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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유통대전' 막 올랐다

부산에서 국내 유통업계의 맞수 롯데와 신세계간 유통대전의 막이 올랐다.

국내 백화점 업계 3위의 신세계백화점이 1위 롯데백화점의 아성인 부산에서 국내 최대의 복합쇼핑몰 '신세계 센텀시티'를 열며 도전장을 내민 것이다.

다음달 3일 오픈하는 신세계 센텀시티와 2007년 12월 문을 연 롯데백화점 센텀시티점과 약 10m 간격으로 나란히 위치해 있어 시각적으로도 불꽃 튀는 격전을 예상케 한다.

◇ "유통대전 이미 시작됐다" = 부산 상권의 맹주를 자처하는 롯데 측은 애써 태연한 모습을 유지하고 있다.

오히려 신세계 센텀시티 오픈을 앞두고 25일 "신세계 오픈을 축하한다"는 내용의 대형 현수막을 내걸고 신세계의 부산 상륙에 축하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롯데백화점 이철우 사장은 한국백화점협회 회장 자격으로 신세계 센텀시티의 오픈 기념식에 참석, 테이프 커팅을 할 예정이며 덕담도 건넬 것으로 보인다.

이런 겉모습과 달리, 롯데는 최근 부산 고객들에게 쌀 포대를 무료로 증정하는 등 고객 이탈 방지에 나섰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롯데 측이 전국적인 바잉 파워를 앞세워 신세계센텀시티에 입점하려는 국내 유명 브랜드에 압력을 넣고 있다는 소문도 나돌고 있다.

신세계 측은 센텀시티 대표의 직위를 지난해 말 상무에서 부사장으로 격상했다. 롯데도 롯데백화점 부산 본점과 동래점, 센텀시티점 등 부산지역 백화점을 총괄하는 지역본부장을 신설, 상무급을 파견했다.

양측이 격전을 앞두고 야전사령관을 연대장급에서 사단장급으로 교체한 셈이다. 향후 얼마나 격렬한 전투가 벌어질 지 짐작케 하는 대목이다.

아직 겉으로는 평온한 모습이지만 양측은 이미 자존심을 건 한판 승부에 들어간 것으로 유통업계는 보고 있다.

◇ 롯데 "부산은 롯데의 아성" = 롯데 측은 오랫동안 부산에서 맹주의 자리를 굳히고 있는 만큼 부산 상권 수성에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부산본점-동래점-센텀시티점으로 이어지는 다점포 통합 마케팅으로, 신세계의 도발을 잠재우겠다는 전략이다. 연말에는 광복점을 추가로 오픈해 4개 점포로 포위망을 구축, 단일 점포인 신세계 센텀시티의 시장 잠식에 맞설 예정이다.

여기에다 2014년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는 롯데타운도 원군으로 여기고 있다.

지하 6층, 지상 최대 120층, 높이 510m의 롯데타운은 호텔, 오피스가 들어가는 초고층 타워와 함께 쇼핑몰, 대형 마트, 영화관, 면제점 등 다양한 부대시설로 초대형 복합몰을 표방한 신세계 센텀시티를 견제할 것으로 보인다.

부산에 연고를 두고 있는 프로야구단 '롯데 자이언츠'도 롯데의 든든한 배경이다. 3월 초에 롯데 자이언츠 선수들이 총 출동하는 대규모 팬 사인회를 검토 중이다. 선수들이 직접 1일 판매요원으로 활동하는 것도 고려하고 있다.

부산의 지리적 특성상 일본 관광객이 많은 점도 롯데로서는 자신감을 갖는 대목이다. 롯데그룹이 일본에서 일어난 기업으로 일본내 인지도면에서 신세계에 우위에 있기 때문이다.

◇ 신세계 "롯데, 경쟁상대 아니다" = 신세계센텀시티는 부산 상권을 뛰어넘어 전국 상권, 더 나아가 일본 등 아시아 상권을 바라보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며 롯데에 대한 우월감을 드러내고 있다.

신세계그룹 구학서 부회장은 26일 기자간담회에서 "신세계 센텀시티를 통해 부산시의 해양 문화 인프라 시설과의 시너지를 창출해 부산시를 세계적인 관광특구로 랜드마크화하고 관련산업에 파급효과를 만들어냄으로써 부산 경제를 활성화하는 데 기여하겠다"는 원대한 포부를 밝혔다.

국내 백화점간 경쟁의 차원을 넘어 지역경제 활성화와 글로벌 마케팅을 신세계센텀시티의 지향점으로 제시함으로써 "롯데는 경쟁상대가 아니다"는 뉘앙스를 풍기고 있다.

특히 롯데에 없는 스파랜드, 아이스링크, 국내 최대의 실내 골프연습장 등 매머드급 부대시설을 앞세워 롯데의 기선을 제압하겠다는 의도도 내비치고 있다.

다음달 3일 그랜드 오픈을 5일 앞둔 26일 정용진 부회장, 구학서 부회장, 석강 신세계백화점 사장 등이 본사 경영진들이 대거 신세계 센텀시티를 방문, 준비 상황을 점검하는 등 유통 대전에 만전을 기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신세계 측은 롯데의 3개 점포와 롯데타운, 롯데 자이언츠 야구단 등 기득권을 인정하면서도 신세계 측은 부산시에 신세계 이마트 7개 점포를 갖고 있는 점도 '신세계 브랜드' 확산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 부산시민들 기대감 '고조' = 롯데와 신세계간의 유통대전은 부산시민에게도 큰 관심거리다.

양사간 경쟁이 시민들에게 양질의 제품과 더 나은 서비스를 가져다 줄 것으로 여기고 있기 때문이다.

부산을 사랑하는 시민의 모임(부사모)의 강대헌(63) 회장은 "롯데백화점이 독식했던 부산에 신세계가 진출하는 데 대해 부산시민들이 큰 기대를 걸고 있다"면서 "두 회사의 경쟁은 부산 발전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해운대의 한 횟집 주인은 "울산 지역 손님들로부터 신세계 센텀시티 오픈일이 언제냐는 질문을 자주 듣는다"면서 "부산 외에도 인근 주변 도시에서도 부산 상권 변화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국내외에서 관광객들이 부산으로 몰려들면 숙박업소, 음식점, 운송업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력이 생기고 일자리도 더 늘어날 것이라는 게 부산시민들의 생각이다.

부산시민들의 이런 기대에 부응하듯 26일 신세계 센텀시티 기자간담회에 국내 취재진 50여명이 몰렸고, 중국의 신화통신, 일본 아사히 신문, 니혼게자이, 영국 로이터 통신 등 해외 언론에서도 기자들이 참석, 높은 관심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