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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량식품근절, 전시행정 전형?

식약처, 식품안전관리시스템 기능 마비

'불량식품 정의 말 말 말...' 영상 류재형기자


불량식품을 4대악으로 천명한 박근혜 정부가 출범 세 달을 맞았다. 박근혜 정부는 지난 3월 식품의약품안전청을 국무총리산하 ‘식품의약품안전처’로 승격시켰으며 식약처의 첫 수장으로 정승이 임명됐다.

 

정승 식약처장은 취임 당시 “식약처의 탄생은 국민 안전의 기본인 식품과 의약품의 안전부터 확실하게 하겠다는 대통령의 강한 의지 표현”이라며 “식품과 의약품 안전의 컨트롤 타워라는 자부와 긍지를 갖고 초대 식약처장으로서 불량식품 근절 대책을 마련해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푸드투데이는 박근혜 정부 출범 세 달, 정승 식약처장 취임 70일을 기록하며 함께 추진된 ‘불량식품 근절’은 어디까지 왔으며, ‘불량식품’의 정의는 식약처의 주장처럼 법제화 되지 않아도 상관없는 것인지 살펴봤다.

 

실체 없는 불량식품, 경찰도 ‘갈팡질팡’

식약처와 지방자치단체, 검찰청은 상설 합동단속체계를 구축해 올 6월까지 집중적인 단속을 벌인다고 밝혔다. 경찰은 100일 동안 부정·불량식품 집중단속을 실시하겠다고 공언했지만 불량식품의 정의가 애매하다 보니 일선 경찰들의 불만도 커지고 있다.

 

정승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은 지난 4월 3일 한국기자포럼이 끝난 후 푸드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불량식품은 좁은 의미에서 사람의 생명에 직접적인 유해요소가 되는 것”이라고 정의하고 “원산지 표시와 영양성분 미표기 제품도 해당이 되고 허위·과대광고도 포함 된다”며 다소 광범위한 범위를 밝힌 바 있다.

 

또, “기준이 구체적이지 못한 부분은 개선해가겠다”고 덧붙였지만 아직까지도 개선된 점은 없는 상황이다.

 

정 처장은 대통령 업무보고에서도 불량식품을 “사전적으로는 비위생적이고 품질이 낮은 식품을 의미하나, 통상 국민에게 불안감을 조장하는 모든 식품을 의미한다”고 모호하게 정의해 빈축을 샀다.

푸드투데이에 불량식품에 대한 개념을 문의해온 서울 시내의 한 경찰은 “정확한 경계선이 없다보니 실적 중심이 되고 어디까지 단속해야 하는지 의문”이라며, “법적 근거가 되는 식품위생법 102개 조항에는 어디에도 불량식품이라는 단어는 찾아 볼 수 없다”고 토로했다.

 

이에 대해 식약처 관계자는 “‘불량식품’의 사전적 의미는 비위생적이고 품질이 낮은 식품을 의미하지만 국민들에게 불안감을 조장하는 모든 식품”이라며, “부패와 변질로 인체에 유해한 것과 허위광고가 더해진 식품도 포함하는 것이 맞다”는 광범위한 발언만 되풀이했다.

 

또, “제조·가공·판매 유통 과정에 발생해 법을 위반하는 식품 모두가 불량식품이기 때문에 구체적인 정의를 명시할 필요성을 못 느낀다”고 덧붙였다.

 

영세식품업체, 때 아닌 ‘된서리’

불량식품의 정의가 명확하지 않기 때문에 생기는 또 다른 문제는 영세 업체에서 만든 제품들은 비위생적이고 건강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인식이 강해졌다는 것이다.

 

또, 학교 주변 불량식품 판매에 대한 단속이 강화되면서 영세업체의 매출은 가파르게 하락하고 있다.

