바뀌고 난 뒤에 나왔으니 그 또한 정치라고 볼 여지가 많다.


한식세계화에 대한 감사원의 감사를 보면 마치 정권이 바뀐 뒤 4대강 감사를 시작하는 것과 유사하다. 문제가 처음 지적되었을 때부터 그 심각성을 인식하고 감사에 착수했다면 어땠을까?


감사원의 인원이 적으니 모든 사업을 다 감사할 수는 없다는 불평은 환경이 안되니 직무를 유기하겠다는 말로밖에는 들리지 않는다. 전직 대통령과 관련이 있는지도 몰랐다고 한다면 감사를 하는 사람의 기본적인 자세를 지적하고 싶다.


감사원의 감사결과에 따르면 2009년부터 4년간 931억원을 지원하였다. 첫해에는 100억원이던 것이 2011년에는 325억 5000만원으로 급증했다. 2012년에도 264억 6700만원이나 되었다. 4년간의 예산 집행률은 68.7% 밖에 되지 않는다. 누구라도 영부인이 주도하는 사업이기 때문에 예산을 대폭 증액시켰다고 밖에 볼 수 없다. 권력에 편승하여 최대한 예산을 따놓고 보자는 심리가 작용했을 것이다.


감사결과를 보면 227억원의 지출 내역을 임의로 변경하거나 이월했다는 지적도 있다. 관계 공무원의 책임을 물어야 하는 사안이다. 한식 스타 셰프(chef) 양성과정이나 홍보비 등에서도 지적이 나왔다. 홍보에만 253억원을 투입했지만 이 역시 부실투성이라는 비난을 면치 못하고 있으며, 허위보도에 의한 홍보효과를 과장하여 산출하기도 했다.

 
감사원의 감사결과가 전부일까? 아마도 감사원의 감사결과를 통해서 밝혀내지 못한 심각한 문제들이 더 많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러한 문제는 다른 경로 등을 통해 언제든 밝혀질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한식세계화는 예산을 투자하기에 충분한 명분을 가지고 있을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의 당면한 과제이기도 하다. 하지만 어마어마한 국민의 혈세를 투입하고도 어느 정도의 성과를 거두었는지 의문이 아닐 수 없다. 가시적인 성과는 바라지도 않는다. 최소한 문제투성이 사업이라는 문제제기는 없었어야 한다.


문제는 앞으로이다. 한식세계화 사업이 지속되고, 성과를 보기 위해서는 지금 현재의 시스템을 전반적으로 손질해야 한다.


정부로터 지원을 받아 사업을 집행하거나 용역을 수행한 모든 기관에 대해 예산이 적법하고 적절하게 쓰여졌는지 따져봐야 한다. 그에 따라 한식세계화사업 부실 및 부진에 대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 그리고 나서야 비로소 한식세계화의 그림을 다시 그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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