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국산 콩 승부처는 식용 시장”…업계, 소비 구조 전환 촉구

식용 대두 56% 유지류, 수입산 고착…전환 가능 시장부터 공략해야
풀무원·연세유업 “가격 격차 해소·품질 표준화 없인 소비 확대 한계”

[푸드투데이 = 황인선기자] 국산 콩 생산량이 빠르게 늘고 있지만 식품업계는 소비 확대의 관건으로 식용 시장 구조 전환을 꼽았다. 특히 식용 대두 가운데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유지류 시장이 수입산 중심으로 고착된 상황에서 국산 콩 소비 확대는 모든 영역이 아닌 ‘전환 가능한 시장’에 집중하는 전략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같은 진단은 1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산 콩 소비활성화를 통한 산업발전 방안 토론회’에서 제기됐다. 어기구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장과 윤준병.김선교 의원이 공동 주최한 이날 토론회에서 식품 기업들은 국산 콩 소비 구조의 한계와 현실적인 전환 경로를 공유하며, 소비 확대의 전제 조건으로 수입산과의 가격 격차 완화와 용도별 품질 표준화를 공통적으로 지목했다.

풀무원 “국산콩 소비 확대, 식용 시장 안에서의 경쟁 전환이 핵심”

 

토론자로 나선 이승재 풀무원식품 구매·SCM운영본부 상무는 “국내 대두 시장은 연간 약 140만 톤 규모지만, 이 중 국산은 2023년 기준 약 13만 톤에 불과해 공급 구조 자체가 이미 수입 중심”이라며 “결론적으로 국산 콩 소비 확대는 식용 시장 안에서 수입 콩과의 경쟁·전환이 핵심 과제”라고 말했다.

 

풀무원에 따르면 식용 대두는 전체 대두 시장 가운데 약 26만 톤 규모다. 이 식용 시장을 용도별로 보면 유지류가 약 56%(약 7만8000톤)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두부류 등 연식품이 약 16%(약 2만2000톤), 장류 5%(약 6900톤), 두유 2%(약 2500톤), 기타가 약 21%로 구성돼 있다.

 

이 상무는 “식용 시장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유지류는 사실상 수입산 중심 영역으로, 국산 콩 사용이 극히 제한적”이라며 “이 구조가 국산 콩 소비 확대가 더딘 가장 큰 이유”라고 설명했다. 반면 “두부·장류·두유처럼 원료의 정체성과 품질을 소비자가 인지하는 품목에서는 국산 콩이 실제로 의미 있게 사용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국산 콩 소비가 정체된 가장 직접적인 원인으로는 가격 격차가 지목됐다. 이 상무는 “2024년 기준 국산 콩 가격은 kg당 약 5500원 수준인 반면, 수입 콩은 1200~1400원으로 격차가 3배 안팎”이라며 “이 정도 차이는 가공업체가 품질이나 브랜드 프리미엄만으로 흡수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정부의 국산 콩 직배 할인공급 이후 두유와 장류 등 일부 품목에서 국산 콩 사용량이 소폭이나마 반등한 것은 사실”이라며 “이는 경쟁 전환이 구조적으로 불가능하지 않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연세유업 “두유 시장은 기회…프리미엄 설계가 관건”

 

전찬오 연세유업 팀장은 두유 시장을 국산 콩 소비 확대의 핵심 가능 영역으로 꼽았다. 두유를 포함한 식물성 음료 시장은 2025년 약 1조 원 규모로 추정되며, 이 가운데 두유가 약 70%를 차지한다.

 

다만 국산 콩 두유의 비중은 금액 기준 25~30%, 물량 기준 약 18%에 머물러 있다. 전 팀장은 “국산 콩 두유는 ‘우리콩’이라는 추상적 이미지 외에 가격 프리미엄을 설득할 구체적 가치 전달이 부족하다”며 “온라인 시장에서는 여전히 수입 콩 두유와 가격 경쟁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서리태·서목태 등 검정콩 계열은 맛과 영양 특장점을 앞세워 프리미엄 가격 형성이 가능했다”며 “저당·고단백·무첨가 트렌드에 맞춰 국산 콩 두유의 품질과 영양 가치를 가격에 반영할 수 있도록 기업과 정부의 역할 분담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생산자 "무조건적 보장 대신 고품질 콩 생산에 주력할 것"

 

생산 현장을 대표해 참석한 이상진 모가영농조합법인 대표는 양적 증산을 넘어선 ‘질적 소비 확대’를 주장했다.


이 대표는 “전략작물 직불제 확대 이후 콩 생산량은 2020년 8만 톤에서 2024년 15만5000톤으로 급증했지만, 소비 구조는 여전히 수입 콩과 분리된 프리미엄 시장에 머물러 있다”고 말했다.

 

그는 “증가한 생산량이 정부 비축 의존으로 이어지는 구조는 지속 가능하지 않다”며 “이제는 ‘양적 증산’을 넘어, 품질·용도 중심의 ‘질적 소비 확대’로 정책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업계 관계자들은 국산콩 자급률 향상이 단순한 농가 소득 증대를 넘어 국가 식량안보와 직결되는 만큼, 제조기업에만 고비용을 전가해서는 안 된다는 점에 공감대를 형성했다.

 

미국의 대두 협회처럼 국산콩을 대표하는 통합 조직을 구성해 조직적인 홍보를 전개하고, 학교 급식이나 군 급식 등 공공 시장에서 국산콩 의무 사용 비율을 설정하는 등 실질적인 판로 확대 방안도 비중 있게 논의됐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정부의 전략 작물 육성 의지는 확인됐지만 시장에서 지속 가능한 소비가 일어나려면 결국 국산콩이 ‘수입콩을 대체할 수 있는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며 정책의 지속성을 거듭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