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장어와 함께 스테미너의 대명사라고하는 가물치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한다.
씩씩하다 못해 무섭고 징그럽기까지 한 가물치는 농어목 가물치과에 속하는 토종 민물고기이다.
민물고기 중에서는 흔치 않은 대형종으로 큰 개체는 1m가 넘는 것도 있다. 성질이 사나워서 ‘민물의 폭군’이란 별명으로 불리며 다른 물고기나 개구리 등을 잡아먹거나 가물치끼리 서로 잡아먹기도 한다.
겨울에는 깊은 곳의 진흙이나 해캄 속에 묻혀서 동면한다. 비가 올 때는 습지에서 뱀처럼 기기도 한다. 수온이 높을 때는 아가미호흡보다 주로 공기호흡을 한다.
산란기는 5∼8월이며, 수초가 우거진 연못이나 늪의 수심이 0.2∼1m 되는 곳에서 암수가 함께 수초를 모아서 지름 약 1m의 집을 짓고, 그 위에 새큼한 냄새가 나는 노란 알을 낳는다. 1쌍의 암수 성어는 부화한 치어가 집을 떠날 때까지 보호한다.
가물치는 파충류라는 오해와 편견이 있다. 그러나 가물치는 분명 민물고기에 속한다.
가물치는 동물성 먹이를 즐기는 육식성 어류로 번식과 성장이 빠르며, 우리나라 전 지역에서 서식한다. 수심 1m 이상, 수초가 무성한 저수지에 많다.
대부분의 물고기는 아가미로 호흡하지만, 가물치는 아가미 위에 두 장의 점막으로 된 특수한 공기 호흡기관이 있어 입으로 들이마신 공기로 호흡할 수 있다.
때문에 흐린 물이나 오염이 심한 곳에서도 살 수 있다. 겨울이나 가뭄 때는 진흙탕 깊이 2m 이상까지 파고들어가 살아남는다.
중국에서는 뱀이 변해 가물치가 되었다는 전설이 있다. 서두어라는 말은 이런 전설에서 유래한 것이다. 이런 전설은 우리나라에도 널리 퍼져 있다. 중국에서는 “가물치는 밤마다 머리를 북쪽으로 향하고 잔다”는 말이 있는데, 이것은 자신들의 수호신인 북두칠성에 멀리서나마 예를 올리는 것이라고.
그런 까닭에 도교를 신봉하는 사람들은 가물치를 먹지 않는다. 인도의 벵골과 미얀마의 카렌 사람들은 죄를 지은 사람이 변해서 가물치가 되며, 만일 사람이 이 물고기를 먹으면 저 세상에서 사자가 된다고 믿기 때문에 먹지 않는다.
가물치는 단백질이 약20% 지방이 1.4% 기타 칼슘, 인, 철 비타민 B군 등이 다량 함유돼 있으며 성질은 차고 달다.
칼슘이 다른 생선보다 월등히 많아 산후에 빈혈이 있고 기운이 없는 산모가 몸조리를 하기 위해 가물치를 푹 고아서 그 즙을 짜서 먹으면 좋고 부족한 젖도 잘 나온다. 그래서 모유가 나오지 않아 고생하는 산모나 입덧 때문에 영양이 모자라는 임산부에게 좋다.
가물치는 또 비타민 B1, B2가 골고루 함유돼 있어 성장기 어린이나 태아의 두뇌 발육에도 좋은 식품이다.
이 외에도 간의 수치가 많이 높은 사람, 피로감이 빨리 오는 사람, 아토피에 고생하는 사람, 종양이 자주 생기는 사람, 장에 탈이 자주 생기는 사람, 만성 피로가 있는 사람 등에 좋다.
가물치를 불에 구워 가루를 만들어 먹으면 여성의 ‘기’와 ‘혈’을 보충한다고 했으며 배에 물이 차는 복수 증상에는 가물치의 내장을 빼고 마늘을 채운 다음 진흙으로 감싸서 불에 구워 먹으면 효과가 있다고 소개돼 있다.
지금도 가물치가 시장에서 비싼 가격에 거래되고 있는 것은 보신제로 그 효능을 인정받고 있기 때문이다.
가물치에는 육식성 포유의 식도나 위벽에 종양을 일으키는 기생충인 유극악구충의 중간 숙주로서 근육속에 피낭유충이 있을 수 있으므로 날 회를 먹는 것은 주의를 요한다.
가물치의 성질은 차서 몸이 뜨거우며 열이 있고 기운이 많은 사람에게는 좋다. 그러나 냉한 체질이나 기력이 극히 약한 경우에는 이익보다 손해가 있을 수 있다. 가물치는 모든 기를 하강시키므로 많이 먹지 않는 것이 좋다.
‘본초’에서는 피부가 궤양이 되어 있을 때 많이 먹으면 상처가 백색으로 된다 하고 ‘신농본초경소’에서는 흑색이 된다 하니 종기가 있을 때는 삼가는 것이 좋다.
가물치를 먹는 방법은 다양하다. 일단 가물치를 즙으로 내서 먹는 방법이 가장 흔하다. 이는 보양식이 아니라 보양약에 가까운데, 역시 임신부를 위한 방법이다.
남도 지방에서는 오래전부터 가물치를 통으로 삶는 가물치찜이나 가물치곰탕이 익숙하다. 가물치찜은 별다른 양념 없이 통으로 삶아내는 것. 내장을 빼내지 않고 통으로 삶아내 맛과 영양이 그대로 담겨 있다. 가물치곰탕은 센 불에 7~8시간 푹 삶아낸다.
가물치는 살이 희고 맛이 좋아 회로도 먹는데 포를 떠 소독을 위해 막걸리와 버무려 주물럭을 만들듯 주무른 다음 물기를 빼고 먹는다.
맛은 약간 고소하며 육질은 단단해 도다리회와 그 맛이 비슷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