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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로문 칼럼] 원산지를 속이면 모두 사기죄?

이로문 법학박사·법률행정공감행정사

피고인은 전남 영광군 법성포에서 굴비처럼 가공한 중국산 부세를 20,000원짜리 점심 식사나 25,000원 내지 55,000원짜리 저녁 코스요리에 굴비 대용품으로 사용했으며, 식당에서 사용되는 중국산 부세의 크기는 25~30㎝로서 1마리당 5,000원 내지 7,000원 정도인데 같은 크기의 국내산 굴비는 1마리에 200,000원 내외의 고가이고, 피고인이 국내산이라고 표시한 소고기, 돼지고기, 해산물, 생선은 이 사건 식당에서 제공되는 여러 요리와 반찬들 중 일부의 식재료였다(대법원 2017. 6. 8. 선고 2015도12932 판결).

 

또한 피고인이 손님들로부터 ‘이렇게 값이 싼데 영광굴비가 맞느냐’는 질문을 받는 경우 중국산 부세를 전남 영광군 법성포에서 가공한 것이라고 대답하였다. 이러한 경우에 피고인에게 사기죄가 성립할 수 있을까?

 

참고로 형법 제347조에서는 “사람을 기망하여 재물의 교부를 받거나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한 자는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함으로써 사기죄에 대해 규정하고 있다.

 

위 사건에서 고등법원은 피고인의 기망행위와 손님들의 처분행위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음을 전제로 이 사건 공소사실 중 사기 부분을 유죄로 인정한 제1심판결을 그대로 유지했다. 즉 제1심과 제2심은 모두 피고인의 사기죄를 인정했다. 이에 대해 피고인은 대법원에 상고했으며 대법원은 “원심의 판단에는 사기죄의 인과관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이를 지적하는 취지의 상고이유 주장은 정당하다”(대법원 2017. 6. 8. 선고 2015도12932 판결)고 판단했다. 즉 대법원은 사기죄를 인정하지 않았다.

 

대법원은 “피고인이 식당을 운영하면서 수입산 식재료를 사용하고 중국산 부세를 조리하여 제공하면서도 메뉴판에 원산지를 국내산이라고 기재하여 마치 국내산 식재료와 굴비인 것처럼 손님들을 기망함으로써 이에 속은 손님들로부터 음식대금을 편취하였다는 공소사실로 기소된 사안에서, 피고인은 전남 영광군 법성포에서 굴비처럼 가공한 중국산 부세를 20,000원짜리 점심 식사 등에 굴비 대용품으로 사용한 점, 위 식당에서 사용되는 중국산 부세와 같은 크기의 국내산 굴비는 1마리에 200,000원 내외의 고가인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손님들이 메뉴판에 기재된 국내산이라는 원산지 표시에 속아 식당을 이용하였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대법원 2017. 6. 8. 선고 2015도12932 판결).

 

이 판결의 요지는 사기죄가 성립하려면 기망행위, 착오, 재산적 처분행위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어야 하는데, 이러한 관점에서 원심이 이 사건 공소사실 중 사기 부분을 유죄로 판단한 것이 옳지 않다는 것이다.

 

사기죄를 묻기 위해서는 먼저 손님이 피고인에 의해 기망을 당했다고 볼 수 있을까를 먼저 판단하고, 다음으로 기망이 있었다면 피고인의 기망으로 인해 손님이 착오에 빠지고 국내산이라 믿고 계산한 것인가를 평가해야 한다. 메뉴상의 표기는 국내산인데, 손님의 질문에 “중국산 부세를 전남 영광군 법성포에서 가공한 것”이라고 한 대답이 기망일까? 만약 영광군 법성포에서 가공한 것이 아니라면 기망이라고 볼 수 있고, 손님이 이를 믿었다면 손님에게 착오가 발생한 것이라 할 수 있으며 이러한 기망과 착오로 손님이 계산을 했다면 사기죄의 성립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하지만 대법원은 손님이 기망을 당해 착오를 일으켰지만 피고인으로부터 중국산 부세를 사용하고 있다는 사실을 듣고 계산한 것이기 때문에 기망 및 착오와 처분행위(식대계산) 사이에 인과관계가 없다고 판단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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