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난에 직면해 있던 부산의 대표적 향토 주류업체인 천년약속이 주인을 새로 영입하고 판매급감에 따른 경영난 타개에 나서 기사회생할지에 관심을 모으고 있다.(본보 10월 6일자 보도)
천년약속의 흑기사로 나선 이들은 전국적인 유통망을 갖춘 와인·양주 수입업체인 수석무역과 지역 금융회사인 부산저축은행, 그리고 7~8개 지역기업 등으로 이뤄진 연합세력이다.
부산의 향토 주류업체를 살리기 위해 지역 기업들이 십시일반 기사회생을 자처한 것이다.
이들은 APEC 정상회의 공식 건배주로 선정돼 전통주 시장에서 돌풍을 일으키다 지난해 매출부진으로 자본잠식 상태에 들어간 천년약속 회생을 위해 70억 원(수석무역 30억 원, 부산저축은행 20억 원, 지역 업체 20억 원)을 출자키로 했다. 회사를 주류업계에 몸담고 있는 수석무역이 위탁경영체제로 운영하게 된다.
이를 위해 천년약속은 25일 부산시 기장군 정관면 신축공장에서 임시 주주총회를 갖고 보유주식 90%감자와 현 경영진 전면교체를 전격 단행했다.
천년약속은 이날 주총에서 주당 액면가 500원의 보유주식 1천280만주(자본금 64억 원) 가운데, 현 김성열 대표이사가 갖고 있는 지분 50%를 강제 무상소각하고, 나머지 절반의 주식을 1:10 비율로 90% 감자해 전체 자본금 규모를 3억여 원으로 대폭 줄이는 '자본감소의 건'을 의결했다.
천년약속은 이어 김 대표 등 현 임원진 5명을 전원 사임시키고, 새 임원진 4명을 새로 선임하는 내용의 '이사진 사임 및 선임의 건'도 아울러 의결했다.
천년약속의 새 대표이사로 김일주 현 수석무역 대표가 맡게 되며, 동아제약 강신호 회장의 차남으로 수석무역의 실제 오너인 강문석 회장 등 3명이 이사로 선임됐다. 이 과정에서 일부 소액주주들은 경영진교체에 반대하며 반발이 있기도 했다.
천년약속은 조만간 자본금 확충을 위해 주식출자전환 및 증자를 위한 주주총회를 추가로 가질 계획이며, 지역기업인 세운철강과 K공업, H스틸 등이 출자에 참여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 2억 원을 출자키로 한 부산상공회의소 회장인 신정택 세운철강 회장은 "향토 브랜드를 살린다는 차원에서 자금지원에 나서게 됐다"고 소감을 밝히고 "전국 1천500개 주류도매상 가운데 1천200개와 거래 중인 수석무역이 경영을 맡게 되면 천년약속이 부산·경남지역만이 아닌 전국 대표브랜드로 새롭게 도약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