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푸드투데이 = 황인선기자] 비만은 '현대판 재앙'으로 불리지만 해법을 둘러싼 논쟁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최근 국회에서 논의가 시작된 '설탕세(가당음료 부담금)'는 국민 건강 증진이라는 명분을 내세우고 있다. 그러나 식품 현장에서 바라본 이 제도는 단순히 설탕 함량을 줄이는 문제를 넘어 기업의 제품 설계와 원가 구조, 소비자의 장바구니 물가까지 복합적으로 얽혀 있다.
푸드투데이는 이번 기획을 통해 ▲설탕세 입법안의 구조와 실효성(1편), ▲2016년부터 추친돼 온 당류저감정책의 성과와 한계(2편), ▲설탕세와 GMO 완전표시제가 식품 물가에 미칠 전방위적 파장(3편)을 세 차례에 걸쳐 짚어본다.<편집자주>
국회가 추진 중인 설탕세(가당음료 부담금)와 올해 말 시행을 앞둔 GMO 완전표시제가 동시에 가시화되면서 식품업계 전반에 비용 부담이 본격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각각은 ‘국민 건강’과 ‘소비자 알권리’를 명분으로 내세우고 있지만 업계에서는 두 제도가 맞물릴 경우 가공식품 가격 전반을 끌어올리는 촉매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 설탕세, 부담은 제조원가로 직결
앞서 이재명 대통령의 공개 언급 이후 설탕세 논의가 급물살을 타면서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김선민 의원은 가당음료에 첨가된 당 함량에 따라 부담금을 부과하는 국민건강증진법 일부개정안을 추진 중이다.
개정안은 가당음료 100㎖당 첨가당이 5g 이상 8g 미만일 경우 리터당 225원, 8g 이상일 경우 300원의 부담금을 부과하는 구조다. 과세 기준은 영양성분표상 ‘당류(g)’이며, 설탕·포도당·과당·액상과당이 대상이다.
업계는 이 부담금이 제조원가 상승으로 직결될 수밖에 없다고 본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고환율과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이미 원가 부담이 큰 상황에서 설탕세까지 더해지면 기업들은 버티기 어렵다”며 “가격 인상은 억제하면서 규제만 늘리는 구조는 업계 입장에선 사실상 출구가 없다”고 말했다.
◆ 해외도 ‘설탕세의 역설’ 겪었다
설탕세를 먼저 도입한 해외 국가들 역시 시행 과정에서 부작용을 경험했다. 노르웨이는 1922년 설탕세를 도입해 사탕·초콜릿·청량음료 등에 과세해 왔지만 2018년 세율 인상 이후 인접 국가로의 ‘원정 쇼핑’이 급증하며 논란이 됐다. 결국 2020년 세율을 다시 낮췄다.
덴마크는 설탕세를 폐지한 대표 사례다. 1930년대부터 ‘소다세(Soft Drink Tax)’를 운영했지만 물가 상승과 소비 위축 문제가 불거지면서 2014년 제도를 전면 폐지했다. 최근에는 생활비 부담 완화를 이유로 고당도 식품 관련 세금 인하 논의까지 이어지고 있다.
국회입법조사처 역시 설탕세 도입에 대해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입법조사처는 해외 사례 분석을 통해 당류 섭취와 비만율이 증가하는 추세를 고려할 때 국민의 식습관 개선과 당류·비만율 저감을 위한 하나의 정책 대안으로 설탕세 도입을 검토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설탕세의 효과와 부작용을 둘러싼 찬반 논란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만큼 해외 각국의 도입·운영 사례를 면밀히 검토하는 선행 과정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입법조사처는 설탕세의 효과가 단기에 그칠 수 있다는 지적과 함께 저소득층 가계 부담 증가, 농식품 산업 경쟁력 약화, 설탕 대신 더 건강에 해로운 성분의 소비를 늘릴 가능성 등 다양한 반론이 제기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설탕세가 국민 부담 증가에 따른 조세 저항과 음료 산업계의 반발을 불러올 수 있다는 점에서 제도 도입을 검토할 경우 이해관계자와 전문가, 소비자 등 국민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는 공론화 과정이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 GMO 완전표시제, ‘표시’가 곧 ‘비용’
여기에 올해 말 시행되는 GMO 완전표시제는 또 다른 가격 상승 압력이다. GMO 완전표시제는 GMO 원료 사용 여부 자체를 기준으로 표시하도록 하는 제도로, DNA나 단백질의 잔존 여부와 무관하게 적용된다.
현재는 식용유, 전분, 액상과당, 간장 등은 제조 과정에서 최종 제품에 GMO DNA.단백질이 검출되지 않으면 표시 대상에서 제외되지만 제도 시행 이후에는 GMO 원료를 사용했다면 모두 표시 대상이 된다. 첫 적용 품목으로는 대두와 옥수수가 유력하게 거론된다.
문제는 대두·옥수수가 과자, 라면, 음료, 소스, 베이커리 등 대부분의 가공식품에 사용된다는 점이다. 업계는 GMO 완전표시제가 사실상 전 가공식품에 영향을 미치는 제도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Non-GMO 원료로 전환할 경우 공급량 자체가 제한적이고, 가격도 GMO 대비 20~70%까지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국내 곡물 자급률 역시 대두 7.5%, 옥수수 0.7%에 불과해 수입 의존 구조를 벗어나기 어렵다. 원료 가격 상승은 곧 소비자 가격의 전방위적 인상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 장바구니 물가 '도미노 인상'...서민 부담 가중
식품업계는 설탕세와 GMO 완전표시제가 시행될 경우 원가 압박이 누적돼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특히 설탕을 줄이기 위해 액상과당·전분당을 사용하는 제품은 GMO 표시 부담까지 동시에 떠안을 가능성이 크다.
설탕세가 도입되면 당장 245㎖ 콜라 한 캔당 약 73.5원의 부담금이 발생한다. 여기에 GMO 완전표시제에 따른 원가 상승분까지 더해지면 소비자가 체감하는 가격 인상폭은 수백 원대에 이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설탕을 줄이면 감미료 원가가 오르고, GMO 표시까지 붙이면 원료 전환 비용이 또 발생한다”며 “결국 남는 선택지는 가격 인상뿐인데 그 부담은 소비자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건강 증진이라는 정책적 명분은 서민 엥겔지수 상승이라는 현실적 부담과 충돌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특히 가공식품 소비 비중이 높은 저소득층일수록 세금 부담이 커지는 '조세 역진성' 문제 역시 함께 제기된다.
결국 정부와 국회가 추진하는 설탕세가 GMO 완전표시제라는 거대한 원가 상승 요인과 맞물릴 경우 국민 건강을 지키겠다는 정책이 오히려 국민의 식탁 경제를 압박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경고음이 커지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