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토리묵의 재료인 도토리는 참나무과(Fagaceae)의 낙엽지는 넓은 잎 큰키나무인 도토리 나무의 열매를 말하며 우리나라 전국의 산에 널리 자생하고 있다.
모양은 구형·난형·타원형 등이 있으며 크기도 다양하다.
겉에는 단단하고 매끄러운 껍질이 있고 그속에 1개의 커다란 씨가 들어 있다. 아래쪽 또는 중간 정도까지 깍정이로 싸여 있는데, 이것은 밤의 가시껍질처럼 표피가 변화한 것이다.
깍정이는 염색에도 사용이 되는데 염색에는 이 깍정이 부분과 열매의 껍질을 모두 사용하며 염색성은 깍정이 부분이 더 좋다. 철매염으로 흑갈색, 철매염 후 아세트산을 가하면 음빛이 도는 회색으로 염색되며, 크롬매염에 의해 황토색으로 염색된다.
도토리에는 참나무 열매로 탄수화물과 지방이 많아 옛날부터 식용해온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전세계적으로 고대의 주거지에서 도토리가 발견되고 있어 이를 뒷받침해주고 있다.
1974년 서울 암사동에서 BC 5000년 것으로 보이는 신석기시대 주거지가 발굴되었을 때, 이 주거지에서 탄화된 도토리알 20톨이 발견돼 우리나라에서도 오랜 옛날부터 식용한 것으로 추정된다.
옛말에 “도토리나무는 들판을 내다보고 열매를 맺는다”는 말이있다. 이는 가뭄 때문에 흉년이들었을 때, 참나무에서 열린 많은 도토리를 곡식 대신 먹었음을 가리키는 것으로, 우리나라에는 흉년을 대비한 구황식물로 첫번째는 도토리를, 그다음으로 소나무를 삼았다는 기록이 있다.
그러나 벼가 도입되면서 도토리보다는 벼나 보리를 주식으로 쓰게 되었고, 가뭄이 들었을 때 곡식 대신으로 먹거나 도토리묵 또는 도토리빈대떡을 만들어 먹었던 것으로 여겨진다.
요즈음에도 도토리묵은 고유 음식물 가운데 하나로 널리 애용되고 있으며, 도토리수제비나 도토리국수를 만들어 먹기도 한다.
그러나 도토리에는 탄닌 성분도 많아서 날것은 너무 떫어 먹을 수가 없다.
일반적으로 떫은맛과 앙금은 이 고분자의 탄닌인데, 감·차류에 많이 함유돼 있다.
사과·복숭아·배·우엉·연근 등 대부분의 채소·과일에는 저분자 탄닌계 색소가 함유돼 있으며 이들 색소는 효소와 철분에 의해 갈색·검은색 등으로 변색하는 성질이 있다.
탄닌은 식품이 지니는 풍미와 색조에 관계되며 구성성분에 따라서 떫은맛이나 쓴맛의 정도가 다르다.
그 한 예를 들면 커피는 갈산과 결합하면 떫은맛이 나고 클로로겐산류와 결합하면 쓴맛이 난다.
도토리는 예부터 구황식이나 별식으로 이용돼 왔는데 오늘날에도 간식이나 반찬거리로 즐겨 먹는 음식이다.
선사시대의 유적에서 식용으로 저장된 도토리가 발굴돼 국립중앙박물관에 전시돼 있기도 하고, 최근까지 농촌·산촌에서는 비상식량으로 도토리를 저장하기도 하였다.
강원도 삼척지방에서는 도토리묵을 밤묵이라고도 한다.
도토리묵은 무공해식품으로 탄닌 성분이 많아 소화가 잘 된다.
탄닌은 도토리를 묵으로 만드는 과정 중 많이 없어지게 되는데, 남아있는 탄닌의 양이 알맞으면 모세혈관을 튼튼하게 하는 역할을 한다.
‘동의보감’에는 늘 배가 부글거리고 끓는 사람, 불규칙적으로 또는 식사가 끝나자마자 대변을 보는 사람, 소변을 자주 보는 사람, 몸이 자주 붓는 사람은 도토리묵을 먹으면 좋다고 기록돼 있다.
또한 도토리묵을 먹으면 심한 설사도 멈춘다고 했는데 이 또한 탄닌 성분 때문이다.
또한 도토리 속에 들어 있는 아콘산은 중금속 해독에 탁월한 효능을 보인다.
도토리묵은 장과 위를 튼튼하게 하고, 성인병 예방과 피로회복 및 숙취회복에 탁월한 효과를 보이는 등 여러 효능을 가지고 있다.
특히 요즈음에는 다이어트식품으로도 많이 이용되고 있다. 도토리묵은 수분함량이 많아 포만감을 주는 반면 칼로리는 낮고, 탄닌 성분이 지방흡수를 억제해 주기 때문이다.
도토리묵을 만드는 과정은 그리 복잡하지 않다.
가을에 주운 도토리의 껍질을 까서 잘 말린 후 절구로 빻은 것을 물에 담가 떫은맛을 우려낸다.
앙금과 물이 분리되면 웃물만 따라내는 과정을 여러 번 거친 후 가라앉은 앙금을 잘 말려 가루로 만든다.
이 가루를 물에 풀어 풀을 쑤듯이 끓이다가 끈적끈적하게 엉길 때 그릇에 부어 식히면 도토리묵이 된다.
겨울철에는 메밀묵을 주로 만들고 도토리묵은 사철 만든다. 대개 간장·파·참기름·고춧가루·깨소금 등을 넣어 무쳐서 먹는데, 때로는 배추김치를 썰어서 넣기도 한다. 한국에서 가장 유명한 묵요리로는 탕평채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