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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탕세 논의 ‘현실화’…국회 입법 검토에 식품업계 촉각

이재명 대통령 발언 이후 국회 토론회 예고 입법 논의 급물살
설탕 부담금, 지역·공공의료 강화 재원 활용 방안 공론화
서울대 조사서 80.1% 찬성…‘헬시플레저’ 확산 여론 변화 견인
업계 물가 상승 우려…정교한 ‘건강 투자’형 제도 설계가 관건

 

[푸드투데이 = 황인선기자] 이재명 대통령이 ‘설탕세’ 도입 가능성을 공개적으로 언급하면서 설탕 과다 사용에 대한 부담금 부과 논의가 정책 현실화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 국회 차원의 토론회 개최와 여당 내 입법 검토가 동시에 진행되면서 그간 사회적 논의 단계에 머물렀던 설탕세가 제도화 문턱을 넘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이 대통령은 28일 자신의 X(구 트위터)에 ‘마약보다 강력한 달콤한 중독, 국민 80% 설탕세 도입 찬성’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공유하며 “담배처럼 설탕 부담금을 부과해 사용을 억제하고, 그 재원을 지역·공공의료 강화에 재투자하는 방안은 어떠한지 국민 의견을 듣고 싶다”고 밝혔다.

 

대통령 발언 직후 정치권과 정부의 움직임도 빨라졌다. 청와대 관계자는 “설탕 섭취로 인한 국민 건강권 문제와 재원 활용 방안에 대해 각계 의견을 수렴해 검토할 계획”이라며 “국회에서도 관련 논의가 진행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국회, ‘설탕 과다 사용 부담금’ 입법 논의 착수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더불어민주당 간사인 정태호 의원은 서울대 건강문화사업단과 함께 오는 2월 12일 국회도서관 소강당에서 ‘설탕 과다 사용 부담금 도입을 위한 국회 토론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해당 토론회에서는 국민건강증진법 개정과 별도 특별법 제정 가능성 모두가 논의 대상에 오른다.

 

정 의원 측은 “설탕 과다 섭취가 국민 건강은 물론 사회적 비용 증가로 이어지는 만큼,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제도적으로 반영할 필요가 있다”며 “부담금 도입 방식과 재원 귀속 구조를 다각도로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정 의원은 앞서 지난해에도 국회에서 ‘설탕 과다사용세 토론회’를 주최하며 “비만·당뇨·심뇌혈관질환 등 만성질환이 증가하는 상황에서 설탕 과다 사용은 더 이상 개인의 선택 문제로만 볼 수 없다”고 지적한 바 있다.

 

 

2021년 좌초 이후 5년…왜 다시 설탕세인가

 

국내 설탕세 논의는 2021년 강병원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가당음료에 건강증진부담금을 부과하는 국민건강증진법 개정안을 발의하면서 본격화됐지만 식품업계 반발과 국민 수용성 논란 속에 임기 만료로 폐기됐다. 당시 농림축산식품부와 보건복지부 역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며 신중론을 폈다.

 

그러나 최근 저당·제로 식품 확산, 이른바 ‘헬시플레저’ 트렌드와 함께 여론 지형이 변화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서울대 건강문화사업단이 국민 103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80.1%가 설탕세 도입에 찬성했으며, 탄산음료 과세(75.1%), 과자·빵·떡류 등 가공식품 과세(72.5%)에도 높은 찬성률을 보였다.

 

설탕세는 세계보건기구(WHO)가 2016년 도입을 권고한 이후 영국·프랑스·멕시코 등 전 세계 120여 개국에서 시행 중이다. 영국은 설탕세 도입 이후 음료 내 설탕 함량 감소와 소비량 감소라는 이중 효과를 거뒀고, 멕시코 역시 가당음료 소비 감소와 함께 비만·당뇨 지표 개선 효과를 보고했다.

 

전문가들은 설탕세를 단순한 ‘증세’가 아닌 질병 예방과 건강 불평등 해소를 위한 ‘건강 투자’로 설계하는 것이 관건이라고 지적한다. 세수를 일반 재정이 아닌 건강 기금으로 귀속시키고, 지역·공공의료 강화나 취약계층 건강 지원에 재투자할 경우 조세 저항을 상당 부분 완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산업계 반발·역진성 우려…정교한 설계가 관건

 

다만 식품업계는 여전히 “기초 식품에 대한 징벌적 과세”라며 반발하고 있다. 물가 상승, 소비 위축, 고용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영국 사례처럼 충분한 유예기간과 함께 설탕 저감 제품 개발 기업에 대한 세제·기술 지원이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업계 관계자는 “설탕세는 단순한 세금 논쟁이 아니라 건강 정책과 산업 구조 전환이 맞물린 문제”라며 “제품 유형별 유해성, 주요 소비자층의 연령, 주식 대체 가능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과세 범위를 필요 최소한으로 설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업계가 설탕 함량 저감이나 용량 조정, 저당 대체품 확대에 나설 수 있도록 충분한 유예기간과 예측 가능한 제도 설계가 병행돼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