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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드투데이 창간 24주년 기획]K-푸드의 어제와 오늘...식품 현대사(1)아이스크림 2편

[푸드투데이 = 조성윤기자] 1950년대, 한국전쟁이 끝나고 서울은 폐허나 다름없는 곳이었다. 흰 쌀밥은 사치였기에 보리밥이라도 배부르게 먹는 다면 감사한 하루였다. 미식에 대한 갈증보다 삼시세끼 굶주리지 않고 배부르게 먹던 것이 중요하던 시절, 이 시기의 식품 기업가들은 먼 미래를 내다봤다. 선진국의 식문화와 맛에 대한 기호, 그리고 기술력을 확장하고 시행착오를 거친 불굴의 의지로 진통을 겪고 제품을 내놓았다. 


2026년 현재 한국의 집밥, 외식문화, 프랜차이즈등 모든 카테고리를 통합해서 K-푸드라는 명칭이 붙었다. 하지만 K-푸드의 일등공신은 단연 ‘가공식품’이다. 위생적인 공정을 거치고 획일화된 맛, 그리고 보존성을 보장하는 가공식품은 한국의 식탁을 평정한 것은 물론 지구를 몇 바퀴씩 돌고 있다. 

 
한국음식은 머지않아 K-푸드라는 무언가를 분류하는 명칭대신 ‘햄버거’와 ‘피자’처럼 단일 메뉴를 말했을 때 음식에 대한 단상이 먼저, 그리고 한국이 연상될 만큼 국가와 인종을 막론하고 모든 사람들이 익숙함과 편안함을 느끼는 메뉴로 자리잡을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하지만 세계인의 입맛을 사로잡은 한국의 맛의 시작은 초라했다. <편집자 주>

1980년대는 유난히 많은 장수식품들이 출시되었다. 1970년대부라보콘의 독주를 막기 위해 롯데제과는 월드콘을 선보였고 롯데삼강은 6개월의 연구개발을 통해 당시에는 이색조합인 크런치와 딸기잼을 더한 돼지바를 세상에 내놨다. 


1986년 출시, 아이스크림 콘 1등 브랜드 ‘월드콘’
롯데웰푸드의 월드콘은  1988년부터 아이스크림 콘 시장에서 1위에 올라 현재까지 고수하고 있다. 출시부터 지금까지 만 40년간 거둔 판매실적은 약 1조9000억원으로, 이를 개수로 환산하면 약 32억개가 된다. 판매량을 일렬로 늘어 놓을 경우 길이가 약 70만6000Km에 달하는데, 이는 지구 둘레를 18바퀴 이상 돌 수 있는 양이다.

 

월드콘이 우리나라 대표급 아이스크림이 된 것은 출시부터 풍미와 디자인 등 빼어난 제품 완성도를 유지했기 때문이다. 월드콘은 1986년 시판 당시부터 크기와 가격 면에서 경쟁 제품과 비교가 안될 정도로 철저한 차별화 전략을 실시해 왔다. 당시 콘 아이스크림 제품들과 비교해 크기부터 키웠다. 경쟁 제품보다 용량도 컸지만 이를 더 부각하기 위해 길쭉하게 만들어 육안으로도 크기 차이를 느낄 수 있도록 했다.

 

월드콘의 완성도 높은 맛은 아이스크림 위에 땅콩 등을 뿌리고 그 위에 다시 초콜릿을 장식한 구조는 아이스크림 콘의 바이블로 여겨진다. 콘의 중간부분에도 맛이 밋밋해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초콜릿 코팅을 입힌 땅콩을 넣었다. 특히 풍미를 위해 마다가스카르산 최고급 바닐라빈으로 만든 바닐라향을 사용했다. 

 

아이스크림을 감싸고 있는 콘 과자가 아이스크림으로 인해 눅눅해지지 않고 지속적으로 바삭거리며 고소한 맛을 유지할 수 있도록 과자 안쪽에 초콜릿을 코팅했다. 콘의 아래부분 꼭지에는 초콜릿을 채워 넣어 끝까지 맛있게 즐길 수 있도록 했다.

 

1986년 처음 발매 당시에는 밤맛, 바닐라맛, 커피맛 3종류로 1986년 한해에 68억원의 매출을 기록하기도 했다. 현재는 바닐라, 쿠키앤크림, 말차, 요거트 저당, 프리미엄 월드콘(애플파이, 초코브라우니) 총 6종을 운영중이며 시즌별로 끊임없이 새로운 맛으로 색다른 즐거움을 선사하고 있다.

 

지난 2022 년에는 제품 리뉴얼을 통해 우유와 바닐라 향의 함량을 기존대비 2배가량 높여 풍미를 극대화했다. 출시 40년을 맞은 장수 제품이지만 적극적인 마케팅으로 끊임없이 이미지 변화를 시도하는 것도 굳건한 1등의 비결이다. 

 

축구 스타인 ‘박주영’에서 2020년 프로게이머 ‘페이커’, 2021년 배구여제 ‘김연경’으로 이어지는 스포츠 스타들의 모델 라인업은 월드콘의 활기찬 이미지를 더욱 끌어올렸다. 페이커, 김연경 등 젊은 세대가 열광하는 모델을 기용함으로써 브랜드 이미지를 젊고 역동적으로 가꿔오고 있다.

 

특히 올해 2월에는 세계적인 축구스타 손흥민을 모델로 발탁했다. 한국을 넘어 유럽과 미국 등 전세계에서 폭넓은 사랑을 받고 있는 손흥민의 ‘월드클래스’ 영향력과 지치지 않는 에너지가 브랜드 지향점과 맞닿아 있다. 오랜시간 정상의 자리를 지켜온 월드콘의 꾸준함과 손흥민 선수의 긍정적인 이미지가 만나 시너지를 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월드콘은 미국과 베트남, 몽골 등 36개국에 수출하는 등 글로벌 시장을 확대하고 있다. 또, 롯데웰푸드는 2021년 월드콘을 인도시장에 출시해 현지에서 직접 생산.판매하고 있다.

