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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로문 칼럼>한돈 값 안정대책, 정부가 나서야

최근 돼지고기 가격이 급락하면서 한돈 농가들이 정부의 대책을 요구하고 나섰다. 그도 그럴 것이 농가의 돼지 한 마리당 약 12만원 정도의 손실이 발생하고 있어 한돈 농가의 생존권까지 위협받고 있는 상황에 처했기 때문이다. 한돈산업은 쌀 다음으로 농업생산액 2위를 차지하고 있어 경제적 측면에서도 무시하지 못할 위치이기 때문에 문제는 더더욱 심각하다.

 

돼지 한마리를 키우는 데 드는 비용은 36만원이 소요되는데 돼지 한 마리 도매가격은 24만원으로 폭락했으니 돼지 사육 농가들은 속이 터질 노릇이다.

실상이 이렇다 보니 한돈협회에 따르면 한돈 농가당 평균 1억 6천만원의 손해를 봤고, 전체 한돈 농가 6.020호를 기준으로 따지면 피해액이 9500억원에 달한다고 한다. 이와 같은 상황이 3개월 이상 지속되면 한돈농가 10가구당 8가구 이상은 도산 위기를 맞을 것이라고 한다.

 

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최대 성수기라 할 수 있는 6월에도 돼지고기 1㎏ 당 가격은 생산비 수준인 4000원을 넘지 못할 것이라고 한다. 6월 이후에도 하락세를 면치 못할 것이란 전망이다.

 

사실 돼지고기는 한·칠레FTA, 한·미FTA, 한·EU FTA 등으로 관세가 하락되고 있다. 한돈협회에 따르면 2010년말 구제역 발생이후 정부가 물가안정을 위해 무관세로 돼지고기 31만 6천톤을 수입했다고 한다. 이를 포함한 수입 돼지고기는 2011년 370,334톤으로 2010년 대비 205.5% 증가했으며, 2012년에는 277,093톤으로 2010년 대비 154.3%로 증가했다고 한다.

 

한돈협회는 급기야 무역위원회에 돼지고기의 긴급수입제한조치, 즉 세이프가드(Safeguard) 발동신청서를 제출하기에 이르렀다.

 

돼지고기의 수입급증으로부터 국내산업을 보호해달라는 것이다. 「불공정무역행위조사 및 산업피해구제법」 제16조 제1항 따라 “무역위원회는 제15조에 따른 신청을 받으면 관계 중앙행정기관의 장의 의견을 들어 신청일부터 30일 이내에 조사의 개시 여부를 결정하고, 그 결과를 신청인과 관계 중앙행정기관의 장에게 알려야 한다”

그리고 제2항에 따라 “무역위원회는 제1항에 따라 조사의 개시를 결정한 때에는 그 결정일부터 4개월 이내에 특정 물품의 수입이 해당 국내산업에 심각한 피해를 미치는지를 판정하여야 한다. 다만, 그 조사내용이 복잡하거나 신청인이 정당한 사유를 제시하여 조사기간의 연장을 신청한 경우에는 2개월의 범위에서 그 기간을 연장할 수 있다”

무역위원회는 제16조에 따른 조사 결과 국내산업이 심각한 피해를 입고 있거나 입을 우려가 있다고 판정하면 그 판정일부터 1개월 이내에 관세율의 조정이나 수입물품 수량의 제한과 같은 조치를 할 수 있다(제17조). 세이프가드가 발동될 수 있겠지만 사육두수 과잉 때문이라면 다른 해결책을 고민해야 한다.

 

현재 한돈농가들은 정부의 지침에 따라서 어미 돼지를 20% 이상 감축하는 등의 자구 노력을 하고 있다. 얼마나 절박한 심정인지 충분히 짐작이 간다. 그러나 현재 정부가 내놓고 있는 정책을 보면 임기응변적이고 실효성이 거의 없어 보인다. 소비촉진행사나 육가공업체와 국산 돼지고기 이용 확대 대책이 그러하다.

 

정부의 이러한 대책을 바라보는 한돈농가들의 시선은 결코 긍정적이지 않다. 한돈농가에서는 세이프가드 발동 외에도 농림축산식품부에 구조적이고 근본적인 대책을 요구하고 있다. 정책자금 상환기간 연장 및 이자율 조정, 사료구매자금 긴급지원 및 안정화 대책, FTA 피해농가 폐업보상, 부위별 수급불균형 해소, 식육가공 전문판매점 개설 자금 지원, 돼지가격 안정을 위한 잉여물량 긴급 비축 지원, 구제역 피해농가 운영자금 긴급 지원 등이 대표적이다.

 

한돈농가에서 제시하고 있는 대책을 모두 수렴할 수는 없겠지만 당장 가능한 것은 우선 시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와 함께 제도적인 개선과 함께 한돈산업 체질 개선에 필요한 대책 역시 마련되어야 한다.

이러한 대책 외에도 수입 돈육에 대한 검역강화, 외국의 수출 작업장 위생점검 강화, 돼지고기 원산지표시 단속강화 등을 생각해볼 수 있다. 모두 제도적 개선 없이 당장 시행할 수 있는 대책들이다. 정부에서는 신속하게 시행할 필요가 있다.

 

농산물 가격이 올랐을 때 정부는 수입을 늘려 물가를 안정시키려는 경향이 매우 강하다. 그러다 보니 농가는 치명적인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이번 돼지고기 역시 마찬가지다. 수입량을 늘리면 당장 단기간 내에 물가는 안정시킬 수 있을지 몰라도 또 다른 피해는 막을 수가 없다. 정부가 계속하여 이러한 정책에 의존한다면 농민들의 절규는 계속될 것이고 정부는 또 다른 대책에 골몰하게 될 것이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수입에 의존한 물가 안전정책으로 많은 비판을 받았다. 박근혜 정부에서는 이러한 시행착오를 반복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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