 

문방구와 동네 슈퍼 등에 과자류를 납품해왔던 제과업체 대표는 “위해식품과 불량식품의 기준 근거를 마련해 영세업체 제품이 보호받는 것이 마땅하다”며, “대기업에서 만든 제품들도 수사에 나서면 털어서 먼지가 안나오겠냐”고 지적했다.

 

그는 “천연색소와 합성착향료 등의 첨가물들은 대기업이 제품도 똑같이 들어가는 것”이라면서 “식품위생법 등 관련 법령을 충실히 지키고 정기적으로 품질 검사를 받고 있지만 한 번 각인된 ‘불량’이란 꼬리표는 쉽게 떨어지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실제 문방구에서 판매되는 과자는 식품들은 모두 영양성분표시와 제조정보 등이 갖춰진 경우가 대부분이다.

 

‘호박 꿀맛나’와 ‘맛기차콘’을 생산하는 김영기 한진식품 대표는 “중소 업체가 대기업에 비해  뒤처지는 부분은 패키지와 마케팅 뿐”이라고 설명하며, “정당하게 영업허가를 받아 영업하는 업체를 불량식품이라고 하는 건 이치에 맞지 않는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식품전문가 없는 ‘식품안전콘트롤타워’

불량식품 정의에 대한 개념이 명확하지 않다보니 소비자들과 산업계에는 혼란이 가중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렇다보니 불량식품 정의 개정안 발의는 여야 국회의원들을 중심으로 활발히 이뤄져왔다.

 

지난 3월 민주당 신학용 국회의원이 대표 발의한 개정안에는 위해식품 분류에 ‘불량식품’을 추가했다.

 

이에 대해 신학용 의원은 “제조과정에서 인체에 유해한 원료를 사용하거나 건강을 해칠 우려가 있는 등 총리령으로 정하는 유해한 식품으로 정의해 발의했다”며, “위해식품 판매가 적발된 경우 징역 및 벌금 등 처벌 기준이 마련된 반면, 불량식품은 정의조차 불분명하고 판매 행위 처벌에 대한 구체적 기준이 없어 단속은 주먹구구식으로 이뤄져 온 것은 사실”이라고 밝혔다.

 

새누리당 한선교 의원 역시 3월에 부정ㆍ불량식품 대한 법적 정의를 담은 식품위생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당시 한선교 의원은 “부정ㆍ불량식품의 의미가 모호하고, 행정처분을 할 수 있는 규정이 불확실해 단속에 혼란을 주고 있다는 지적 때문에 개정안을 발의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불량식품’이라는 단어 자체에도 문제가 있다고 말한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불량식품’이라는 용어 자체가 우리나라 식품산업 전체를 매도하는 경향이 있다”며, “식품안전 일원화를 위해 280명이 증원된 식약처가 ‘불량식품’의 정의도 모르고 혼란을 가중시키는 것은 결국 식약처에 제대로 된 식품전문가는 없다는 걸 보여주는 꼴”이라고 말했다.

 

또, “국가기관에서 정책의 용어를 쓸 때는 법령과 행정규칙에 맞게 써야하는데 불신감을 주는 ‘불량식품’이라는 단어를 그대로 쓰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두희 고대 경영대학장은 “초등학교 앞 불량과자를 연상케 한다는 지적이 많기 때문에 국민들에게 설득이 힘들다면 공모를 통해 공감할 수 있는 용어를 새로 찾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현존하는 식품위생법에 대한 문제점도 제기된다. 오상석 이화여대 식품공학과 교수는 “우리나라의 식품위생법의 경우 일본의 법을 근간으로 제정돼 시대적 변화에 뒤쳐진 것이 사실”이라며, “소비자 보호를 기본으로 규제하는 미국의 식품의약품법처럼 개념을 세워 새로운 식품위생법으로 탈바꿈해야한다”고 강조했다.

 

식약처 관계자는 “아무런 시스템이 정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불량식품에 대한 계획을 세우다 보니 문제가 많은 것은 인정한다”며, “올해는 조직정비만 제대로 해도 다행이라는 것이 내부의 목소리”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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