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드투데이 = 노태영 기자] 국산 콩 생산량이 사상 최고 수준으로 확대됐지만, 소비 시장은 이를 따라가지 못하며 구조적 경고음을 내고 있다. 정부의 전략작물 정책으로 재배면적과 생산 기반은 빠르게 성장했으나, 늘어난 물량 상당 부분이 정부 비축으로 흡수되면서 ‘증산–비축 의존–가격 불안’의 악순환이 고착화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1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산 콩 소비활성화를 통한 산업발전 방안 토론회’에서는 국산 콩 산업이 생산 중심 정책의 한계를 넘어 소비 기반을 설계하는 구조 전환이 시급하다는 데 정책·산업·소비자 측의 공감대가 형성됐다.
“생산만 늘려선 지속 불가능”…국회 경고
어기구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장은 개회사에서 “최근 국산 콩은 생산량이 확대됐음에도 불구하고 소비를 뒷받침하는 정책이 균형 있게 작동하지 못해 재고 누적과 판로 부족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며 “이는 콩 시장 전반의 불안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윤준병 의원도 “국산 콩은 수입산 대비 약 3~4배 높은 가격 구조로 인해 소비 확대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정부 비축량은 늘어났지만 이를 흡수할 소비 기반과 유통 대책은 충분하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국산 콩은 Non-GMO라는 분명한 가치가 있는 만큼 소비자가 이를 인식하고 선택할 수 있도록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생산은 늘었지만, 소비는 정체
농림축산식품부와 업계 자료에 따르면 국산 콩 생산량은 논타작물 재배 확대와 전략작물직불제 도입 이후 가파르게 증가했다. 2018년 약 9만 톤 수준이던 생산량은 2025년 16만 톤 안팎으로 늘었고, 자급률도 35~39% 수준까지 개선됐다. 정부는 이러한 생산 기반 확대를 바탕으로 2027년까지 콩 자급률을 43.5%로 끌어올린다는 목표를 제시하고 있다.
문제는 소비다. 국내 콩 소비는 연간 30~35만 톤 규모에서 큰 변화가 없고, 이 가운데 국산 콩이 차지하는 비중은 10~11만 톤 수준에 머물러 있다. 수입 콩이 20~25만 톤의 수요를 차지하고 있다. 늘어난 생산량을 흡수하지 못한 물량은 정부 비축으로 유입되지만 비축 물량은 연 6만 톤으로 고정돼 있어 생산 증가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김대식 한국들녘경영체중앙연합회 회장은 “국산 콩 산업은 공급 확대–가격 하락–정부 비축 의존이라는 구조적 한계에 직면해 있다”며 “정부 비축은 해법이 아니라 완충장치, 즉 보험의 역할이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 회장은 “현재 연간 6만 톤 수준의 비축으로는 15만 톤에 달하는 생산량을 감당하기 어렵다”며 “정책의 질문은 ‘얼마나 생산할 것인가’가 아니라 ‘어디에서 어떻게 소비할 것인가’로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해법으로 공공급식 편입, 고령친화 단백질 식품 확대, 지역 기반 소비 체계 구축을 제시했다.
가격 격차, 소비 확대의 최대 걸림돌
소비 정체의 가장 큰 원인으로는 국산과 수입 콩 간 가격 격차가 지목됐다. 2025년 기준 국산 콩 공급가격은 kg당 약 4,100원 수준인 반면, 수입 콩은 1,400원 안팎으로 약 3배 차이가 난다. 이 격차는 가공업체와 외식·급식 시장에서 국산 전환을 가로막는 구조적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승재 풀무원식품 상무는 “국산 콩 소비 확대의 핵심 과제는 식용 시장 안에서 수입 콩과의 경쟁 구조를 어떻게 전환하느냐에 달려 있다”며 “kg당 약 3배에 달하는 가격 격차는 가공업체가 품질이나 브랜드만으로 감내하기 어려운 수준”이라고 말했다.
현재 국내 대두 시장은 연간 약 140만 톤 규모로, 이 가운데 식용 대두는 약 26만 톤에 불과하다. 식용 시장을 용도별로 보면 유지류가 약 56%(약 7만8000톤)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이어 두부류 등 연식품이 약 16%(약 2만2000톤), 장류 5%(약 6900톤), 두유 2%(약 2500톤), 기타 용도가 약 21%(약 2만9000톤)로 구성돼 있다.
이 상무는 “문제는 이 가운데 유지류처럼 식용 시장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영역이 사실상 수입 콩 중심으로 형성돼 있다는 점”이라며 “국산 콩이 실질적으로 경쟁 가능한 영역은 두부·장류·두유처럼 원산지와 품질을 소비자가 인지하는 일부 품목에 국한돼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정부의 국산 콩 직배 할인공급 이후 두유와 장류 등 일부 품목에서 국산 사용량이 반등한 것은 사실”이라며 “이는 국산 콩이 구조적으로 불가능한 원료가 아니라는 점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풀무원 측은 정책의 지속성을 핵심 조건으로 꼽았다. 이 상무는 “국산 콩 직배 할인공급은 분명한 효과가 있지만, 단년도 정책으로는 기업의 원료 조달 구조를 바꾸기 어렵다”며 “최소 3~5년 이상 중기적 운영이 전제돼야 실질적인 전환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소비자 “비싸다면 이유를 설명해야”
윤명 소비자시민모임 사무총장은 “소비자들은 콩을 건강한 식품으로 인식하고 있지만 국산 콩은 가격 때문에 일상적인 선택지가 되지 못하고 있다”며 “국산 콩이 왜 비싼지, 어떤 가치를 지니는지에 대한 설명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윤 사무총장은 “Non-GMO, 안전성, 지속가능성 같은 가치가 투명하게 전달될 때 소비자는 기꺼이 선택할 수 있다”며 “학교·공공급식을 통한 경험 확대와 식생활 교육도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aT “할인·가공 지원으로 실수요 창출 중”
문인철 aT 수급이사는 “국산 콩은 가격 구조상 자연 경쟁만으로 소비 확대를 기대하기 어려운 품목”이라며 “공사는 비축 물량을 활용한 할인 공급과 가공 지원을 통해 실수요 창출에 집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aT에 따르면 2025년 한 해 동안 국산 콩 약 2,500톤을 할인 공급해 가격 인상 부담을 완화했고, 이를 통해 약 6,200톤 규모의 추가 수요를 유도했다. 또 국산 콩 가공제품 패키지 지원사업을 통해 2024년 10개 업체, 2025년 14개 업체가 국산 콩 활용 제품을 출시했다.
문 이사는 “2026년에는 관련 예산을 전년 대비 150% 확대해 45억 원 규모로 운영할 계획”이라며 “원물 구매부터 제품 개발, 포장, 유통까지 전 과정을 지원해 국산 콩 접근성을 높이겠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