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푸드투데이 = 황인선기자] 정부가 유전자변형식품(GMO) 완전표시제 도입을 추진하면서 간장을 올해 12월 31일부터 우선 시행하기로 하자 간장업계가 형평성 문제를 제기하고 나섰다. 그동안 높은 원가에도 불구하고 Non-GMO 원료를 사용하며 자발적으로 관리해온 노력에 대한 인센티브는 커녕 오히려 타 품목보다 빠른 시행으로 규제 부담만 떠안게 됐다는 주장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처장 오유경)는 27일 간장, 당류, 식용유지류를 GMO 표시 대상으로 확대하는 ‘유전자변형식품 등의 표시기준’ 개정안을 행정예고했다. 개정안에 따르면 식품용으로 승인된 유전자변형 농축수산물을 원재료로 사용한 간장·당류·식용유지류는 최종 제품에 GMO DNA나 단백질이 남아 있지 않더라도 ‘유전자변형식품’, ‘유전자변형 ○○ 포함’ 등으로 표시해야 한다.
다만 시행 시기는 품목별로 차등을 뒀다. 간장은 2026년 12월 31일부터 즉시 적용되고, 구분관리 시설 개보수와 원재료 확보 준비기간이 필요한 당류·식용유지류는 2027년 12월 31일부터 1년 유예된다.
“준비 잘 됐다는 이유로 먼저?”…시행 시점 형평성 쟁점
간장업계는 “사실상 준비가 잘 돼 있다는 이유로 먼저 적용되는 것 아니냐”며 불만을 드러냈다.
한 간장업체 관계자는 "그동안 원가가 높아도 비(非)유전자변형(Non-GMO) 콩을 사용하며 자율적으로 관리해왔는데, 잘해왔다는 이유로 먼저 적용하는 것은 역차별”이라며 “타 품목과 동일한 적용 시점을 부여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말했다.
업계는 제도 도입 자체보다는 '표시 체계의 불균형'에 더 큰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Non-GMO 써도 ‘0%’ 아니면 표시 불가
현행 제도상 ‘Non-GMO’ 또는 ‘무유전자변형식품’ 문구를 사용하려면 GMO가 '불검출(0%)'이어야 한다.
그러나 재배·수확·유통 과정에서 바람이나 인접 재배지의 영향 등으로 3% 이내의 ‘비의도적 혼입’이 발생할 수 있다. 일부 국가에서는 이러한 혼입 범위를 일정 수준까지 허용하고 있으나, 국내에서는 표시 기준상 인정되지 않는다. 그 결과 Non-GMO 원료를 사용하더라도 불검출(0%)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면 제품에 ‘Non-GMO’라고 표시하거나 광고할 수 없다.
장류업계 관계자는 “업계는 비싼 Non-GMO 콩을 쓰면서도 표시 기준이 엄격해 ‘Non-GMO 제품’이라는 말을 못 쓴다”며 “소비자 입장에서는 아무 표시가 없는 제품을 보고 ‘GMO인데 표시를 안 한 건지, Non-GMO인데 표시를 못 한 건지’ 오해할 소지가 크다”고 지적했다.
이에 업계는 비의도적 혼입치를 감안한 표시 허용, 또는 Non-GMO 원료 사용 제품에 대한 정부 차원의 명확한 안내·홍보 대책 마련을 요구하고 있다.
식약처 “0% 기준 유지…소비자 혼란 우려”
이에 대해 식약처는 Non-GMO 불검출 기준(0%)을 유지한다는 입장이다.
식약처 관계자는 “GMO 불검출 기준은 국가별 농산물 생산 여건과 자급도에 따라 다르게 운영된다”며 “기준을 완화할 경우 소비자 혼란이 발생할 수 있고, 국산 원료를 사용하는 제품에 대한 역차별 우려도 있다”고 설명했다.
또 “현행 기준은 소비자·시민단체, 산업계 등이 참여해 사회적으로 합의한 사안”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국내 간장 시장은 가정 내 조리 감소와 간편 소스류 확산으로 성장세가 둔화된 상황이다. 간장은 한 번 구매하면 5~6개월 이상 사용하는 저회전 품목으로, 구매 빈도가 낮아 시장 성장성이 제한적인 구조다. 이런 상황에서 추가 비용이 발생할 경우 업계 수익성에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소비자의 알 권리 보장이라는 취지에는 동의한다”면서도 “정부가 어떤 제품이 Non-GMO 원료를 사용한 것인지 명확히 알릴 수 있는 홍보·가이드라인을 마련하지 않으면 시장 혼란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