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푸드투데이 = 황인선기자] 국내 식품업계를 대표하는 한국식품산업협회가 최근 회비 유용, 청탁 채용, 노동법 위반 등 복합적인 비위 의혹으로 복수 기관의 조사를 받고 있다. 비영리단체로서 공정성과 공공성을 책임져야 할 협회가 오히려 조직의 신뢰를 훼손하고 있다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한국식품산업협회는 CJ제일제당, 농심, 오뚜기, 대상, 동원F&B, 풀무원 등 192개 식품기업이 회원사로 있는 대표 단체로, 정부 협의와 제도 개선 등을 수행해왔다. 그러나 최근 국민권익위원회와 식품의약품안전처가 협회를 대상으로 조사에 착수한 것으로 확인됐다.
11일 복수의 내부 증원과 회계자료 등에 따르면 식약처는 지난 9일 감사반을 협회에 투입해 정관 준수 여부, 예산·인사 집행의 적법성 등 전반을 점검했다. 감사는 '불시 점검' 형식으로 이뤄졌으며, 목적사업 수행과 회비 운영, 조직·인사 등 법인 운영 전반이 대상이었다.
협회는 회원사 회비로 약 2천만 원 상당의 와인, 차량용 청소기, 골프공 등을 구매하고 이 중 80% 이상을 회장·부회장이 사적으로 반출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차량용 청소기 등 개당 5만 원 이상 상당의 물품은 농림축산식품부 소속 공무원과 S대 교수에게 전달된 정황이 확인돼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김영란법) 위반 소지가 있다며 국민권익위원회에 신고된 상태다.
조직 운영의 투명성 결여는 임원 보수 책정 과정에서도 드러났다. 협회 임원 A씨와 B씨는 2021년 이후 이사회나 총회의 공식 의결 없이 매년 보수를 인상한 것으로 알려졌다. 협회 정관 및 보수 지급기준에 따르면 임원 보수는 이사회 및 총회의 의결을 거쳐야 하나, 관련 회의록과 의결 문서는 존재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채용 비리 의혹도 제기됐다. 제보에 따르면 식약처 간부의 딸을 포함해 임원 청탁을 통한 채용 사례가 다수 존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면접 평가표가 사후에 작성됐고, 점수 기입 없이 특정인을 우선 순위로 올렸다는 증언도 나왔다.
특히 ‘청년 일자리 창출’을 강조했던 모 협회 임원이 협회 임원에게 채용을 청탁해 자녀를 경력직(4급) 특별채용한 정황은 조직의 공정성과 윤리를 정면으로 위배한 사례로 지목된다.
서울지방고용노동청이 실시한 지도점검에서도 협회는 다수의 노동법 위반 사항이 적발됐다.
우선 상시 10인 이상 사업장임에도 불구하고 변경된 취업규칙을 고용노동부에 신고하지 않아 근로기준법 제93조를 위반했다. 노동청은 관련 규정에 따라 취업규칙 신고 및 증빙자료 제출을 요구했으며, 협회는 지난 5월 21일자로 신고를 완료한 것으로 확인됐다.
또한 2024년 12월부터 2025년 4월까지 5개월간 총 5차례에 걸쳐 125~129명에 이르는 직원들에게 연장·야간·휴일근로수당을 미지급한 것으로 드러났다. 미지급액은 총 3,193만여 원으로, 이는 근로기준법 제56조(통상임금의 50% 이상 가산지급 의무) 위반에 해당한다. 협회는 지난달 24일 해당 기간 초과근로자에 대한 수당을 재산정해 전액 지급했다고 밝혔다.
퇴직자 임금 체불도 확인됐다. 협회는 퇴직한 직원 김모 씨 등 4명에게 연차유급휴가 미사용수당과 초과근로수당을 지급하지 않아 근로기준법 제36조(퇴직 시 14일 이내 금품 지급 의무)를 위반했다.
또한 퇴직자 이모 씨 등 3명에게는 초과근로수당을 반영한 퇴직금 차액 53만 원가량이 누락된 것으로 드러났다. 협회는 퇴직급여보장법 위반 지적을 받은 뒤 지난달 18일자로 해당 금액을 정산해 지급했다.
이에 대해 제보자는 “퇴직자 중 일부만 임금이 재조정돼 지급됐고, 나머지는 아무런 통보 없이 배제됐다”며 “단순 체불을 넘어 고의적 은폐이자 선택적 지급이라는 비판이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해 협회 관계자는 본지에 “이번 식약처 감사는 불시 점검이라기보다는 정기 법인 감사의 일환으로, 통상 연 1~2회 정도 실시되고 있다”고 해명했다.
또한 노동부 지적에 대해 “퇴직자 중 일부가 초과근무 수당을 받지 못한 사례가 있었고, 회사는 내부 기록에 따라 지급했지만 실근로시간과 차이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지적 이후 미지급분을 재산정해 전원 지급을 완료했다”고 밝혔다. 이어 “연구직의 경우 야간근무가 잦아 계산 착오가 있었던 것으로 파악된다”고 덧붙였다.
잇따른 내부 논란과 감사가 이어지는 가운데, 한동안 중단됐던 차기 협회장 선출 절차도 다시 가동됐다. 협회는 오는 15일까지 제23대 비상근 회장 후보자 등록을 마감하고, 이달 말 임시총회를 열어 최종 선출할 방침이다. 부회장 선출은 회장 선출 이후 절차를 밟는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