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불황으로 소비심리가 꽁꽁 얼어붙는 바람에 수박이 너무 안 팔리네요."
겨울 수박 주산지인 경남 의령군과 함안군의 수박 재배 농민들이 울상을 짓고 있다. 수박 가격이 예년의 절반에도 못 미칠 만큼 떨어졌기 때문이다.
요즘 3~4㎏짜리 산지 수박 한 통 가격은 5000원선.
그나마 이 가격은 품질이 좋은 상품일 뿐 그렇지 못한 수박 한 통은 3000원대까지 폭락했다.
시설 수박 재배농민들에 따르면 평균 350~360개의 수박을 수확하는 비닐하우스 한 동(660㎡)의 산지 시세도 지난해 300만원선에서 최근 3분의 1 수준인 100만~150만원으로 떨어졌다.
재배농민 김모(56.의령군 용덕면)씨는 "비닐 피복비와 비료 등 자잿값, 종잣값, 인건비 등을 고려하면 현재 산지 시세로는 빚을 져야 할 판"이라고 허탈해했다.
이처럼 겨울 수박 시세가 폭락한 것은 극심한 소비 부진 탓이 가장 크다.
특히 수박 등 `고급 과일'의 최대 소비처인 유흥업소에서 수박 주문이 크게 준 것이 농민들에게 큰 타격을 주고 있다.
설을 앞두고 수확한 수박은 그나마 헐값이나마 제수용으로라도 팔려나갔지만 설 이후 출하한 수박은 산지 상인들이 관심조차 두지 않아 농민들만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농민 조모(49.함안군 군북면)씨는 "농한기에 쉬지 않고 땀 흘려 수박을 키웠지만, 제값조차 받지 못한 채 상인들에게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팔 수밖에 없는 실정"이라며 "올해 수박농사는 솔직히 허탕을 친 셈"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수박값이 폭락하자 의령군은 산하 기관.단체 행사 때 수박을 사용하도록 하는 등 '군민 수박 한통 사주기 운동'을 벌이기로 했다.
의령군농업기술센터 마케팅 담당 허만필씨는 "수박은 기호식품인데다 다른 과일과 달리 저장성이 떨어져 완숙되면 헐값으로라도 팔 수밖에 없다"며 "대보름 등 특수를 겨냥해 수박 출하 시기를 조절하는 등의 전략을 세울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