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이 국경을 넘어 빠르게 유통되는 시대다. 하나의 식품이 전 세계 식탁에 동시에 오르는 풍경도 이제 더 이상 낯설지 않다. 실제로 2022년 벨기에산 초콜릿에서 살모넬라균이 검출되면서 유럽과 북미 등 10여 개국에서 150명 이상의 식중독 환자가 발생했고, 전 세계적인 회수 조치가 동시에 이뤄졌다.
이 사례는 식품안전 문제가 더 이상 특정 국가에 국한되지 않으며, 국제 공급망을 타고 순식간에 확산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이제 식품안전관리는 개별 국가의 관리 범위를 넘어 국제 공급망 전반이 함께 고려하고 대응해야 할 공동의 과제가 됐다.
이러한 흐름 속에 케이-푸드(K-Food)의 세계 시장 진출도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우리나라 식품 수출액은 2020년 9조 4,200억 원에서 2024년 14조 5,300억 원으로 증가하며 연평균 7.15%의 성장세를 보였다. 라면, 김치, 간편식(HMR) 등 다양한 품목이 세계 시장에서 인기를 얻으며 K-푸드는 글로벌 식품 시장에서 하나의 브랜드로 자리 잡고 있다.
식품산업의 세계화가 가속화될수록 식품안전관리는 글로벌 시장에서 신뢰를 확보하기 위한 필수 조건이 되고 있다. 안전한 식품 생산을 위해서는 원료 관리부터 제조·가공에 이르는 전 과정에 걸친 체계적인 관리가 필요하며, 그 중심에는 해썹(HACCP)이 있다.
해썹은 1995년 식품위생법에 법적 근거가 마련된 이후 지난 30년간 우리나라 식품안전관리의 핵심 제도로 자리 잡았다. 2025년 기준 소비자 인지도는 95.3%에 달하며, 과자·빵·우유·소시지 등 일상적인 식품 대부분에 해썹 마크가 적용되고 있다. 또한 국내에서 생산·유통되는 가공식품 생산량의 약 91.4%(2025년 12월 말 기준)가 해썹 인증 제품에서 생산될 정도로 식품산업의 성장과 소비자 신뢰 확보에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
그러나 최근 식품산업을 둘러싼 환경은 더욱 복합적으로 변하고 있다. 교역 확대와 함께 식품방어, 식품사기 예방, 알레르기 유발물질 관리 등 새로운 요소들이 식품안전관리 영역으로 확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필요성은 실제 국제 사례에서도 확인된다. 2013년 일본에서는 공장 직원이 고의로 냉동 피자와 크로켓 등 생산 제품에 살충제를 혼입해 제품 약 640만 개의 제품이 회수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유럽에서는 엑스트라버진 올리브유에 저가 식물성 기름을 혼합하거나 품질 등급을 허위 표시해 판매한 사건이 적발되며 식품사기 관리의 중요성이 부각됐다. 또한 알레르기 성분 표시 오류나 교차오염 관리 미흡으로 소비자가 사망하는 사례도 보고되면서 알레르기 유발물질 관리 역시 핵심 요소로 강조되고 있다.
이처럼 식품안전 위협 요인이 다양해지면서 국내에서도 의도적 위해 요소까지 포함한 종합적인 관리 체계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글로벌 해썹(Global HACCP)은 기존 해썹을 기반으로 식품방어(Food Defense), 식품사기 예방(Food Fraud Prevention), 알레르기 유발물질 관리, 식품안전문화, 식품안전경영 요소 등을 포함한 확장형 식품안전관리 체계다. 국제식품규격위원회(CODEX) 지침과 미국 식품안전현대화법(FSMA)의 핵심 개념 등을 반영해 설계됐으며, 기존 해썹의 80개 평가항목에 72개의 관리 항목을 추가한 총 152개 평가항목으로 보다 촘촘한 관리 기준을 제시한다.
이를 통해 비의도적 오염뿐 아니라 고의적 오염이나 테러에 대비한 식품방어, 원료의 원산지나 품질 정보를 속이는 행위를 예방하기 위한 식품사기 대응, 알레르기 유발물질의 교차오염 방지까지 포괄적인 관리가 가능해진다.

특히 글로벌 해썹은 국제 식품안전관리 체계와의 조화를 고려해 설계됐다. 현재 국제식품안전협회(Global Food Safety Initiative, GFSI)가 승인한 FSSC 22000, BRC GS, IFS, SQF 등의 인증은 국제 식품 공급망에서 널리 활용되고 있으며, 글로벌 유통기업들도 협력사에 이러한 요구하고 있다. 글로벌 해썹은 국내 식품안전관리 체계와 국제 기준을 연결하는 가교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러한 변화의 중심에는 한국식품안전관리인증원이 있다. 인증원은 해썹과 글로벌 해썹 평가를 수행하는 동시에 식품산업 현장의 안전관리 역량 강화를 위한 교육과 기술지원을 추진하고 있으며, 국제 협력을 통해 우리나라 식품안전관리 체계의 발전과 세계화를 지원하고 있다.
식품산업이 세계적으로 연결될수록 안전관리 역시 국제적 관점에서 고도화되어야 한다. K-푸드가 세계 시장에서 지속 가능한 성장을 이루기 위해서는 국제적으로 신뢰받는 관리 체계가 뒷받침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글로벌 해썹은 우리 식품안전관리 체계를 국제 기준과 조화시키는 동시에 식품산업의 국제적 경쟁력을 높이는 기반이 될 것이다. 앞으로 글로벌 해썹이 K-푸드와 함께 세계 시장에서 신뢰받는 식품안전관리 체계로 자리 잡아 통관 절차 간소화 등 우리 기업의 수출길을 넓히는 실질적인 동력이 되기를 기대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