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드투데이 = 노태영 기자] 29일 오전 11시, 서울 중구 농협중앙회 본관 앞. "농민이 살아야 농협도 산다"는 외침이 울려 퍼졌다. 전국한우협회 임원들과 한우농가 20여 명이 집결해 ‘사룟값·도축비 인상 철회’를 촉구하며 기자회견에 나섰다. 농민 생존권을 건 투쟁 현장에 농협 조직의 수익 우선주의를 성토하는 목소리가 거세게 터져 나왔다.
현장에 선 한우농가들은 “희망농업, 행복농촌을 만들겠다던 농협이 이제는 농민을 외면한 조직으로 전락했다”고 성토했다. 농업인의 자조적 협동조직으로 출발한 농협이 본래 취지와 목적을 잃고, 이제는 농협조직 자체의 이익만을 좇고 있다는 비판이다.
특히 협회는 “농협중앙회장이 취임한 이후 변화와 혁신을 외쳤지만 정작 타깃이 된 것은 농민이었다”며 “농민의 경제사업까지 수익성과 조직 평가 중심으로 전환하면서, 현장의 농가들은 피눈물을 흘리며 폐업 위기에 내몰리고 있다”고 강조했다.

한우농가들은 “소값 폭락에 생산비 급등으로 이미 4년째 적자를 견디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농협이 사료 1kg당 13원 인상, 도축비 1두당 1만 원 인상을 단행한 것은 농민을 죽이는 일”이라고 분노를 쏟아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4년 기준 한우 1두당 적자 규모는 평균 160만 원에 달하며, 최근 2년간 1만여 농가가 폐업했다. 여기에 농협은 5월 29일부터 사료 1kg당 13원 인상, 6월 1일부터 도축비 1두당 1만 원 인상을 예고하며 논란을 키웠다.
민경천 한우협회장은 “농협은 더 이상 농민을 위한 조직이 아니다. 농민의 눈물과 땀으로 키워진 조직이 오히려 농민을 벼랑 끝으로 내몰고 있다”며 “사룟값 인상 근거로 제시한 환율과 곡물가는 이미 하락세에 접어들었고, 오히려 선제적 인하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제 한우농가는 더는 물러설 곳이 없다. 농협이 농민을 버린다면 우리도 농협을 버릴 수밖에 없다”며 6월 중 1만 명 규모의 대규모 항의 집회를 예고했다.
박영철 강원도지회장은 “지도자로서 나 하나 편하자고 농장에만 있을 수 없었다”며 “사룟값과 도축비 인상은 결국 농가에 고통만 떠안기는 구조”라고 토로했다. 그는 “웃음이 사라진 농가, 비어가는 축사, 떠나는 이웃들… 농촌은 지금 참혹하다”며 “농협이 외면한다면 농민은 어디에 기대야 하느냐”고 반문했다.

이어 윤순성 전남도지회장은 “농협사료는 적자가 아니다. 흑자로 다른 계열사의 손실을 메우고 있다”며 “그 부담을 농민에게 전가하는 것은 협동조합의 정신을 배반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날 기자회견 참가자들은 일제히 “사룟값·도축비 인상 즉각 철회하라”, “농협은 농민의 조직임을 잊지 말라”는 구호를 외치며 현장을 울렸다. 현장에 내걸린 피켓에는 “농협은 돈벌이에만 혈안”, “농민 고통 외면 말라”, “이익만 쫓는 가짜 농협”이라는 문구들이 적혀 있었다. 농협의 존재 이유를 되묻는 듯한 구호가 줄지어 터져 나왔다.
전국한우협회는 이번 사태를 단순한 가격조정 문제가 아닌 “농민 생존권을 위협하는 구조적 문제”로 규정하고, 사룟값과 도축수수료 인상 전면 철회를 거듭 요구했다.
한우협회는 이날 기자회견을 마친 후 “농협이 끝내 입장을 바꾸지 않는다면 6월 중 대규모 농민 집회를 열어 새 정부 대통령에게 직접 호소하겠다”고 밝혔다. 전국에서 모인 1만 명 규모의 항쟁으로 농협 구조 개편과 농업 정책 혁신을 촉구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