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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품업계, 외부 인재 영입 러시…글로벌·신사업 전쟁 본격화

농심·롯데웰푸드·삼양식품·동원F&B, 글로벌 출신 전문가 핵심 보직 배치
신사업 발굴·체질 개선·해외 확장 속도…내수 한계 돌파 ‘인재 전쟁’ 가열

[푸드투데이 = 황인선기자] 국내 주요 식품기업들이 외부 인재 영입 경쟁에 불을 붙였다. 글로벌 컨설팅, 전자, 유통, 글로벌 식품기업 출신 전문가들이 핵심 보직에 속속 합류하며, 업계 전반에서 신사업 발굴·해외 확장·경영 체질 개선에 속도가 붙는 양상이다.

 

21일 식품업계에 따르면 농심은 지난달 오동엽 상무를 미래전략실 산하 코퍼레이트 디벨롭먼트(Corporate Development) 팀장으로 선임했다. 오 상무는 베인앤컴퍼니, 한국투자프라이빗에쿼티(PE), 네오플렉스, 카카오페이 등을 거치며 M&A와 스타트업 투자에서 경험을 쌓은 전문가다.

 

그는 사내 스타트업 육성 프로그램 ‘앤스타트’를 주도하며, 사내벤처 지원뿐 아니라 외부 스타트업 지분 투자와 오픈이노베이션 협업 모델 구축을 이끌 예정이다. 농심이 라면 중심 구조에서 벗어나 헬스케어·펫푸드·푸드테크 등으로 영역을 넓히려는 구상과 맞닿아 있다.

농심의 올해 상반기 연결 매출은 1조7608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6% 늘었으나 영업이익은 8.5% 감소한 962억 원에 그쳤다. 매출의 39%를 해외에서 거두며 글로벌 의존도가 커진 상황에서 오 상무의 합류는 “미래 성장 동력 발굴”에 대한 신동원 회장의 의지를 드러낸 행보로 평가된다.

 

롯데웰푸드는 지난 6월 대표이사 직속 조직인 혁신추진단을 출범시키고, 단장으로 서정호 부사장을 영입했다. 1969년생인 서 부사장은 GM 엔지니어 출신으로 삼성코닝정밀소재, 두산솔루스 COO, 한국앤컴퍼니 부사장을 거친 경영혁신 전문가다.

혁신추진단은 단기적 비용 절감을 넘어 근본적 수익성 개선과 체질 혁신을 목표로 한다. 이는 카카오 가격 급등에 따른 원가 압박과 희망퇴직 실시 등 비상 경영 상황에 대응하기 위한 조치다.

 

실제로 롯데웰푸드는 올해 상반기 매출은 2조394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2% 늘었지만, 원가와 고정비 부담 탓에 영업이익이 507억 원으로 절반 가까이 줄었다. 당기순이익도 384억 원으로 36.8% 감소했고, 해외 사업장 환산 손실 영향으로 총포괄손익은 57억 원에 그치며 95% 가까이 급감했다. 서 부사장은 “위기 경영 극복과 신사업 기회 발굴”이라는 투트랙 과제를 안게 됐다.

삼양식품은 글로벌 매출 비중이 80%를 넘어서면서 삼성전자 출신 인사 영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 5월에는 삼성전자 DS부문 기획팀 투자그룹 운영파트장과 중국삼성반도체 심천법인 CFO,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경영지원팀 경영지원그룹장 등을 역임한 전수홍 상무를 영입해 경영관리본부장에 선임했다.

 

전 상무는 재무·투자 전략을 총괄하며, 2027년 준공을 목표로 한 중국 저장성 자싱시 공장 투자 프로젝트에서 핵심 역할을 맡는다.

 

앞서 올해 초에는 삼성전자 생활가전사업부 전략마케팅 출신 김선영 본부장이 신성장브랜드본부를 이끌고, CJ제일제당과 아워홈 출신 장재호 전무가 푸드2.0사업본부장으로 합류했다.

 

삼양식품의 인재 확보 움직임은 해외 시장 경쟁력 강화를 겨냥한 전략적 선택으로 해석된다. 실제로 올해 상반기 매출은 1조821억 원으로 전년 대비 33.6% 늘었고, 영업이익은 2541억 원으로 49.8% 급증했다. 특히 미국 시장 매출이 2705억 원으로 56.7%나 증가하며 중국을 추월, 글로벌 성장의 새로운 중심축으로 부상했다. 이는 삼양식품이 글로벌 경영 체질 개선에 한층 속도를 내야 하는 이유를 보여준다.

동원F&B는 해외사업과 펫푸드를 미래 성장축으로 삼고 외부 인재 영입에 적극 나서고 있다. 지난 6월에는 오리온 베트남·중국법인 마케팅부문장을 지낸 이혁제 상무를 해외2사업부장으로 영입했다. 그는 동남아와 중화권 수출 확대를 총괄한다.

 

앞서 4월에는 LG생활건강과 로얄캐닌 출신으로 펫푸드 전문성을 갖춘 장인정 상무를 펫사업 총괄로 선임했다. 장 상무는 펫푸드 신규 포트폴리오 개발과 글로벌 시장 확대를 이끈다.

 

동원F&B의 상반기 매출은 2조3506억 원, 영업이익은 888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7.8%, 12.6% 증가했다. 수출은 20% 이상 늘며 조미김, 떡볶이, 간편식이 글로벌 시장에서 성장세를 보였고, 펫푸드 신규 생산라인 해외 구축도 본격화되고 있다.

 

백종원 대표가 이끄는 더본코리아도 변화를 선택했다. 지난 6월에는 하림산업 부사장 출신의 강병규 본부장을 유통사업본부장으로, 앞서 5월에는 한국맥도날드 가맹사업본부 이사 출신의 장미선 이사를 가맹사업 외식총괄로 영입했다.

더본코리아는 최근 빽햄 상술, 원산지 허위 표시, 농지법 위반 등 논란으로 신뢰 하락을 겪으며, 외부 전문가 중심의 책임경영 체제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 회사는 “부문별 전문 경영인에게 권한을 위임해 현장 개혁과 고객 신뢰 회복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재무 상황은 녹록지 않다. 올해 상반기 연결 매출은 1849억 원으로 전년 대비 16.4% 줄었고, 영업이익은 –163억 원으로 적자 전환했다. 수익성 악화 속에 “위기 경영”을 돌파할 강도 높은 쇄신이 요구되는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의 외부 인재 영입은 단순한 인사 차원을 넘어 정체된 내수 시장을 돌파하고 글로벌 경쟁력과 신사업 동력을 확보하려는 전략”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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