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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수 칼럼] 세계 환자안전의 날을 맞이하여

김진수 푸드투데이 논설실장

WHO는 2019년 5월 제72차 세계보건총회에서 매년 9월 17일을 ‘세계 환자안전의 날’로 지정하여 국제 캠페인으로 자리 잡고 있다.

 

WHO가 세계 환자안전의 날을 지정한 것은 의료행위 중 발생하는 의료오류, 감염, 오진, 투약오류, 낙상 등으로 인해 매년 수백만 명의 환자가 사망하거나 심각한 피해를 입는 것으로 확인됐기 때문이다. WHO 보고서에 따르면 저소득 및 중간소득 국가에서는 의료과오로 연간 260만 명 이상이 사망하는데, 이는 병원 입원환자 10명 중 1명꼴로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세계 환자안전의 날 캠페인의 목적은 첫째, 환자 안전에 대한 전 세계적인 인식 제고다. 의료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사고, 실수, 감염, 의료오류 등을 줄이기 위한 예방의 중요성을 알리고, 환자와 가족, 보건의료인, 정책 입안자 모두의 참여와 행동 변화를 유도하는 것이다. 둘째, 안전한 의료 제공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다. 안전한 진료 시스템과 프로세스를 확립해 의료의 질 향상을 도모하고, 의료사고로 인한 불필요한 손상과 사망을 방지하기 위함이다. 셋째, 환자 중심의 문화를 조성하는 것이다. 환자가 단순한 수혜자가 아니라 치료 과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주체가 되도록 “Nothing about me, without me(나에 관한 것은, 나 없이 하지 말라)”라는 정신을 강조한다. 넷째, 글로벌 캠페인을 통한 정책적 변화를 유도하는 것이다. 각국 정부와 의료기관이 환자안전 관련 법률, 정책, 지침을 마련하도록 촉구하며, 국제적 협력과 정보 공유를 활성화하기 위함이다.

 

우리나라에서 WHO가 선정한 2025년 세계 환자안전의 날 주제는 “소아를 위한 안전한 의료”다. 이날 행사에서는 소아 환자 안전 관련 안내문, 포스터, 홍보물 등이 제공되며, 기관별로 이를 활용한 홍보활동이 전개된다. 또한 환자·보호자·의료진 등이 참여하는 퀴즈, 다짐 적기 등 체험형 프로그램이 마련되고, 복약 안내 및 처방전 체험, 복용법 실습, 도장 찍기 등 다양한 참여형 행사도 진행될 예정이다.

 

환자안전 핵심 메시지에서 WHO는 ‘환자와 함께 만드는 환자안전’을 강조하며, 수술·투약·감염·산모·신생아·정신건강·장기요양 등 고위험 영역을 중점 관리 대상으로 제시했다. 또 실수를 숨기기보다 학습 기회로 삼아야 한다며 조직 전반의 환자안전 리더십 확보를 강조했다. 한국 정부는 의료진에게 정확한 진단, 처치 전 확인, 오·투약 예방, 낙상 예방 등을 강조하고 있으며, 의약품과 관련해서는 고위험 약물 관리, 상호작용 검토, 복약지도, 의료기기와 관련해서는 점검·소독·사용법 숙련·안전수칙 준수, 영양·조리와 관련해서는 질환별 식이, 위생조리, 알레르기 식단 관리 등을 강조하고 있다.

 

한국의 환자안전을 위해서는 미국, 영국, 일본 등 해외의 앞선 사례를 참고해 보완할 필요가 있다. 첫째, 병원마다 전 직원이 위험을 인식하고 근접오류까지 즉각 보고·대응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둘째, 환자나 보호자가 의료진의 치료나 상태 악화에 우려를 표할 경우 중립적 검토 요청 시스템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 셋째, 보고 시스템을 강화해 자발 및 필수 보고 사건을 근본원인 분석으로 이어가고, 교훈 문서화·공유 매뉴얼 제작·환자 및 가족 피드백 보고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넷째, 출산·신생아·수술·투약 오류·감염·낙상 등 고위험 분야에 단기 목표를 설정하고 집중 관리해야 한다. 다섯째, 의료진·간호사·조리사 등 전 직원 대상 환자안전 기본교육과 고위험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 여섯째, 병원 경영자 및 정부 차원에서 안전 책임자 역할을 명확히 하고, 인력·자원 확보와 정책·법적 뒷받침을 강화해야 한다.

 

우리나라는 환자안전법을 제정한 데 이어 환자안전을 위한 정부 노력을 지속적으로 강화하고 있다. 그러나 단순한 사고 방지 중심을 넘어, 시스템 차원의 문화·제도·교육·기술 혁신이 병행돼야 한다. 해외 사례를 거울삼아 제도를 보완해 나갈 때, 우리나라 의료현장의 환자안전도 더욱 보장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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