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 휘둘린 처벌위주 정책’ 정부에 섭섭
한탕노린 식파라치까지 활개 ‘사면초가’
식품업계가 사면초가에 몰리고 있다.
국제 곡물 파동으로 식품가격을 올렸더니 서민 물가 인상의 주범이라며 새정부로부터 심한 눈총을 받고 있다.
더욱이 새우깡·참치캔·수입 유기농농산물 등에서 이물질이 발견된 후에는 아예 공공의 적이 됐다.
게다가 최근에는 식파라치까지 등장하면서 식품업계는 말 그대로 동네북이 되버렸다.
◇서민물가 주범으로 몰린 식품=이명박대통령은 지난 2월 취임 첫 청와대 비서관회의에서 라면값 인상을 얘기하며 서민물가를 걱정을 했다. “라면값 100원이 서민에게는 크다”고 언급한 것.
이대통령은 또한 지식경제부의 업무보고를 받으면서는 밀가루 등 50개품목을 집중 관리해 물가를 관리하라고 주문했다.
이대통령의 지시대로 지식경제부는 최근 서민물가에 가장 영향을 미치는 52개 생필품을 선정했다.
그런데 지식경제부가 점검대상이라고 정한 52개 생필품에는 가공식품·농식품·외식 등 먹거리가 무려 24개다.
이같은 결과에 식품업계는 크게 반발하고 있는 실정이다. 식품업계는 지난해 말과 올초 세계 곡물가격 인상등을 들어 밀가루·라면·과자·피자·빵·유제품 가격등을 순차적으로 올렸지만 곡물파동이 아직도 진정되지 않아 가격 인상요인은 아직 남아 있다는 주장이다.
더욱이 얼마전 물의를 빚었던 것처럼 식약청까지 나서 식품업체들에 인상 자제를 요청하는터라 군사정권시절 이후 사라졌던 관권통제가 재가동되는 것 아니냐며 우려하고 있다.
김진수 CJ제일제당 사장은 지난 4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정부가 지난달 발표한 52개 생필품 가격동향을 점검하겠다는 방침에 스트레스를 느낄 수 밖에 없다”며 “고공물가 시대가 열리는 만큼 앞으로 범국민차원에서 인식전환이 필요하다”고 밝혀 사실상 MB 물가지수에 불안감을 나타냈다.
◇끊이지 않는 식품 이물질 사건=식품 이물질 사건이 식품업계를 옥죄고 있다.
식품업체들의 단체인 한국식품공업협회까지 나서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했지만 성난 민심을 잡기에는 아직 역부족인 상태다.
특히 쥐머리 새우깡·칼날 참치캔·생쥐 미국산 수입 유기농 식품 사건후에도 연이어 벌어지는 이물질 사건은 식품업계를 사지로 몰아넣고 있다.
최근에는 국내 최대 제과업체 제품들에서도 이물질이 나왔다는 사고가 접수돼 관련업계를 긴장시키고 있다.
경기도 파주시에서는 ‘고구마칩’ 경기도 안양에서는 땅콩초코과자 ‘티피’에서 너트로 추정되는 이물질이 나왔다.
지난 5일에는 대전에서 벌레 모양의 이물질이 또다른 참치캔에서 발견되기도 했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아무리 생산설비를 최신형으로 한다해도 이물질 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은 인정한다”면서도 “식품업계에서는 보통 이물질이 들어갈 확율을 100만분의 1정도로 보고 있는데 최근들어 왜 이렇게 자주 나오는지 우리도 미칠 지경”이라고 밝혔다.
◇활개치는 식파라치=이물질 사건이 확산되면서 이번엔 식파라치들이 식품업계를 겨냥하고 있다.
지난달말 모 제빵업체서 만든 빵에서 지렁이가 나왔다며 5000만원을 요구한 사건을 시작으로 블랙컨슈머로 인한 협박 사건이 이어지고 있다.
충북경찰청은 지난 8일 음료수에 이물질을 넣은 뒤 언론에 알리겠다며 협박한 회사원 박모씨(38)를 공갈미수혐의로 구속했다.
박씨는 지난달 31일 충북 영동군의 모 주차장에서 모회사 음료수에 이물질을 넣은 후 회사측에 1억원을 내놓지 않으면 언론에 유포하겠다며 협박한 혐의다.
이에앞서 서울중앙지검은 머리카락이 나왔다며 제과점을 협박해 금품을 뜯어낸 여대생 김모씨(25)를 불구속 기소했다.
김씨는 지난해 12월 서초구 교대역 근처 제과점 5곳을 돌며 빵 등을 산뒤 다시 찾아가 머리카락이 나왔다고 우기며 제품값을 높게 받아낸 혐의다.
검찰은 김씨가 제과점측인 환불을 주겠다고 해도 억울하니 추가보상을 해 주지 않으면 인터넷 사이트에 올리거나 소비자보호 기관에 알려 영업에 지장을 주겠다는 말로 위협했다고 전했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식품 이물질 사건이후 블랙컨슈머들로 업체들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며 “이들을 구별하기도 어려워 고민이 더욱 커지고 있다”고 걱정했다.
◇식품업계 바라보는 정부시각도 부담=식품업계는 이물질 사건이후 말을 자제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정부에 섭섭한 심정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이물질 사건으로 국민들에게 걱정을 끼친 것은 미안하지만 무조건적으로 식품업계를 불량집단으로 몰아부치는 것은 너무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특히 이물질 사건이 발생했다 하여 강경일변도의 정책을 펼치는 것은 식품산업은 물론 국내 경제에도 도움이 못된다는 입장이다.
우선 정부가 식품업계를 바라보는 시각이다. 이물질 사건이후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달 22일 여성부 업무보고를 받는 자리에서 생쥐머리 새우깡 등을 언급하며 “식품은 의도적으로 하는 것은 정말 나쁜 것이다. 결국 자기네들은 안먹을 것 아니냐”고 말해 식품업계 관계자들을 깜짝 놀라게 했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이말 그대로를 해석하면 식품업체들이 일부러 이물질을 넣은 것 같이 들린다”며 “분명 사고였지 고의성이 있다는 식의 얘기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변도윤 여성부장관이 특히 이자리에서 “과거 노동부에서 직원이 몸이 안좋다고 생쥐를 튀겨 먹으면 좋다고 말한 부분에 대해서도 식품업계는 불난 집에 부채질하는 것이냐”며 정부 고위인사의 식품관에 의문을 제기했다.
식품의 이물질 혼입을 막겠다며 발표한 정부의 식품안전관리대책에도 식품업계는 할말이 많다는 입장이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지난 2004년 만두파동이 났을때도 여론몰이식 정책들이 쏟아져 나왔으나 실효성 논란으로 실제 적용된 것은 거의 없었다”며 “무조건적인 처벌만이 과연 능사인지 정부 관계자는 다시한번 생각해야 할 것”이라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