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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주·소주 정체 속 위스키 2배 성장”…주류시장, ‘취향 소비’로 재편

믹솔로지 확산에 일반증류주 출고량 113% 급증…‘양보다 질’ 소비 전환 가속
홈술·혼술 일상화로 유통 주도권 편의점 이동…20대 여성 77% “SNS 영향”

[푸드투데이 = 황인선기자] 국내 주류 시장이 ‘양적 팽창’ 중심의 성장 단계를 지나 개인의 취향과 경험을 중시하는 ‘질적 변화’의 시대로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 전체 시장 규모는 정체된 가운데, 위스키를 중심으로 한 일반증류주가 급성장하며 주류 산업의 판도를 바꾸는 모습이다.

 

16일 농림축산식품부와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가 발간한 ‘2025 주류산업정보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2024년 국내 주류 출고량은 315만1371㎘로 전년 대비 2.6% 감소했다. 출고 금액 역시 10조 575억 원으로 전년 대비 0.1% 줄며 사실상 정체 국면에 들어섰다.

 

주종별 점유율은 여전히 맥주(금액 기준 42.7%)와 희석식 소주(37.4%)가 전체 시장의 80.1%를 차지하는 ‘양강 체제’를 유지했다. 그러나 성장률 지표에서는 뚜렷한 변화가 감지됐다.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일반증류주의 폭발적 성장이다. 해당 주종의 출고량은 전년 대비 113.2%, 출고 금액은 98.0% 증가하며 두 배 가까운 성장세를 기록했다.

 

이는 위스키, 진, 보드카 등을 하이볼이나 칵테일 베이스로 활용해 저도수로 즐기는 ‘믹솔로지(Mixology)’ 트렌드가 확산된 영향으로 풀이된다. 과거 ‘독주’ 중심 소비에서 벗어나 가볍게 즐기는 음용 방식이 주류 소비 문화를 바꾸고 있는 것이다.

소비자 조사에서도 이러한 흐름은 명확하게 드러난다. 향후 음용 비중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주종은 맥주(31.4%)가 여전히 1위를 차지했지만, 수입 증류주(14.6%), 리큐르주(13.6%)가 뒤를 이으며 소주(12.9%)를 앞질렀다.

 

이는 단순한 음주를 넘어 ‘맛·향·경험’을 중시하는 소비 패턴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디지털 환경 변화 역시 주류 시장 재편을 가속화하는 핵심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최근 1년간 ‘전통주 칵테일’ 관련 소셜 언급량은 6000건을 넘어섰으며, ‘하이볼’, ‘홈술’ 등이 주요 연관어로 나타났다.

 

특히 주류 정보 습득 및 구매 결정 경로에서 SNS 영향력은 60.7%에 달했으며, 20대 여성의 경우 77.7%가 SNS를 주요 참고 채널로 꼽았다. 주류 소비의 주도권이 전통적 유흥 채널에서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로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음주 행태 또한 빠르게 개인화되고 있다. 소비자의 월평균 음주 빈도는 8.8일로 전년 대비 감소했으며, 2025년 기준 음주 시 하루 평균 음주량도 6.6잔으로 2023년보다 소폭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음주 상황의 절반 가까이가 식당이나 주점이 아닌 자택에서 이뤄지면서 음주 공간 역시 외식 중심에서 ‘홈술’ 중심으로 이동하는 흐름이 뚜렷해지고 있다.

 

이와 함께 나홀로 술을 즐기는 ‘혼술’ 비중이 30%를 넘어선 가운데, 타인의 시선보다 개인의 취향을 우선해 주종과 음용 방식을 선택하는 경향도 한층 강화되고 있다.

 

이 같은 변화는 유통 구조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 혼술·홈술 소비 확산으로 편의점이 주요 주류 구매 채널(54.6%)로 자리 잡으면서, 과거 유흥업소 중심이던 시장 구조가 소매 채널 중심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소비자들은 술을 고를 때 ‘편의점 구입 용이성(54.6%)’을 가장 중요하게 꼽았으며, ‘다양한 맛(43.9%)’과 ‘도수의 적절성’ 등을 주요 요소로 나타났다.

 

반면 전통주 시장은 성장 정체라는 과제를 안고 있다. 전통주 출고액은 전년 대비 6.9% 감소하며 주춤한 흐름을 보였다. 명절 수요 위축과 원가 상승에 따른 가격 부담이 주요 요인으로 분석된다.

 

다만 ‘전통주 하이볼’과 같은 새로운 음용 방식이 확산되면서, 고가 프리미엄 제품과 일상형 저가 제품으로 시장이 양극화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업계는 이러한 흐름을 두고 주류 산업이 단순한 식품 산업을 넘어 ‘라이프스타일 산업’으로 진화하고 있다고 진단한다.

 

주류업계 관계자는 “전체 소비량은 줄고 있지만 소비자들은 가격보다 경험 가치를 중시하며 프리미엄 증류주를 찾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다”며 “Z세대를 중심으로 ‘많이 마시는 음주’에서 ‘가볍게 즐기는 음주’로의 전환이 뚜렷해지면서 논알코올 음료와 저도수 하이볼 시장도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향후 주류 시장이 ‘가성비 중심 대중 주류’와 ‘완성도 중심 프리미엄 주류’로 더욱 뚜렷하게 양분될 것으로 전망한다.

 

한 전문가는 “건강과 절제를 중시하는 트렌드로 맥주·소주 시장은 정체 국면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며 “반면 향미와 제조 기술을 강조한 고품질 증류주와 차별화된 스토리를 가진 전통주는 지속적인 성장 동력을 확보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국내 시장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온라인 판매 채널 확대와 해외 수출 전략, 그리고 주류 노마드의 호기심을 자극할 차별화된 제품 개발이 업계의 핵심 생존 전략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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