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유업 필두 농심·풀무원 등 대기업 가세
원료수급 불안·가격 문제 등`‘딜레마’ 여전
주요 식품업체들이 잇따라 유전자변형농산물(GMO)을 제품원료로 사용하지 않겠다고 선언하고 나섰다.
이물질 파동 등으로 먹을거리 안전에 그 어느 때보다 민감해진 소비자들로부터 신뢰를 얻기 위해 필연적인 선택이지만 국제 곡물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는 상황에서 비싼 비(非)GMO 원료를 계속 사용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업계에서도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최근 업계에 따르면 식품원료로 쓰이는 전분당용 GMO옥수수 11만t이 수입된 5월부터 본격적으로 GMO 논쟁이 불거지자 주요 식품회사들은 비GMO 원료만 쓰겠다는 입장을 밝히기 시작했다.
매일유업이 조제분유부터 시작해 순차적으로 전 제품군으로 유전자조작농산물 사용을 배제한다는 입장을 처음 발표했고 이어 광동제약·동양푸드·롯데햄·마르코·면사랑·웅진식품이 ‘유전자조작 옥수수 수입 반대 국민연대’를 통해 GMO옥수수를 사용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농심 손욱 회장도 최근 GMO옥수수로 만든 전분당 대신 사탕수수를 이용한 전화당을 쓰거나 미국 등서 비GMO 전분당을 구입해 사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풀무원은 아예 10월까지 콩기름 등 전 제품에 비GMO 원료만 사용하겠다고 발표했고 음료업계 1위인 롯데칠성도 지난 4월부터 전분당이 들어간 액상과당을 설탕으로 바꿔 GMO 원료를 사용치 않고 있다고 전했다.
해태제과도 그동안 비GMO 전분당을 따로 수입해 사용해왔고 앞으로 전분당을 다른 재료로 대체할 방침이다.
이처럼 주요 식품업체들이 GMO 원료를 배제하겠다고 나서면서 실제로 각 전분당 업체의 매출도 크게 떨어졌다.
국내 전분당 시장은 대상과 CPK(옛 두산CPK), 삼양제넥스, CJ 계열의 신동방CP 등 4개사가 90%에 가까운 점유율을 차지하고 전분당 원료도 한국전분당협회를 통해 공동으로 구입하는데 지난 5월 전분·전분당용 GMO 옥수수를 수입한 이후 매출과 가동률이 크게 낮아졌다.
대상의 경우 5~6월 전분당 사업부문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30~40% 하락했고 공장 가동률은 50%대로 떨어졌다.
삼양제넥스도 매출이 30~40% 가량 줄었고 신동방CP는 아예 공급처를 찾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업계 관계자는 “주요 납품처인 식품업체들이 GMO옥수수로 만든 전분·전분당 제품을 구입하지 않아 수요가 크게 줄었다”며 “지난 5월 들여온 GMO 옥수수를 식용 대신 산업용이나 사료용으로 전환해 사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다른 업계 관계자는 “비GMO 옥수수를 수입하려고 다방면으로 알아보고 있지만 주요 옥수수 수출국의 작황 부진으로 국제시세가 급등한 데다 최대 공급처이던 중국이 올해부터 곡물수출을 제한해 여의치 않다”며 “전분당 대신 사탕수수를 이용해 전분당과 비슷한 성질의 액상과당을 생산하는 방안을 고려중이다”라고 말했다.
그동안 GMO 콩을 이용해온 식용유 생산업체들의 사정도 만만치 않다.
국내에서는 CJ제일제당과 사조O&F·대상·오뚜기·동원F&B 등이 일년에 44만t 가량의 대두 식용유(콩기름)을 생산하고 있는데 대부분이 GMO콩으로 만들어지고 있다.
GMO콩으로 식용유를 만들어도 GMO식품 여부를 따지는 기준인 단백질 성분이 검출되지 않기 때문에 그동안 이들 업체들은 GMO 문제를 심각하게 다루지 않았다.
최근 GMO가 사회적 이슈로 부상하면서 일부 업체를 중심으로 비GMO 콩으로 만든 식용유 생산을 검토중이지만 전체 생산품을 비GMO콩으로 만드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게 업계의 입장이다.
전세계적으로 비GMO콩 생산량이 극히 적고 가격도 높기 때문이다. 식용유용 콩의 주 공급처인 미국의 경우 콩 생산량의 대부분이 GMO콩이고 일부 지역에서만 생산되는 비GMO콩 가격은 GMO콩의 1.4배에 달한다.
중국은 비GMO 콩을 생산하기는 하지만 식량가격 안정 차원에서 곡물 수입을 제한하고 있어 안정적인 공급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업계 관계자는 전했다.
업계 관계자는 “주요 식품업체들이 비GMO 콩기름을 사용하겠다는 입장을 밝혔고 소비자들도 GMO문제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어 이르면 9월 중으로 비GMO콩을 이용한 식용유를 출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비GMO콩 가격은 GMO콩보다 1.4~1.5배 정도 비싸지만 가공원가를 감안하면 GMO 식용유의 2배 정도가 될 것”이라며 “비GMO 식용유에 대한 수요가 있는 만큼 생산은 하겠지만 가격이나 원재료 수급 사정상 이를 전면적으로 확대하기는 어렵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