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구 소주의 하나인 두산주류 `처음처럼'을 인수한 롯데칠성음료의 본격적인 시장 진출 소식에 국내소주업계의 메이저 업체인 진로뿐만 아니라 부산.경남 소주시장의 맹주인 대선주조와 무학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칠성음료는 이달 28일부터 `처음처럼'의 제조원을 두산에서 롯데로 바꾼 `롯데표' 소주를 내놓고 소주시장에 첫발을 내디딜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롯데 소주는 우선 국내 소주업계의 대표격인 진로와의 대격돌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더불어 부산.경남 지역 주류시장의 요동도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를 비롯해 롯데그룹 계열사의 상당수가 부산.경남지역을 텃밭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역업체들은 벌써부터 `고래 싸움에 새우등이 터지지 않을지' 노심초사하며, 대책 마련에 전전긍긍하는 모습이다.
주류공업협회에 따르면 현재 `처음처럼'의 부산과 경남 시장 점유율은 각각 0.47%와 0.57%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대선주조는 부산시장의 82%, 무학은 경남에서 74%를 장악하고 있다.
하지만 롯데 소주가 지역 연고권을 주장하며 지역시장 점유율을 높이려 들면 지역 주류시장의 판도는 예측불허의 상황이 될 것으로 지역주류업계는 보고 있다.
부산의 한 주류도매상사 관계자는 "진로와 두산 등의 부산.경남지역 시장 진출이 어려웠던 이유는 지역 주류도매상들이 다른 지역 제품에 대해 배타적이었고, 지역민의 향토제품에 대한 맹목적인 사랑이 있었기 때문"이라며 "하지만 롯데라면 사정이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롯데는 처음처럼의 옛 주인인 두산과 달리 국내 식음료 시장의 40% 이상을 차지하는 막강한 소매유통망을 구축하고 있다. 이는 현재 국내 소주시장의 50%를 점유하고 있는 진로도 두려워하는 대목이다.
롯데소주가 롯데그룹 계열의 음료, 마트, 제과 등의 거미줄 같은 유통망을 활용하면 의외의 판도가 조성될 수 있다는 게 지역유통업계의 대체적인 관측이다.
물론 현행 주세법과 국세청의 주세사무규정에는 종합 주류도매허가를 받은 도매상이 일반 소매점에 공급하는 주류와 음료를 동시에 취급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실수요자를 겨냥한 직공급이 가능하다는 예외규정이 있어 롯데 소주가 그룹계열의 대형유통점 등을 활용해 얼마든지 시장에 파고들 수 있다.
롯데 측도 "소주는 주로 기존 두산주류 유통망을 이용하겠지만, 그룹계열의 영업 유통망을 통해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이미 롯데가 롯데마트 등에 '처음처럼' 매장을 전진배치하고 있다는 소문이 업계에 파다하다.
소주만큼 고객의 충성도가 높은 제품도 드물다고 하지만 매 시즌 수백만명의 관중을 동원하는 부산.경남 연고의 롯데 자이언츠 등을 판촉전의 전면에 내세우면 기존 지역소주업계엔 큰 위협이 아닐 수 없다.
롯데 자이언츠의 홈구장인 사직야구장에는 지난 시즌까지만 해도 무학의 `좋은데이'와 대선의 C1 광고가 내걸렸지만 올 시즌 사직야구장에서 이들 두 회사 제품의 광고판을 볼 수 있을지 미지수이다.
사직야구장의 무학.대선 광고판이 이미 철거됐다는 뜬소문까지 나돌고 있다.
무학 측은 "현재 광고 대행사와 롯데 자이언츠간 광고계약이 지연되고 있다"며 "롯데그룹 측에서 롯데 자이언츠에 `사직야구장에 (롯데 소주와의) 경쟁제품 광고판이 내걸리는 건 곤란하지 않으냐'는 이야기를 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이 때문에 롯데 측의 지역시장 공략이 물밑에서 이미 시작됐다고 보는 이들이 적지 않다.
대선주조와 무학은 조심스레 시장 수성을 위한 대책을 강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먼저 부산의 향토 소주 업체인 대선주조는 조직재편에 나서는 한편 새로운 제품 출시를 기획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대선 측은 "힘든 싸움이 되겠지만 나름대로 롯데 소주에 대비한 대책을 세워놓고 있고, 충분히 시장을 방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무학은 경남보다는 부산권 시장이 롯데 소주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을 것으로 판단하고, 부산지역의 영업망 확대 등 맞불전략을 마련한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