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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처님오신날 주목받는 ‘오신채 프리’…마늘·파 없이도 맛있다?

사찰식 팥죽부터 템플버거까지…사찰음식 식문화, 대중화 가속

 

[푸드투데이 = 황인선기자] “사찰음식은 왜 마늘, 파를 안 쓰나요?”

부처님오신날을 맞아 불교 전통 식문화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가운데, 수행자 식단의 핵심 규율 중 하나인 ‘오신채(五辛菜)’ 금기에 대한 궁금증도 다시 주목받고 있다. 건강과 채식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는 요즘, ‘오신채’는 단순한 종교 규율을 넘어 현대 식문화의 새로운 키워드로 떠오르고 있다.

 

오신채란 무엇인가

 

‘오신채’는 불교계에서 먹지 않도록 한 다섯 가지 자극성 채소를 뜻한다. 일반적으로 마늘, 파, 부추, 달래, 흥거(중국에선 마늘종 또는 양파류로 해석됨)를 포함하며, 이 재료들은 고대 불교 율장인 『범망경』 등에서 “기운을 동요시키고 욕망을 자극하며 수행을 방해한다”는 이유로 금기시됐다.

 

오신채는 특히 냄새가 강하고 몸의 열기를 끌어올리는 성질이 있어 불교 수행자의 평정심을 흔들 수 있다고 전해진다. 또한 공동체 수행 생활에서는 타인을 배려하는 차원에서 자극적인 음식 냄새 자체를 피하고자 한 배경도 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오신채를 둘러싼 시각도 점차 유연해지고 있다. 전통 사찰음식 명인들은 “오신채 금기는 불교 수행자의 규율일 뿐, 일반 대중이 반드시 지켜야 할 식단 제한은 아니다”라고 설명한다. 실제로 일부 사찰음식점에서는 ‘오신채 유무’를 안내하거나, 선택적으로 포함한 비건 요리를 제공하기도 한다.

 

현대 과학적 분석도 흥미롭다. 마늘과 파 등에는 황화합물 알리신 등 항균·항산화 작용이 있는 건강 성분이 다수 포함돼 있지만 위장에 부담을 주거나 체열을 올리는 효과도 있어 체질이나 상황에 따라 다르게 작용할 수 있다. 즉, 고정된 정답보다는 ‘적절한 절제’가 핵심인 셈이다.

 

오신채가 배제된 사찰음식은 단순히 ‘못 넣어서 심심한 음식’이 아니라, 오히려 자극을 줄이면서도 재료 본연의 맛을 최대한 끌어올리는 창의성의 결정체다. 마늘 없이도 깊은 풍미를 내기 위해 버섯, 다시마, 들기름, 콩비지 등이 섬세하게 배합된다.

 

사찰음식 전문가들은 이를 ‘비움의 미학’이라 부른다. 욕망을 덜어낸 절제된 식사, 그리고 그 안에서 발견되는 집중과 고요함은 단순한 채식을 넘어 하나의 수행으로 이어진다. ‘고기 없는 식탁’이 아닌, ‘욕망 없는 식사’를 추구하는 것이 사찰음식의 본질이라는 해석도 있다.

 

 

사찰음식의 확장…팥죽·냉동김밥·템플버거로 이어지는 대중화 흐름

 

최근엔 사찰음식이 채식·비건 트렌드와 접점을 이루며 식품업계에서도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비건 제품들이 잇따라 출시되며 종교적 금기를 넘어선 ‘채식’ 수요까지 흡수하고 있는 추세다.

 

CJ제일제당은 지난해 5월, 대한불교조계종 사업지주회사 도반HC와 협업해 ‘사찰식 팥죽’과 ‘꽈리고추 식물성 장조림’ 등 신제품 2종을 선보였다. 이는 2023년 선보인 ‘사찰식 왕교자’에 이은 두 번째 협업으로, 사찰음식 고유의 조리법과 맛을 재현한 제품들이다. ‘왕교자’ 제품은 사찰음식의 깊은 풍미와 건강한 식단이라는 점에서 소비자들로부터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CJ제일제당은 죽과 다과 제품 등을 선물세트형으로 선보이며 사찰식 라인업을 지속 확대하고, 불교의 공양 문화 및 템플스테이의 굿즈 등으로 활용될 수 있도록 채널을 다양화할 예정이다.

 

한편, 지리산 화엄사는 사찰의 식문화를 국내외로 확장하고 있다. 지난해 7월 ‘템플 냉동김밥’을 개발한 뒤, 글로벌 냉동김밥 1위 기업 올곧과 손잡고 미국과 유럽 시장에 진출했으며, 같은 해 10월에는 수원 스타필드에 ‘화엄사 템플버거’ 팝업 매장을 열었다. 오픈 당일 1시간 이상 대기줄이 형성될 만큼 뜨거운 반응을 얻었다.

 

화엄사 템플버거와 핫도그는 순 식물성 성분의 패티와 소스, 쌀번 등으로 구성돼 채식주의자뿐 아니라 일반 소비자, 스님들도 안심하고 즐길 수 있는 자연주의 건강식으로 평가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