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지역 직영급식 초.중.고교에 식재료를 납품하는 업체들이 줄줄이 도산에 직면하고 있다.
이는 최저가 또는 제한적 최저가 입찰제에 따른 업체 간 출혈경쟁에다 올 들어 경기불황과 식재료 가격 상승까지 겹쳐 자금난을 이기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부산지역 30여 초·중학교에 식재료를 납품하는 도원케터링이 지난 4일 18억6600만 원의 어음을 처리하지 못해 결국 부도가 났다. 식재료 납품 소상인들로 구성된 채권단은 5일 오전 강서구 명지동에 있는 이 회사 앞에서 대책회의를 갖고 "이번 피해 규모가 22억 원에 달하고 있다"고 밝혔다.
올 들어 부도가 난 부산지역 식재료 납품업체는 이번 도원케터링을 포함해 5곳이며, 피해금액만 총 51억5000만 원에 이른다고 덧붙였다.
식재료 납품 소상인들은 "최저가 입찰제,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 시장가격조사를 개선하지 않고서는 식자재 납품업체의 부도가 계속될 수밖에 없다"며 대책을 호소했다. 직영급식 학교의 45%가량이 최저가 입찰제를 실시해 업체 간 출혈경쟁이 부도의 가장 큰 원인이라는 것이다.
실제 지난 4월 부산 Y·B·N 등 3개 중학교가 공동구매 형식으로 실시한 최저가 입찰에 참여한 식재료 납품업체 A사는 학교 측이 시장조사를 바탕으로 제시한 기초예상가격(8730만7130원)의 82%(7236만9000원)에 낙찰 받았지만 실제 식재료를 구매한 비용은 9460만 원에 달했다.
이에 따라 A사는 낙찰가와 실제 구매가의 차액(2223만1000원)에다 냉동 탑차를 운영하는 물류비(120만 원)를 합쳐 2343만1000원의 손실을 감수해야만 했다.
이에 부산시교육청은 최저가 입찰제의 부작용을 보완하기 위해 제한적 최저가 입찰제(예정가의 90% 또는 87.745% 이상)를 도입했지만 기초예상가격과 시장가격 간 괴리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식재료 납품 소상인들에 따르면 "부산지역 331곳의 학교 가운데, 132곳의 기초가가 시장가에 미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며 "사정이 이렇다 보니 식재료 납품업체는 수익을 남기기 위해 질이 떨어지는 물건을 구매하거나 식재료 납품 소상인에게 지급해야 할 돈을 떼먹고 부도를 내고 있다"고 말했다.
게다가 올 들어 곡물가격 폭등으로 식용유, 된장, 밀가루 등 식재료 가격이 30~40% 치솟았지만 학교 급식비는 학교운영위의 제동으로 150~200원 오르는데 그친 것도 업체의 자금난을 가중시키는 요인이 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식재료 납품업체의 국정푸드 손부영 대표는 "업체도 최소한의 이윤이 보장돼야 안전한 급식이 이뤄질 수 있는 만큼, 최저가 입찰제 개선과 유통업체의 외상거래 관행을 차단하기 위해 입찰시 유통업체의 자격기준 강화 등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