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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로문 칼럼] 젤리 먹다가 사망했다면 국가배상청구 가능할까?

이로문 법학박사·법률행정공감행정사

초등학교 저학년 아이가 젤리를 먹다가 기도가 막혀 질식해 사망했다면 이 아이의 유족인 부모는 (구)식품의약품안전처장이 식품위생법상 부여된 권한을 행사하지 않음으로써 아이가 사망했다고 주장하며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를 할 수 있을까? 


과거 실제 이러한 사건이 발생했었고 이 사건은 대법원까지 가서야 결론이 났다. 결론부터 말하면 이 소송에서 대법원은 부모의 국가배상청구를 기각했다. 판례를 중심으로 대법원의 기각 논거를 간단하게 살펴본 후에 원고인 유족 측의 주장을 알아보기로 한다.  


기각한 근거는 다음과 같다. 첫째, 사고 발생 전에 미니컵 젤리에 대한 세계 각국의 규제 내용이 주로 곤약 등 미니컵 젤리의 성분과 용기의 규격에 대한 규제에 머물러 있었고, 대한민국 정부도 그 수준에 맞추어 미니컵 젤리의 기준과 규격, 표시 등을 규제하는 조치를 취했다. 둘째, 이 사고 발생 전까지 미니컵 젤리와 관련한 질식사고가 발생하지 않았다. 셋째, 당시의 과학수준상 미니컵 젤리의 성분에 대하여 허위신고를 하더라도 그 진위를 가려내기 어려웠다. 넷째, 사고 발생 후 시험 등을 통하여 그러한 허위신고의 가능성이 확인되고 곤약 등을 제외한 다른 성분을 함유한 미니컵 젤리로 인한 질식의 위험성이 드러났다고 하더라도, 사고 발생 무렵 (구)식품의약품안전청장 및 관계 공무원이 그러한 위험성을 인식하거나 예견하기 어려웠다. 


이러한 사정을 모두 고려할 때 (구)식품의약품안전청장이 규제 권한을 행사하여 미니컵 젤리의 수입·유통 등을 금지하거나 그 기준과 규격, 표시 등을 강화하고 그에 필요한 검사 등을 실시하는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이 현저하게 합리성을 잃어 사회적 타당성이 없다거나 객관적 정당성을 상실하여 위법하다고 할 수 있을 정도에까지 이르렀다고 보기 어렵고, 그 권한 불행사에 과실이 있다고 할 수도 없다고 했다(대법원 2010. 9. 9. 선고 2008다77795 판결). 


원고 측에서 국가배상을 해야 한다고 제시한 근거는 무엇일까? 


원고는 이 사건 사고 이전에 미니컵 젤리로 인한 질식사고가 발생한 적이 있었다는 사실, 미니컵 젤리 형태로 한 입에 흡입하여 내용물을 섭취할 경우 질식사고의 유발 가능성이 내재되어 있다는 사실, 미니컵 젤리에 대한 물성 등에 대한 시험을 실시하여 그 물성과 질식사고 유발 가능성과의 관계를 파악하는 등으로 질식사고의 발생을 방지하여야 할 의무가 사실을 들었다. 그럼에도 피고 대한민국은 이러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즉, 수입업자가 신고한 성분에 의존하여 이 사건 젤리를 국내에 수입·유통시킨 잘못으로 이 사건 사고 발생의 원인을 제공하였기 때문에 유족인 원고들이 입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서울고등법원 2008. 9. 11. 선고 2007나7074 판결)는 것이다. 


피고 대한민국에는 위와 같은 사고를 방지해야 할 의무가 있을까? 대법원에서는 당시 식품위생법 제7조, 제9조, 제10조, 제16조 등을 들고 있다. 이들 조항에서는 (구)식품의약품안전청장 등으로 하여금 식품 또는 식품첨가물의 제조 등의 방법과 성분, 용기와 포장의 제조 방법과 그 원재료, 표시 등에 대하여 일정한 기준 및 규격 등을 마련하도록 하고, 그와 같은 기준 및 규격 등을 준수하는지 여부를 확인할 필요가 있거나 위생상 위해가 발생할 우려나 국민보건상의 필요가 있을 경우 수입신고시 식품 등을 검사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러한 구 식품위생법의 관련 규정을 종합하여 보면, 같은 법 제7조, 제9조, 제10조, 제16조는 단순히 국민 전체의 보건을 증진한다고 하는 공공 일반의 이익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그와 함께 사회구성원 개개인의 건강상의 위해를 방지하는 등의 개별적인 안전과 이익도 도모하기 위하여 설정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고 한다. 


위 소송에서 2심 고등법원 및 3심 대법원은 원고의 국가배상청구를 기각하였는데 과연 타당한 판결일까? 법리적으로만 보면 나름대로 논거가 충분한 것처럼 보이지만 국민의 생명과 안전이 관련된 사안에서 형식적, 법리적, 현실적 고려로 판단하는 것이 옳은 것인지 의문이다. 


이 글은 위와 같은 사건에서는 국가배상청구를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정도로 끝을 맺고자 한다. 위에서 정리한 원고의 주장과 법원의 판결이유를 근거로 그 문제점을 검토할 필요가 있는바 이에 대해서는 다음 기회에 구체적으로 살펴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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