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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기초연금공약 삐걱

김진수 명지대교수

젊은이에게는 무상보육, 노인과 장애인에게는 기초연금 2배 인상을 약속하고 대통령으로 당선되어 막상 공약을 이행하려 하니 정부재정 부족으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는 것이 박근혜정부의 실상이다.
 

야당에게는 호재를 주고 있는 셈이다. 관련 정책토론회에서 한 야당의원이 ‘재정 부담을 처음부터 알고도 공약했다면 명백한 포퓰리즘이자 대국민 사기극이고 모르고 공약했다면 준비 안 된 대통령’이라고 맹공을 가하고 있다.
 

기초노령연금 약속은 후보시절 잘 나가는 공약 중의 하나로 표를 얻는데 일등공신 역할을 했다. 더욱이 당선되면 꼭 실행하겠다고 해서 대다수 가난한 노인들이 많은 기대를 걸며 기다리고 있다. 재원부족으로 공약을 실천할 수 없다고 섣불리 변명할 사항은 아니라고 본다.
 

기초연금이 국민연금과 같은 연금이라는 연유로 국민연금재원을 활용하겠다고 하자 국민들의 여론이 반기를 들었다. 국민연금수급권자의 급여액수도 신통찮은데 마땅히 정부재정으로 지출해야 할 공적부조성질의 기초연금을 국민연금가입자의 돈으로 메꾸자는 것은 논리적으로도 맞지 않기 때문이다.
 

결국 지난 7월 국민행복연금위원회가 정부와 합의한 결과를 토대로 기초연금은 전액 조세로 조달하여 내년 7월부터 시행하겠다고 발표하였다. 충분한 사전 검토 없이 무리하게 기초연금을 인상하겠다고 공약한 것이 화근이 된 것이다.
 

복지정책이 아니더라도 정부의 정책이라면 적어도 사전 계획적이어야 하고 장기적인 마스터플랜 속에 포함되어 있어야 한다. 필요하다면 사전 시범사업으로 효율성과 효과성 그리고 부작용 등을 알아봐야 한다. 특히 자원이 많이 소요되는 사업이라면 재원충당이 가능한지를 먼저 따져보는 것이 순서이다.
 

사실 노인 기초연금의 인상은 가장 시급히 해결해야 할 복지시책 중의 하나임에는 틀림이 없다. 우리나라 노인들의 빈곤률과  자살률이 OECD 국가 중에서는 가장 높아 노인들의 삶의 질은 말이 아니기 때문이다. 어느 당의 공약이라 하더라도 공약으로서의 가치와 충분한 우선순위를 가지고 있다고 본다.


비단 빈곤 노인뿐 아니라 아직도 복지의 사각지대는 널려 있다. 복지정책을 제대로 시행하기 위해서는 기초연금을 제외하고도 기초생활보장제도 기준완화에 드는 비용, 영세근로자에 대한 사회보험료 지원확대, 젊은이들에게 일자리 나누기, 보육시설확충 등 많은 시급한 복지과제들이 정부의 재원을 기다리고 있다. 복지정책은 재원을 어떻게 마련할 것이냐가 성공의 관건이다. 
 

아직도 정부의 예산은 종전의 예산항목을 중심으로 증액하는 점증주의적 예산편성을 기조로 하고 있다.  복지선진국의 경우 복지예산이 정부예산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음을 감안할 때 우리나라도 이제는 예산편성제도와 우선순위를 조정할 필요가 있다. 국가경제가 발전할수록 인간다운 삶을 유지하기 위한 사회복지에 많은 정부재정이 지출되고 복지에 대한 국민들의 요구 또한 강하게 표출된다.
 

국회나 정부는 이러한 시대의 요구와 변화에 맞춰 정부예산편성 원칙을 달리해야 한다. 소위 제로베이스 예산편성 원칙을 고수하여 꼭 필요한 곳에 국민세금이 사용되도록 기존의 불요불급한 예산항목은 과감하게 버려야 한다. 반드시 필요한 예산항목을 중심으로 예산을 배분하고 예산을 집행할 수 있게 해야 한다.
 

앞으로 각종 선거공약 시 예산이 수반되는 복지공약은 가급적 자제토록 하고 정부의 사전승인을 득하도록 하는 등 실행이 불가한 선심성 공약을 근원적으로 차단하는 장치를 할 필요가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정부나 국회에 국가복지정책전문기구를 설치하고 장기적인 국가복지청사진의 프로젝트를 추진하여야 한다.
 
 
이번 기초연금공약의 경우에는 정부의 관련전문위원회에 검토를 의뢰하고 심의결과를 중심으로 대안을 마련하되 원안대로 실행이 불가할 때에는 공약당사자가 국민에게 이해를 구한 후 공약실천계획을 수정하여 발표해야 한다. 현재 빈곤노인층이 45%임을 감안하면 그 대상과 인상금액을 우선 절반정도로 하고 연차적으로 금액과 대상을 확대하는 방향을 제시할 수 있을 것이다.
 

이제 우리나라도 잘 사는 만큼 가난한 이웃과 더불어 살아가는 복지정책에 대한 인식과 사고방식이 달라져야 한다. 정부는 타 부문 예산을 절감하여 복지예산의 배분비율을 연차적으로 확대하고 필요하다면 세수를 증액시켜 복지재원으로 과감하게 활용하는 정책도 추진할 수 있어야 한다.
 

나아가 보편적 복지가 금과옥조인양 고집할 것이 아니라 이미 시행하고 있는 복지정책이라도 내실 있게 추진할 수 있도록 재원 확보 등의 노력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새로운 복지정책의 시행에 있어서도 보편적 복지보다 선별적 복지부터 우선 시작해서 국가재정형편에 따라 확대 또는 보편적 복지로 나아가는 지혜를 발휘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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