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그룹이 두산의 소주 ‘처음처럼’을 인수하면서 본격적 주류시장공략을 준비하고 있어 ‘C1’의 대선주조와 ‘좋은데이’ 무학주조가 버티고 있는 부산·경남지역 소주시장에 일대 지각변동을 예고하고 있다.
롯데, 두산 인수 작업 마무리 단계 대선, 구조조정 등 조직 개편, 무학, 지사 확대개편 등 공세 강화 돌입으로 소주시장이 뜨겁게 됐다.
롯데가 인수 작업이 끝나는 오는 3월부터 시장공략을 본격화하기로 하고 물밑 작업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 가운데, 대선주조와 무학주조도 구조조정과 마케팅 강화, 신제품 출시 등으로 지역시장 수성을 위한 맞대응에 나설 준비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부산의 대표주류인 대선주조와 경남의 무학주조로 양분돼 있는 지역 소주시장에 롯데의 시장 전입으로 그 어느 때 보다 지역 소주시장은 뜨겁게 달아오를 전망이다.
△3월부터 지역 소주시장 전쟁 예고= 롯데그룹 계열사인 롯데칠성음료는 소주 '처음처럼'을 만드는 두산주류BG 인수를 위한 본 계약을 체결하고 현재 실사작업을 벌이고 있다.
롯데칠성음료 관계자는 "현재는 본 계약에 따라 인수팀이 두산주류BG에 대한 실사작업에만 매달리고 있을 뿐, 시장전략 등에 대해서는 아직 논할 단계가 아니다"며 "2월말까지 인수 작업을 마무리하고 3월부터 본격적 마케팅 전략에 나설 예정이다"고 밝혔다.
그러나 지역 소주시장에서는 이미 롯데측의 공략이 시작된 것으로 보고 있다.
롯데측은 프로야구 롯데자이언츠 구단을 통해 사직야구장에 설치돼 있는 무학의 광고판 철거 등 야구장을 무대로 한 마케팅 전략 수립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부산·경남지역으로의 소주공장 이전 등의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대선주조·무학 '지역시장을 사수하라'= 롯데그룹의 소주시장 진입에 가장 긴장하고 있는 곳은 수도권의 진로와 함께 부산의 대표적 맹주 대선주조다.
대선은 롯데의 공략에 대비해 임원진과 부·차장의 간부급 직원들을 대상으로 명예퇴직 신청을 받는 등 구조조정을 진행 중이다. 3∼4명의 임원진이 사퇴할 것이란 이야기가 나오며, 경영진단에 따라 창원?울산지사를 철수하거나 규모를 줄이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고 있다.
대선의 관계자는 "조직축소 등 구조조정 차원이 아니라 시장 효율성을 지키기 위한 '선택과 집중'의 조직 재편을 진행하고 있을 뿐"이라고 밝혔다.
이와 함께 저 도주 시장의 성장 등에 대비해 기존 '씨유'를 대체할 새로운 제품 개발을 완료하고 3월에 출시를 목표로 시음과 작명 등을 진행 중이다.
저 도주 '좋은데이'를 앞세워 부산시장 점유율을 확대하고 있는 무학도 '롯데소주'라는 새로운 변수에 바짝 긴장하고 있는 상태다. 무학은 지난해 부산지사를 북부산과 남부산지사로 확대 개편하는 등 오히려 부산시장 공략을 강화하고 있다. 또 경남시장 수성전략 마련에도 부심하고 있다.
무학 관계자는 "지난해 대선주조를 인수하려 한 것도 바로 롯데와 같은 대기업의 시장공략에 대비하기 위한 것이다"며 "소주시장 전쟁이 시작된 만큼 소비자 중심의 마케팅 강화 등 대책을 준비 중이라고 밝히면서도 구체적인 전략"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롯데소주' 지역돌풍 일으킬까= 국내 최대 '유통공룡' 롯데가 백화점, 마트, 편의점 등 물류유통력을 동원해 시장공략에 나설 경우 파괴력이 만만찮을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대한주류공업협회에 따르면 부산의 소주시장 점유율은 대선주조 82%, 무학 11.66%, 진로 5.75%순이고, '처음처럼'의 두산은 0.47%로 미미한 수준이다. 경남시장도 무학이 73.89%, 대선 18.81%, 진로 6.73% 순이고 두산은 0.57%에 불과하다.
그러나 롯데가 롯데자인언츠(프로야구)를 등에 업고 '지역 연고'를 주장하며 물량공세에 나설 경우, 판도 변화가 불가피할 것이라는 것이 대체적인 관측이다.
문제는 현재 '처음처럼'을 생산하는 두산주류의 강릉공장으로는 수도권과 부산·경남을 동시에 공략하기에 한계가 있다는 점. 또 유통망을 통한 공세만으로 지역에 뿌리내린 토종브랜드들을 쉽게 공략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분석도 나오고 있다.
특히 롯데그룹과 직접적인 연관은 없다 하더라고 3년 전 롯데우유가 대선주조의 '먹튀' 논란에 휩싸인 이력 등을 감안할 때 섣불리 연고를 내세우며 시장공략에 나설 경우 오히려 역풍을 맞을 수도 있다는 업계의 분석이다.
따뜻한 봄바람과 함께 지역 소주전쟁이 본격화되면 판도?변화의 윤곽이 점차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