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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킨 한 마리 몇 g인지 공개된다…정부, 치킨 ‘조리전 중량’ 의무화

12월 15일부터 10대 치킨 프랜차이즈 1만2,560곳 메뉴판·배달앱에 중량 병기
가공식품은 품목제조중지명령까지 강화…분기별 중량 비교·제보센터도 가동

 

[푸드투데이 = 황인선기자] 정부가 외식업계 ‘용량꼼수(슈링크플레이션)’ 근절을 위해 치킨업종에 조리전 중량 의무표시제를 도입한다. 가공식품에 국한됐던 중량감량 규제가 외식업까지 뻗어나가는 것이다.

 

공정거래위원회·식품의약품안전처·농림축산식품부·기획재정부·중소벤처기업부 등 관계부처는 2일 ‘식품분야 용량꼼수 대응방안’을 합동 발표하고 소비자 기만 행위를 뿌리 뽑겠다고 밝혔다.

 

용량꼼수(슈링크플레이션)는 가격은 그대로 두면서 중량을 줄이는 방식의 ‘숨은 가격인상’ 행위를 말한다. 용량꼼수는 가격이 오르지 않은 것처럼 소비자를 기만하는 행위일 뿐만 아니라 실질적 물가 인상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에 민생을 어렵게 하는 요인으로도 작용한다.

 

치킨부터 시작…12월 15일 ‘조리전 중량’ 의무표시

 

식약처는 오는 15일부터 식품위생법 시행규칙 유권해석을 통해 ‘치킨 중량표시제’를 신설한다. 대상은 BHC, BBQ치킨, 교촌치킨, 굽네치킨, 페리카나, 네네치킨 등 10대 치킨 프랜차이즈 가맹본부 소속 전국 약 1만2560개 가맹점이다.

 

표시 방식은 메뉴판·가격표·배달앱 등 소비자 접점에 ‘조리 전 총중량(g)’ 또는 ‘호(號) 단위(예: 951~1,050g·10호)’를 함께 표기하는 형태로 이뤄진다. 가격 정보 바로 옆에 병기하도록 해 소비자가 제품의 실제 용량을 즉시 확인할 수 있도록 한 것이 특징이다.

 

정부가 조리 이후가 아닌 ‘조리 전’ 중량을 기준으로 삼은 것은 신선 원료를 매장에서 직접 조리하는 외식업 특성상 조리 과정에 따라 중량 편차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한 조치다. 치킨 한 마리의 형태나 수분·기름 배출량에 따라 조리 후 무게가 달라지는 만큼 원재료 투입 단계의 총중량을 기준으로 표시하도록 한 것이다.

 

최근 일부 치킨 프랜차이즈가 중량을 줄이고도 소비자에게 고지하지 않은 사례가 잇따라 드러나면서 제도적 정비 필요성이 제기돼 왔다. 실제로 지난 9월에는 교촌치킨이 순살치킨 중량을 700g에서 500g으로 축소한 사실이 확인되며 논란이 일었고, 이 사안은 10월 23일 국정감사에서 지적된 뒤에야 원상 복구됐다. 이러한 사례는 외식업 전반의 중량 관리·고지 체계가 부재하다는 문제를 단적으로 보여준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는 “최근 문제가 된 치킨업종에 대해 낮은 단계 규제인 중량표시 의무를 부여하고, 대상업종을 더 확대할지 또는 중량감소사실 고지의무를 도입할지 여부에 대해서는 앞으로 검토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제도 시행 과정에서 업계의 부담과 소비자 불편이 최소화되도록 지원하되, 시장 왜곡 우려가 있는 관행은 엄정하게 바로잡겠다”며 “다른 외식업종으로의 단계적 확대 여부도 소비자 피해 규모와 시장 실태를 반영해 판단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업계의 준비 기간을 고려해 2025년 6월 30일까지 계도기간을 운영한다. 이후에는 시정명령 및 행정조치가 부과된다.

 

이것과 별개로 업계의 자율규제 체계 또한 구축해 나갈 계획이다. 치킨업종을 포함한 외식업종의 주요 가맹본부들을 대상으로, 외식상품의 가격을 올리거나 중량을 줄이려는 경우는 소비자들에게 그 사실을 자율적으로 공지하도록 적극 권장할 방침이다. 관계부처는 이를 위해 연내 주요 사업자들과 함께 자율규제를 위한 협약을 체결할 예정이다.

 

 

가공식품 규제도 ‘강화’…내년 말부터 품목제조중지명령 적용

 

가공식품 분야는 이미 5% 이상 중량 감소 사실을 숨기면 제재를 받아 왔으나 이를 한층 강화한다.

 

식약처는 2025년 말까지 제재 수준을 ‘품목제조중지명령’으로 상향해 용량을 몰래 줄이는 방식의 가격 인상을 강력히 차단한다.

 

한국소비자원도 감시 대상을 기존 27개 기업(제조 19·유통 8)에서 단계적으로 확대해 중량·가격·원재료 비교 정보를 브랜드별로 공개한다. 소비자 제보가 많은 품목은 집중 분석해 시장에 경고성 정보로 제공한다.

 

정부 관계자는 “가공식품의 용량축소는 실질적 물가 상승을 초래하고 소비자 선택권을 침해한다”며 “강력한 패널티를 통해 꼼수 인상을 제도적으로 억제하겠다”고 강조했다.

 

소비자 감시체계도 가동…5대 치킨 브랜드 분기별 ‘중량 비교’

 

외식분야에 대한 소비자 감시도 대폭 강화된다.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는 2025년부터 분기마다 5대 치킨 브랜드(BHC·BBQ·교촌·처갓집·굽네)를 표본 구매해 중량·가격 비교 데이터를 공개한다.

 

또한 연내 ‘용량꼼수 제보센터’를 개설해 소비자 신고를 접수한다.

 

신고된 사례는 자체 검증 후 공개하거나, 위반이 확인되는 경우 관계부처에 즉시 통보된다.

 

외식업계와 민관 협의체 구성…중량표시 부담 완화·운영기준 정립

 

정부는 이달 중 ‘(가칭)식품분야 민관 협의체’를 신설해 외식업계·가공식품 제조사와 함께 중량표시제 정착 방안, 소상공인 부담 완화, 자율규제 이행상황 등을 논의한다.

 

특히 “중량표시제 도입이 소규모 가맹점에 부담이 되지 않도록 개선점을 지속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치킨 중량표시제가 업계 혼란 없이 안착할 수 있도록 가이드라인 배포, 지자체 담당자 교육, 배달앱 운영사 협의, 사업자 상담창구 운영 등 전방위적 홍보·지원에 나선다. 특히 시행 초기 ‘몰라서 위반하는’ 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제도 내용을 반복적으로 안내해 사업자들이 충분히 숙지할 수 있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정부는 '치킨 분야 중량 표시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업계와 지자체에 배포하고, 전국 지자체 지도·점검 공무원을 대상으로 한 치킨 중량표시제 교육을 이달 중 실시할 예정이다.

 

또한 적용 대상 점포가 판매하는 상품이 중량 표시 대상에 해당하는지, 어떤 방식으로 표기해야 하는지 등에 대해 상담 서비스를 병행해 현장의 혼선을 최소화한다는 계획이다.

 

정부는 이번 대책을 계획대로 추진하며, 앞으로도 민생안정과 소비자주권 강화를 위해 식품 분야의 투명성과 공정성 제고에 정책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