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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리·이마트도 탐냈던 초록마을, 정육각과 동반 법정관리

유기농 1세대 초록마을, 정육각 인수 3년 만에 회생절차 신청
가맹점 24% 감소·물류 공급망 불안…유통·투자 구조 복합 위기

 

[푸드투데이 = 황인선기자] 한때 유기농 유통의 대명사로 불리던 '초록마을'이 결국 법정관리 수순에 들어갔다.

 

컬리·이마트에브리데이 등 대기업의 러브콜을 받던 초록마을은 2022년 스타트업 정육각에 인수됐지만 인수 3년 만에 정육각과 함께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했다.

 

업계에서는 이번 사안을 두고 "유기농 1세대의 몰락과 식품 유통 스타트업의 좌초가 동시에 맞물린 사건”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16일 관련 업계 등에 따르면 정육각과 초록마을은 지난 4일 서울회생법원에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를 신청했다.

 

초록마을은 대상홀딩스의 자회사로 지난 1999년 설립된 유기농 유통 1세대 유통 판매 회사다. '안전한 먹거리'를 표방하며 전국 유기농 전문 매장 네트워크를 빠르게 확장했고, 한때 연 매출 2300억원을 돌파하며 유기농 유통의 대표 브랜드로 자리매김했다.

 

하지만 온라인 신선식품 유통의 급성장에 밀려 최근 매출은 1700억원대 수준으로 줄었다.

 

정육각이 초록마을을 인수한 2022년에도 이미 3년 연속 적자 상태였다. 같은 해 초록마을의 영업손실은 82억원에 달했다.

 

정육각은 2016년 창업한 초신선 축산물 유통 스타트업이다. 도축 후 4일 이내의 돼지고기, 산란 당일의 계란 등 '초신선 물류'를 내세워 신선식품 유통 구조를 혁신하겠다는 전략으로 시장의 주목을 받았다.

 

2022년 5월, 정육각은 대상이 보유하던 초록마을 지분 99.57%를 876억원에 인수했다. 이 중 약 564억원이 영업권 등 프리미엄 가치로 평가됐다.

 

초록마을 인수전에는 컬리와 이마트에브리데이, 배달 플랫폼 바로고 등 유통업계 주요 플레이어들이 대거 참여했다. 컬리는 온라인 플랫폼에 초록마을의 오프라인 매장망을 더해 옴니채널 전략을 구상했고, 이마트에브리데이는 SSM(기업형 슈퍼마켓) 경쟁력을 보완할 친환경 신선식품 카테고리 확대를 노렸다. 배달 플랫폼 바로고도 퀵커머스 진출 포석으로 초록마을 인수전에 뛰어들었다.

 

그러나 막판 승자는 뜻밖에도 정육각이었다. 창업 6년 차 스타트업이 대기업들을 제치고 초록마을의 새 주인이 된 것이다.

 

정육각의 목표는 전국 초록마을 매장을 거점으로 자사의 '초신선 축산물' 유통을 온·오프라인으로 확장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인수 직후부터 구조적 한계가 드러났다.

 

쿠팡·컬리 등 대형 이커머스의 빠른 성장과 물류 인프라 경쟁에서 밀리며 정육각의 '초신선 전략'도 수익을 내기 어려운 적자 구조에 빠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정육각은 초록마을 인수를 발판으로 1500억원 규모의 추가 투자 유치를 추진했지만 당시 투자 시장이 얼어붙으며 계획은 무산됐다.

 

부족한 자금은 신한캐피탈의 브릿지론으로 충당했다. 문제는 해당 상품이 3개월 만기 단기 대출로, 만기마다 금리가 높아지며 재무 부담이 가중된 것이다. 이 과정에서 정육각의 재무구조는 급격히 악화됐다. 2021~2023년 누적 영업손실만 828억원에 달한다.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정육각은 2023년 기준 자산 598억원, 부채 908억원으로 자본총계 -310억원의 완전자본잠식 상태다. 초록마을도 자산 638억원, 부채 540억원으로, 자본총계는 2022년 214억원에서 97억원으로 절반 가까이 줄었다.

 

정육각은 2023년 말 초록마을 지분을 신규 법인 '초록이에스지'로 이관해 재무구조 개선을 시도했지만, 결국 법정관리를 피하지 못했다. 현재 초록이에스지는 초록마을 지분 99.7%를 보유하고 있으며, 정육각은 초록이에스지의 최대주주(지분 46.98%)다.

 

초록마을의 오프라인 매장 수도 급격히 줄었다. 공정거래위원회 가맹사업거래 정보공개서에 따르면 초록마을 가맹점 수는 2022년 380개에서 2023년 358개로 감소했다. 현재 초록마을이 운영 중인 직영점과 가맹점 합산 매장은 289개(2025년 기준)로, 2022년 대비 약 24% 줄어든 수치다.

 

이번 회생절차로 초록마을 가맹점도 직접적인 영향을 받게 됐다.

 

초록마을의 전국 가맹점들은 현재 본사의 물류 공급과 운영 지원이 정상적으로 이뤄질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가맹사업은 본사의 재무 안정성과 직결되기 때문에 회생절차가 본격화되면 가맹점주 보호와 피해 최소화가 핵심 과제로 떠오를 전망이다.

 

특히 초록마을의 경우 유기농·친환경 식품이라는 특성상 신선식품 공급망의 일시 중단만으로도 가맹점의 매출 타격이 크다.

 

이번 정육각과 초록마을의 동반 회생절차는 유통업계의 구조적 전환기에서 벌어진 복합적 실패 사례로 평가된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사안은 단순히 돈을 못 벌어서 무너진 기업 하나의 문제가 아니다”라며 “초록마을과 정육각은 유통, 가맹, 온라인 식품배송, 물류, 투자까지 얽힌 이해관계자가 너무 많은 구조”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 때문에 법원도 회생절차 개시에 이례적으로 빠르게 움직였고, 앞으로 나올 회생계획안이 향후 식품 유통 생태계 전반에 어떤 영향을 줄지 업계가 주목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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