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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로문 칼럼> 자영업을 국가경제의 활력소로

대학시절인 것으로 기억한다. 아주 늦은 시간이면 혼자서 집 앞에 있는 치킨 집을 자주 찾았다. 12시가 넘은 시간이라 손님들이 없어서 주인아저씨와 치맥을 마시며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할 때가 많았다. 그 분은 당시 나이가 예순 정도 됐고, 직장을 다니다 어쩔 수 없이 그만두고 처자식을 먹여 살리느라 치킨 집을 시작했다고 한다. 그 분과 정이 들대로 들 무렵에 도저히 장사가 안된다며 다른 곳으로 이사를 했다. 얼마나 지났을까? 주변에 치킨 집 하나가 다시 생겼고, 그 집에 단골이 돼 손님이 없는 시간에는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거의 20년 전의 일이지만 지금의 상황과 별반 다르지 않다. 그 때 어떻게 하면 영세 자영업자를 포함한 소상공인이 생계 걱정을 하지 않을까 하는 고민은 지금까지도 계속되고 있다. 

치킨 집 옆에 치킨 집이 생기고, 생긴 지 1년도 채 지나지 않아 폐업되는 게 다반사다. 어디 치킨 집뿐인가? 이게 마치 최근의 일인 것처럼 말하지만 사실은 20년도 더 된 일이다. 물론 경제 상황으로 보면 그 때는 지금보다 심각하지 않았을지는 모르겠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보고서 ‘2017 기업가정신 한눈에 보기’에 따르면 OECD 국가를 포함한 38개국 가운데 한국의 혼자 일하는 자영업자 수는 398만 2000명으로 미국 982만4000명, 멕시코 977만7000명, 터키 410만 명에 이어 4위라고 한다. 가까운 일본은 39만7000명으로 21위 수준이다. 

우리나라 자영업의 현실을 보면 참으로 암담하다는 말밖에 나오지 않는다. 직원도 없이 혼자 일하는 영세 자영업자는 생계형 창업자가 대부분이지만 자영업자는 점포임대료, 인건비, 대출금 등을 제외하면 한 달에 100만원을 손에 쥐기도 힘든 실정이다. 10명이 자영업을 창업하면 그 가운데 7명은 3년도 안되어 폐업하는 게 현실이다. 게다가 자영업자의 10명 중 6명은 50~60대 이상으로 생계를 위해 자영업에 마지막 희망을 걸었지만 영세성을 면치 못하고 있다.
     
누구를 탓해야 하는 것일까? 먹고 살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레드오션(red ocean)에 뛰어든 자영업자에게 화살을 돌려야 하는 것일까? 이는 어디까지나 정부의 책임으로 보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자영업자의 대부분이 이전에는 안정적인 일자리를 가지고 있었지만 명예퇴직 등 어쩔 수 없는 사유로 회사를 그만 둘 수밖에 없었고, 그 회사를 나와서도 충분한 일자리가 있었다면 가지고 있는 재산은 물론 빚까지 내가며 자영업을 시작하지는 않았을 것이기 때문이다. 어찌 보면 정부가 자영업의 수치를 일자리 창출에 이용한 측면도 있다.     
  
국가적 차원에서 자영업자를 국가경쟁력의 활력소로 만들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고민해야 할 때다. 이를 위해서는 문제에 대한 인식의 전환이 선행되어야 한다. 자영업자가 많아지다 보니 영세 자영업자가 속출하고 이로 인해 가계부채가 증가한다는 식의 문제의식을 벗어나야 한다. 이러한 문제인식 때문에 내놓을 수 있는 대책이 기껏 가계부채 종합대책에 자영업자 부채 관리방안을 포함시켜 특정 업종의 밀집을 제한하겠다는 식의 대책이다. 

정부는 과연 자영업을 우리 경제의 한 축을 담당하는 산업으로 인식하는 지가 의심스럽다. 자영업을 하나의 산업이 아니라 단순히 생계를 위한 수단에 불과하거나 가계부채를 가중시키는 한국경제의 부담, 더 나아가서는 언제 터질지 모르는 뇌관으로 치부하기 때문에 과다진입을 제한해야 한다는 발상을 하고 있는 게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든다.   

정부가 구체적인 자영업 대책을 세울 때 자영업의 산업성에 근거해 자영업의 생애주기별 대책을 강구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제1단계는 진입단계로서 다양한 업종의 개발 및 특화 업종에 대한 정책을, 제2단계는 기존 자영업이 자생할 수 있도록 하는 자생력 강화를 위한 지원 정책을, 제3단계는 폐업대책이다. 이와 더불어 특히 생계형 자영업의 경우에는 특별법에 의한 대책을 강구하는 것도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본다. 또한 프랜차이즈 기업 등의 횡포로 인해 자영업이 어려워질 수밖에 없는 문제 역시 주시해야 한다.  

자영업에도 분명한 혁신이 필요하다. 그 혁신은 전적으로 자영업자의 몫은 아니다. 정부가 중추적 역할을 해야 한다. 자영업이 살아야 지역경제가 살아나고 지역경제가 살아나야 국가경제가 살아난다.  

마지막으로 현행 헌법상 중소기업의 보호와 육성에 대한 규정이 있기는 하지만 향후 헌법개정을 논의할 때 소상공인의 보호와 육성에 대한 규정 하나 정도 두는 것도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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