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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로문 칼럼> 가습기 살균제 사고에 대한 몰염치한 기업의 태도

검찰이 가습기 살균제 사망사고가 발생한지 5년 만인 지난 1월에 특별수사팀을 조직해 수사에 나섰다. 환경보건시민센터에 따르면 지난 4일까지 자체적으로 피해 신고를 받은 결과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는 총 1528명이라고 한다. 이 가운데 사망자는 무려 239명이다. 참으로 어처구니가 없는 생명 경시의 후진국형 사고가 아닐 수 없다. 

 
사고를 유발한 몰염치한 기업에 대해서 정부는 뭘 했을까? 보상대책만 강구하는 것이 전부였을까? 기업의 자신의 잘못을 신속하게 인정하고 유가족 및 피해자에게 사과함으로써 마음의 상처를 달래주도록 하는 것도 정부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이러한 사고를 대하는 기업의 태도를 보면 정말 역겨울 지경이다. 5년이 지나도록 침묵을 지키던 가해기업 옥시레킷벤키저(이하 ‘옥시’), 롯데, 홈플러스는 검찰 수사가 시작된다고 하니 이제야 사과를 하는 등 보상 대책을 내놨다. 법적인 책임 이전에 기업윤리라고는 찾아볼 수가 없다.


검찰 조사 결과만 보더라도 옥시가 제조·판매한 독성 가습기살균제로 인한 사망자만 103명이다. 검찰이 파악한 사망자 146명을 기준으로 보면 대부분 옥시의 제품으로 인한 것이다. 독성값이 1을 넘으면 위험하다는데 옥시싹싹이나 롯데 와이즐렉 등은 무려 독성값 2500을 넘었다고 한다. 2011년 8월 31일 정부의 역학조사에서도 가습기 살균제와 폐손상 환자 및 사망자 사이의 관련성이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옥시의 부도덕과 불법은 도를 넘은 것으로 보인다. 옥시 직원에 따르면 제품 출시 이전에도 인체 유해성을 알고도 안전성 검사를 하지 않았다고 한다. 뿐만 아니라 증거인멸 및 은폐 혐의도 속속 밝혀지고 있다. 다른 연구원에 의뢰한 실험에서 폐손상 가능성이 있다는 결과를 알고도 은폐하려 했고, 자사에 불리한 실험 결과가 나오자 실험 내용을 기록에 남기지 말아달라고 요구했다고 한다. 더 나아가 검찰 조사 결과 서울대 연구팀에는 자사에 유리한 조건으로 실험을 맡겨 폐손상과 관련이 없다는 결과를 얻어내고 그 유리한 자료만 검찰에 제출했다고 한다.


분명 옥시 자사 제품의 이용으로 인해 사망 등의 피해가 발생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감추기에 급급했다. 옥시가 이처럼 후안무치의 행위를 한 것만 봐도 자사의 제품에 문제가 있었다는 것을 자인했다고 밖에 볼 수 없다. 문제가 있었다는 것을 충분히 알고 있었다면 용서를 빌고 보상 등의 대책을 강구하겠다고 무릎을 꿇고 머리를 조아리는 것이 옳다. 

   
인체에 유해할 것이라고 생각했다면 어느 정도 유해할 것인지에 대해서도 충분히 알 수 있었을 것이며, 지금과 같은 상황에 이를 것이란 예견도 가능했을 것으로 보인다. 옥시 측이 독성이 있고 유해하다는 것을 알았지만 그로 인해 사망에 이를 정도는 아닐 것이라 생각했다고 주장한다면 최소한 과실치사죄는 스스로 인정하는 것이라 봐야 한다.   


하지만 단순히 업무상 과실치사죄로 볼 사안은 아닌 것 같다.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죄를 물을만한 여러 정황도 포착되고 있기 때문이다. 가습기를 사용하는 사람은 거의 매일 이용하게 되고, 폐에 유해할 것이라 생각했다면 가습기처럼 거의 매일 사용하는 경우에는 사망할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았을 것이기 때문이다.  


가습기 살균제 사건을 대충 넘겨버린다면 우리 사회는 더 이상 미래가 없을 것이다. 정부가 피해자가 아닌 기업의 입장에서 문제를 해결하려 하고, 법원이 형식적 요건만 고려해 기껏 인과관계가 없어 죄가 없다고 판결해버린다면 이와 유사한 사건들은 계속해서 발생할 것이고, 우리 국민은 위험에 방치될 수밖에 없다.  

 
정부가 아무리 친기업적이라 해도 국민의 생명을 앗아가고 국민의 안전을 위협하는 기업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대응해야 한다. 이런 기업은 대한민국에 설 땅이 없도록 일벌백계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많이 논의되는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를 도입해야만 기업의 힘없는 직원 몇명 처벌받고 몇 푼 안되는 금액으로 보상했노라고 생색내는 기업의 행태를 막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또한 이러한 사고야 말로 집단소송의 대상이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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