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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님은 평소보다 많지만 값만 물어봐요"

"손님은 평소보다 많은데 사는 사람은 많지 않아요"

민족의 명절인 설을 열흘 가량 앞둔 14일 오후 부산의 대표적 재래시장인 부산진구 부전시장.

일찍부터 차례상을 준비하러 나온 주부들이 길이 340m에 달하는 중앙통로를 가득 메워 시장은 모처럼 인파로 북적였다. 차례용품을 진열하고, 수산물을 다듬는 상인들의 손놀림에도 활기가 넘쳤다.

'살기 힘들어도 설은 설'이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상인들의 말은 전혀 달랐다.

그도 그럴 것이 주부들은 쉽사리 지갑을 열지 않았다. 물건값을 물어보고, 이리저리 만져보며 한참을 서 있다가 그냥 자리를 뜨는 경우가 허다하기 때문이다.

물건을 이리저리 살펴보다 그냥 돌아가는 주부의 뒷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다 기자와 눈이 마주친 한 상인은 애써 미소를 지어 보였다.

수산물 가게 앞에서 5분가량 흥정을 하다 결국 3만원에 가오리 한 마리를 산 주부 김양미(58) 씨는 "작년보다 차례용품 가격이 많이 올랐다"면서 "TV에서는 10여만원이면 차례상을 차릴 수 있다고 하던데 실제로는 30만원도 더 들 것같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김 씨는 또 '설빔은 준비했느냐'는 질문에 헛웃음으로 답하고는 데리고 나온 외손녀 2명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부전시장에서 수년째 건어물상을 운영하고 있다는 조봉자(65.여) 씨는 "손님이 평소보다 많기는 하지만 작년 추석의 절반밖에 안 되고, 물건을 사는 사람도 많지 않다"고 말했다.

예년에는 명태 포와 말린 문어, 한과 등을 세트로 구입하는 손님도 많았지만 올해는 "한 가지만 올리지 뭐.."라며 포만 사 가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조 씨는 "세트로 구입해도 1만원 안쪽인데 경제가 안좋기는 안좋은 모양"이라며 "주머니 사정이 안좋기도 하겠지만 올해는 경기가 더 안좋아질 것이라고들 하니까 미리부터 돈을 아껴 쓰는 것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