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부터 4백 미터 장사진의 줄을 서서 5시간 기다리다가 1000 원 이면 살 수 있었던 배추를 6000 원에 샀다고 기뻐하는 매스컴 속의 한 주부를 보고 아마 우리나라에서만 볼 수 있는 진기한 현상이 아닐까 생각이 들었다.
일이 이지경이 될 때까지 농산행정을 맡고 있는 농림수산식품부의 장관을 비롯한 관리들은 무엇을 했는지 묻고 싶다. 장관은 국민들이 안심할 수 있는 대안을 속히 밝히고 잘못한 기관과 공무원에 대해서는 책임을 물어야 한다.
어느 대형마트는 지난 6월부터 농산물의 시세 예측모니터링 시스템을 가동하여 시세 전망치를 예상하고 7월부터 중국산지 물량을 점검하였으며 이미 추석 전에 배추 수입을 결정하였다고 한다.
배추파동이 일어나자 바로 중국산 배추를 매장에 싼 값에 내어놓았다고 하니 정부보다 한 수 위인 셈이다.
이쯤 되면 농산행정을 담당하고 있는 정부 부처 공무원들은 놀고먹는 한심한 집단 정도로 간주해도 무리는 아닐 듯싶다.
더욱이 농산행정을 맡고 있는 산하기관들의 행태는 더욱 가관이다. 농촌경제연구소의 농산물 재배면적 조사통계는 늦게 나오는 데다 수치도 부정확하여 유통업계에서는 아예 참고자료로도 쓰지 않는다고 하니 국가 재정만 축내는 연구기관임에 틀림이 없다.
이 정부 들어 폐지하겠다고 공약한 농촌진흥청도 이번 사태에 한 몫을 단단히 하여 국정감사장에서 국회의원들로부터 호된 질책을 피하지 못하고 있다.
올 해 봄부터 이상 기온에 따른 농작물 피해가 사상 최대치를 기록하였고 여름의 고온다습한 기후와 태풍, 잦은 강우로 인해 배추의 품귀현상이 예상되었는데도 이를 예견하지 못하고 채소 값 폭등을 가져온 것은 농업진흥청의 직무유기임에 틀림이 없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식이긴 해도 지금부터가 중요하다. 다가오는 겨울의 김장 대란이 일어나지 않도록 채소의 유통구조 개선 등 문제해결을 위해 정부가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한다.
지금 당장 배추가 부족하다고 해서 수입에 지나치게 의존할 경우 농민들에게 피해가 돌아가는 또 다른 부작용이 일어날 수도 있다. 대체 또는 보완작물 등 채소류의 재배현장을 정밀하게 조사해서 수입물량을 정확하게 결정해야 할 것이다.
벌써 부족 물량을 주먹구구식으로 계산하여 중국으로부터 당초 계획했던 무 일부를 배추로 바꾸어 수입하기로 계획물량을 변경했다니 불안하기가 그지없다.
중국산 수입배추에 대한 악성루머도 사실이 아님을 정부는 통관과정에 정밀검사 등의 방법을 통해 소비자들을 안심시켜야 한다.
글로벌 시대에 우리나라가 많은 상품을 수출하면서 근거도 없이 남의 나라 상품을 악평하고 폄하하는 것은 국제관계에 있어서도 올바른 태도가 아니다.
솔직히 말하면 농산물우수관리기준제도(GAP)를 중국이 우리나라보다 먼저 도입하여 농산물을 재배하고 있고 2005년도 김치의 기생충 알 검출사건을 계기로 중국 정부에서도 안전한 농산물의 생산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음을 알아야 한다.
차제에 정부는 농림수산식품부의 전반적인 업무를 재검토하고 조직을 슬림화해야 한다. 놀고먹는 조직이 되어서는 안 된다. 일차산업의 기본업무에 충실하도록 하고 맞지도 않는 2차 제조업과 3차 서비스산업까지 넘어다보는 업무형태에서 벗어나야 한다.
아직도 우리나라가 농업이 주산업처럼 착각해서 행정조직을 방만하게 운영하지 말아야 한다. 조직을 축소시켜 실질적으로 농업 등의 일차산업을 유지 발전시키고 농촌에 도움이 되는 기관으로 거듭나야 한다.
그러하기 위해서는 산하기관도 재정비하고 불필요한 기관을 폐지하여 시대가 변화됨에 따라 행정수요가 늘어나고 인력이 부족한 정부 내 다른 기관에 이체하여 활용해야 한다.
개혁에는 고통이 따르고 이를 결정하는 데는 국정 최고결정권자의 용기가 필요하다.
일부 이익집단에 휘둘리지 말고 국민 전체의 삶의 질을 개선하고 국제사회의 앞선 일원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더 이상 개혁의 시기를 놓쳐서는 안 된다.
금번 사고는 농림수산식품부의 장차관이 일괄적으로 바뀌었기 때문에 생긴 결과라기보다는 타성에 젖은 공무원들의 나태한 업무태도에서 기인된 것으로 보인다.
기업의 직원들이 생존을 위해 봄부터 농산물의 시세 모니터링을 하여 대비하는데 비해 관계공무원들은 배추 등 채소류의 부족현상이 예견되었는데도 불구하고 안이하게 대처해서 자초한 사태이기 때문이다.
장관은 관계공무원을 엄중하게 문책해서 다시는 공직자들이 무사안일로 인해 국민이 피해를 보는 일이 없도록 본보기 삼아 처리해야 할 것이다.
이번 배추파동이 천재라고 하늘에 책임을 돌릴 수도 있다. 그러나 오늘날 모든 행정은 과학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여건을 구비하고 있기 때문에 사전에 문제를 충분히 예방할 수가 있었다.
따라서 정부는 관련부처 간에 상호 협력 체제를 유지하고 한반도의 기후변화 등에 대비한 농업정책이 수행될 수 있도록 연구 활동을 강화하는 등 앞으로 다가올 예상되는 문제들을 사전 준비하여야 한다.
아울러 금번 사태와 같이 서민의 가슴을 울리는 일이 되풀이 되지 않도록 농업행정이 분골쇄신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