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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문재인 캠프 식품정책을 논하다 (하1)

단체급식 시장 경제민주화 정책



푸드투데이 기획 인터뷰, 제18대 대통령 후보 식품정책

최근 소비자 단체가 차기 정부에 바라는 10개 분야 중 첫째로 체계적인 식생활 및 식품안전대책 마련이 꼽혔다. 그만큼 소비자들의 먹거리 안전에 대한 불안과 불신이 크다는 의미다.

푸드투데이는 제18대 대통령 선거를 19일 앞둔 30일 민주통합당 당사에서 문재인 캠프 전현희 국민건강복지특별위원회 위원장을 만나 문재인 후보의 식품분야 정책 현안들을 들었다.

이 자리에는 식품의약품안전청에 오랫동안 식품정책 전문가로 있으며, 우리나라에 처음 HACCP(안전관리인증기준) 제도를 도입한 GAP 1호 박사 김진수 교수(명지대학 보건의료정보과)와 박홍자 한국급식협희 회장이 함께 참석해 열띤 토론을 나눴다.

푸드투데이는 박홍자 회장에게 단체급식 시장의 현안과 경제민주화 정책방향에 대해 물었다.

◆ 학교급식 문제에 대해…“건전한 직영·위탁 경쟁만이 안전한 급식 가능”
1998년 IMF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실직자들이 양산되고 결식학생들도 대폭 증가했던 것이 1999년 학교급식법 개정으로 이어졌다. 짧은 기간 내에 학교급식을 전면 실시함에 따라 식당 등의 시설이 부족했고, 정부는 위탁급식업체들에게 시설을 기부체납토록 했다.

소규모로 운영하는 개인 위탁사업자들은 직접 수억원씩을 투자해 급식시설을 만들었지만, 계약은 1년마다 재입찰토록 요구받기 일쑤였다. 이는 학교급식이 처음 시작될 때 '학교급식 위탁운영 계약서'를 작성하면서 급식소에 투자한 시설을 학교에 기부체납하는 ‘노예계약’ 조건을 달았기 때문이다.

이렇게 시설투자비 보호를 받지 못하면서도 급식사고가 발생하면 곧바로 급식 시장에서 퇴출되는 일도 많았다. 또한 교육부에서 급식비용의 65%를 식재료 구입비에 사용하라는 지침이 내려지면서 마진폭이 줄어들어 대부분의 업체들은 손익분기점에 이르지 못했다. 뿐만 아니라 학교가 학교급식을 직영급식으로 운영키로 방침을 전환하면, 기존 업자들은 적잖은 돈을 들여 만든 시설을 고스란히 넘겨줘야만 했다.

그러다 2006년 CJ푸드시스템(당시 CJ프레시웨이)의 사상 최대 노로바이러스 집단식중독 사고가 발생하면서 학교급식은 위탁급식에서 현행 직영급식으로 전면 전환됐다. 이러한 부당한 조치에 위탁급식업체들은 급식중단 등을 고려했지만, 학생들의 급식을 책임지고 있다가 학생들을 볼모로 하는 대처는 잘못이라는 판단에 그마저도 시행하지 않았다.

수억원을 들여 급식시설을 만들어 놓고 학교급식을 위탁 운영해 오던 중소 급식업체들은 직접 투자한 설비비는 한푼도 건지지 못한 채 오히려 사용료를 지급해 오다 학교급식에서 밀려났다. 당시 위탁급식 종사자 18만명이 실직하고, 대부분의 위탁급식업체들은 줄줄이 도산하며 길거리로 내몰리고 말았다.

사고 당시 식중독을 일으킨 식자재 공급의 잘못을 위탁급식업체에 책임을 전가했지만, 직영급식 전환 이후 식자재 검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식중독사고, 원산지 허위표시 등 직영급식 문제가 끊이지 않아 왔다. 또 급식비도 크게 인상됐다.

학교급식의 원활한 운영과 질을 높이기 위해서는 위탁급식업체 등 급식 전문가의 의견이 반영돼야 하며, 직영급식과 위탁급식이 선의의 경쟁을 벌이는 것이 좋다. 자유경쟁이라는 시장경제 원리에 입각한 위탁급식 확대정책을 통해 경비절감과 급식서비스의 질을 높이는 공공의 측면을 도모해야 한다.

◆ 단체급식 시장 경제민주화에 대해…“동반성장 원칙 지켜져야”
정부는 회사 자산규모 5조원 이상, 친족이 50% 이상 지분을 소유하고 있는 중견기업을 기준으로 경쟁입찰을 제한한다며 LG 계열 아워홈, 삼성에버랜드, 현대그린푸드, 신세계푸드, CJ프레시웨이 등 5곳을 대기업 집단으로 분류하고, 풀무원 계열 ECMD, 한화호텔&리조트, 동원홈푸드 등은 중견기업으로 분류했다.

이러한 정부의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의 공공기관 구내식당 입찰참여 배제와 같은 정책은 숨겨진 단체급식 전문 중소기업들이 도약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는 기회임에도 불구하고, 실제 수많은 중소기업들에게 미치는 영향력은 아직 미비하다.

문제는 위탁급식업체 평가에 있어 매출액 크기를 평가기준으로 선정할 경우, ECMD, 한화호텔&리조트, 동원홈푸드, 아라코 등과 같은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에는 속하지 않으나 대기업의 형태를 띄고 있는 준대기업 및 외국계 기업에게 유리한 조건으로 중소기업의 경쟁성을 저해하게 된다는 점이다.
현재 이들 중견기업들은 신규 수주에 가장 많이 성공하면서 당초 정부의 취지와는 다르게 대기업이 빠진 자리를 메꾸고 있는 상황이다.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채무보증제한기업집단’ 뿐만 아니라 자산 100억원 이상 등의 수준으로 해당조건을 보다 강화해 중소기업들에게 실질적인 혜택이 돌아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단체급식 위탁 입찰에 중소기업이 참여할 경우, 실적 증명 등의 기준 대신 HACCP 인증, 운영능력 가능 여부만을 고려토록 하는 기준으로 의무화함으로써 단체급식 전문 중소기업들의 입찰 경쟁성을 확보해 주는 것이 가장 중요한 선결과제라고 할 수 있다.

대기업 급식업체들과 중소 급식업체들의 동반성장을 위해서는 대기업이 식자재 유통을 담당하고 단체급식 전문 중소기업은 급식소 운영을 담당하는 형태의 상생 모델을 제안할 수 있다. 1000식 미만의 소규모 사업장은 중소기업적합업종으로 정하는 것도 바람직하다. 

중소 급식업체들이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그동안 쌓아온 단체급식 전문운영 노하우를 통해 고객과의 신뢰를 바탕으로 사업망을 확대하고자 고군분투 하고 있다는 현장 목소리에 차기 정부는 귀를 기울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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