 

세계 제1의 인구 대국이 된 인도에 700억을 투자, 마하라슈트라주 푸네 지역에 신규 빙과 생산라인을 구축해 경쟁력도 한층 끌어올렸다. 해당 공장은 부지면적만 축구장 8개를 합친 60000m2에 달한다.

 

롯데웰푸드는 인도 서북부로 집중되었던 지역 커버리지가 중남부까지 폭 넓게 확대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현재도 초코맛을 좋아하는 인도 시장 상황에 맞춰 대표 맛인 바닐라맛 이외에 더블 벨기에 초코, 스위스 초코 브라우니 등 2종의 초콜릿맛을 판매하고 있다.


풍성하고 복된 이미지...1983년 돼지해에 태어난 국내 최초 크런치바 '돼지바' 
돼지고기가 들어간 것도, 돼지 모양도 아니다. 단지 초코 크런치와 딸기시럽이 들어간 아이스크림이 왜 '돼지바'가 됐을까. 돼지바가 36년전인 1983년 돼지해(癸亥年, 검은 돼지해)에 태어났기 때문이다. 국내 최초의 크런치바로 출시돼 풍성하고 복된 이미지를 담아 '돼지바'로 이름 붙여졌다. 

 

출시 당시만해도 아이스크림에 '돼지'라는 단어를 붙여 부르는 것이 어색해 전국의 지점장들을 비롯해 사내에 반대 의견이 많았다. 크런치가 흔하지 않던 시절이라 '크런치바'라는 이름이 돼지바와 경쟁했으나 당시 대표이사의 강력한 의지로 돼지바라는 이름이 붙게 됐고 결국 큰 성공을 거두게 되면서 크런치와 딸기 시럽의 조화가 돼지바로 대표되게 됐다. 

 

약 6개월의 개발기간을 거쳐 많은 연구 개발과정이 있었다. 아이스크림에 초콜릿을 묻혀보고, 크런치를 입혀보는 실험을 반복하면서 국내 최초의 크런치바를 출시하게 됐다. 초콜릿을 코팅하고 크런치를 입히는 기계와 공정 자체가 국내에 없어 어려움이 많았다. 결국 덴마크에서 새로 기계를 들여오면서 출시가 가능해졌다. 

 

제품과 함께 돼지 캐릭터를 비롯한 패키지도 꾸준히 바뀌어 왔다. 1983년 돼지바 출시부터 있었던 돼지 캐릭터는 1991년 복돼지바로 이름이 바뀌면서 빠졌다. 1999년에는 패키지를 다시 리뉴얼하면서 이름도 '색색돼지바'로 바꾸었다. 출시 20주년을 맞은 2003년에는 다시 '돼지바'로 이름을 복원하고, 처음 출시된 돼지바 패키지를 계승해 연미복 차림의 돼지 캐릭터도 다시 살렸다. 2010년에는 돼지바 캐릭터를 조금 더 귀여운 모습으로 변경했고, 2017년 다시 연미복 차림의 발랄한 돼지 캐릭터로 바꾸는 등 시대의 흐름에 따라 끊임없이 변신해 왔다. 

 

제품 개선뿐만 아니라 더 젊은 층을 향한 브랜드 전략도 지금의 돼지바가 존재하도록 했다. 1983년 출시 이후 오랜 기간 사랑 받아 왔지만, 2000년에 접어들면서 장수 아이스크림 이미지에서 벗어나 새로운 세대의 소비자들을 공략할 젊은 메시지가 필요해졌다.

 

2003년 아이돌 출신 인기 가수 이효리를 모델로 기용해 브랜드 이미지를 보다 젊고 역동적인 이미지로 바꾸는 광고캠페인을 전개했다. 그 결과 '돼지바'는 2004년 한국능률협회컨설팅으로부터 빙과부문 브랜드파워 1위 제품으로 선정됐고, 연매출도 최초로 200억원을 넘어서며 빙과시장 빅 브랜드 제품으로 성장하게 됐다. 

2006년에 이루어진 '돼지바'의 변신은 특히 눈에 띄는 획기적인 것이었다. 롯데푸드는 돼지바 CF에 과감하게 유머 코드를 적용해 유쾌함을 더했다. 중견배우 임채무를 모델로 기용해 2002년 월드컵 이탈리아전에서 심판을 맡았던 모레노 심판의 표정과 동작을 패러디한 이 CF는 특유의 유머러스한 표현기법이 어필하면서 당시 온라인 검색 순위 1위를 차지할 정도로 관심을 모았다. 이 CF로 임채무는 그 해 대한민국 광고대상 모델상을 수상하는 영예를 안았고, '돼지바'는 대부분의 아이스크림 매출이 정체를 보이는 가운데에도 10%대의 높은 성장세를 나타냈다. 

 

수출도 긍정적이다. 인도에서는 Krunch바라는 이름으로 팔리고 있다. Krunch바는 80ml 용량에 60루피(한화 약 1,000원)로 현지 일반적인 아이스바 판매가격이 20~30루피 수준임을 감안할 때 2배에서 3배 가량 비싼 프리미엄 제품이지만, 출시 3개월 만에 6000만 루피(한화 약 10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이는 과거 출시한 월드콘보다 약 6배 이상 높은 수치로, 프리미엄 시장에서 성공적인 첫 발을 내디뎠다는 평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