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드투데이 = 황인선.노태영 기자] 정제·캡슐 형태로 제조된 일반식품이 건강기능식품처럼 인식·유통되며 소비자 오인을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 국회 토론회에서 제기됐다. 효능·함량 기준이나 광고 사전심의 없이 ‘기능성’을 암시하는 표현이 확산되면서 현행 제도가 관리 사각지대를 방치하고 있다는 비판이다.
1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건강기능 표방 일반식품의 소비자 오인 유발 표시·광고의 문제점 및 제도개선 방안’ 토론회에서는 건강기능식품과 일반식품 간 경계를 제도적으로 명확히 해야 한다는 요구가 집중 제기됐다.
이번 토론회는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남인순 의원과 한국소비자단체연합이 공동 주최하고, 충남소비자와함께·해피맘이 공동 주관했다. 좌장은 정길호 한국소비자단체연합 부회장이 맡았으며, 소비자단체·법조계·학계·정부·산업계가 한자리에 모였다.
남인순 의원은 개회사에서 “기타가공품 등 일반식품이 의약품이나 건강기능식품과 유사한 정제·캡슐 형태로 제조돼 기능성을 광고하며 소비자를 오인·혼동하게 하는 문제가 지속돼 왔다”며 “이는 단순한 표시 문제를 넘어 구조적인 기만에 가깝다”고 지적했다. 이어 “소비자 피해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국회 차원의 제도 개선 논의도 적극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남 의원은 특히 알부민, 콘드로이친, NMN, 멜라토닌 등 사례를 언급하며 “일반식품임에도 전문가를 내세운 광고나 출처 불분명한 과학 자료로 건강기능식품처럼 포장하는 행태가 반복되고 있다”며 “식약처가 보다 적극적인 제도 개선과 관리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외형·표현만으로는 구분 불가…88%가 차이 인지 못해”
이날 토론회에서는 ‘건강기능 표방 일반식품’이 특정 기능성 원료 사용 사실만을 부각할 뿐 함량이나 1일 섭취 기준이 없고 광고 사전심의 대상에서도 제외돼 있다는 점이 지적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당 제품들이 정제·캡슐 형태로 유통되면서 소비자가 건강기능식품으로 오인할 가능성이 크다는 설명이다.
한국소비자단체연합 소속 단체들이 공동으로 진행한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88%는 건강기능식품과 건강기능 표방 일반식품의 차이를 정확히 알지 못했고, 제품 이미지를 제시한 인식 조사에서는 최대 93%가 일반식품을 건강기능식품으로 잘못 인식했다. ‘원료 명칭’, ‘캡슐 제형’, ‘효능을 연상시키는 표현’이 오인의 핵심 요인으로 지목됐다.
소비자단체 “사후 단속 아닌 사전 차단으로 전환해야”
정길호 한국소비자단체연합 부회장은 “최근 홈쇼핑과 온라인쇼핑몰을 중심으로 건강기능식품에 사용되는 기능성 원료와 동일한 명칭을 제품명에 사용하는 일반식품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며 “이로 인해 섭취 목적과 관리 체계의 경계가 흐려지고 소비자의 올바른 선택권이 심각하게 침해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 부회장은 현행 ‘식품공전’의 ‘식품의 기준 및 규격’에 따라 식품은 원칙적으로 캡슐이나 정제 형태로 제조할 수 없지만 일부 식품 유형은 예외적으로 허용돼 있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예외 규정을 근거로 ‘건강기능 표방 일반식품’이 시장에 유통되고 있다는 것이다. 다만 동일 규정에 명시된 ‘오인·혼동 방지 원칙’을 실제로 제재할 수 있는 구체적 기준은 미흡해 제도적 공백이 발생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소비자단체들은 ▲정제·캡슐 형태 일반식품에 ‘건강기능식품이 아님’ 문구의 전면·의무 표시 ▲온라인 플랫폼의 표시·광고 사전 검증 책임 강화 ▲구매 단계에서 한눈에 구분 가능한 표준 안내 정보 도입 등을 제도 개선 과제로 제시했다.
소비자원 “플랫폼 책임 불명확…구조적 피해로 확산”
홍준배 한국소비자원 안전감시국 국장은 건강기능 표방 일반식품 문제가 개별 제품의 일탈을 넘어 구조적인 소비자 피해로 이어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기능성 원료 명칭을 그대로 차용한 제품명과 체험기·해시태그 중심의 광고가 소비자 오인을 확대하고 있다”며 “그 결과 적절한 치료 시기를 놓치거나 불필요한 비용을 지출하는 건강·경제적 피해가 동시에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홍 국장은 “플랫폼 책임이 불명확한 가운데 사후 대응 중심의 관리 구조가 고착돼 있고, 실시간 광고 관리와 반복 위반에 대한 억제 수단도 부족하다”며 제도적 사각지대를 지적했다. 이에 따라 표시 기준 강화와 함께 인공지능(AI) 기반 상시 모니터링, 징벌적 책임 부과 등 실효성 있는 관리 수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산업계 “규제 강화 공감…건기식 제도 합리화도 병행돼야”
한국건강기능식품협회는 기능성 표방 일반식품으로 인한 소비자 혼란을 해소하기 위해 규제 강화가 필요하다는 데 공감하며, 기능성 표방식품에 대한 규제와 더불어 건기식 제도의 합리적 개선이 병행돼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혜진 협회 사무국장은 “국내 건강기능식품 산업은 식약처의 과학적 기능성 인정과 엄격한 관리 체계를 바탕으로 소비자 신뢰를 쌓아왔다”며 “정식 절차를 거치지 않은 일반식품이 건기식과 유사한 원료·제형을 차용해 판매되는 사례는 산업의 신뢰 자산을 훼손하고 소비자 안전을 위협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협회는 식약처가 추진 중인 일반식품의 정제·캡슐 형태 제조 제한 확대와 의약품 명칭·성분과 유사한 표시·광고 금지에 대해 소비자 오인을 차단하는 실효성 있는 조치라며 지지 의사를 밝혔다. 다만 현행 건강기능식품 제도가 20여 년 전 시장 환경을 기준으로 설계돼 경직된 측면이 있는 만큼 해외에서 안전성과 기능성이 입증된 원료 사용 확대와 제형 다양화 등 제도 개선이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협회는 기능성 표시·광고 식품 관리체계를 건강기능식품법을 중심으로 정비·일원화할 경우, 기능성 표방 일반식품의 제도권 편입을 유도하고 소비자 보호와 공정한 산업 생태계 조성을 동시에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한편,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일반식품의 정제·캡슐 형태 허용 요건과 기능성 표방 관리 방안에 대한 정책 연구를 진행 중이며,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제도 개선을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토론회 참석자들은 “이제는 소비자 주의에 책임을 전가할 것이 아니라 제도적 차단 장치를 마련해야 할 시점”이라며, 건강기능식품과 일반식품의 경계를 명확히 하는 실효성 있는 입법·행정 조치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