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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기로운 음주생활4] 체코의 국민 흑맥주 '코젤'

[푸드투데이 = 조성윤기자] 프라하에 가보신 적이 있나요? 제가 경험한 프라하는 유럽에서 발언권이 낮고 가난하고 음울하지만 독특한 건축과 성찰할 수 있는 풍경의 관광자원이 있는 나라로 기억됩니다. 특히, 카를교에서 마주한 지는 해의 모습과 아픈 과거를 묵묵히 버텨낸 광장. 그리고 한국의 떡볶이나 오뎅을 판매하는 포장마차처럼 슈니첼버거와 핫도그 햄을 구워서 판매하는 노점이 기억납니다.

 

젤리와 사탕류를 좋아하던 취향 탓에 본국에서 맥주를 맛보지 못한 것이 오랜시간 아쉬웠어요. 체코의 속담 중에 "좋은 맥주는 한 모금만 마셔봐도 알 수 있지만, 정확한 맛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취해봐야 한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맥주를 사랑하는 나라입니다.

 

UN의 통계에 따르면, 체코인의 1인당 연간 맥주 소비량은 157L로, 단연 세계 1위라고 합니다. 1842년 ‘황금빛 라거(Golden lager beer)’라고 불리는 필스너 우르켈(Pilsner Urquell)이 사랑받고 있지만 그에 못지 않은 인기를 누렸던 코젤은 어떤 맥주일까요.

코젤은 염소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는데요. 검은색을 띠는 흑맥주로 둔켈 특유의 커피향과 카라멜 향을 느낄 수 있어요. 달콤함을과 함께 묵직하지만 부드러운 목넘김이 특징이예요.  

 

제가 시음한 코젤 다크 페너는 체콴 흑맥아가 중원료로 생크림의 부드러움과 맥주 특유의 달콤함이 느껴졌어요. 도수는 5.5로 일반적인 라거맥주보다 약간 높지만 취기는 느껴지지 않았어요.

코젤 다크 시나몬은 휘핑크림이 얹혀있지 않기 때문에 시나몬슈거의 향이 더 진하게 느껴졌어요. 코젤은 둔켈이라는 흑맥주의 카테고리에 속하는 맥주기 때문에 청량감이 넘치는 라거보다 목넘김이 묵직하고 무겁지만 그 맛에 먹는 것 아니겠어요? 라거가 시덥지 않은 농담도 편하게 주고 받을 수 있는 술친구라면 둔켈은 중립적으로 따끔한 조언을 해 줄 수 있는 진국같은 친구랄까요.

 

코제페일레몬은 레모네이드를 마시는 듯한 레몬슈거의 맛이 느껴져서 좋았는데요, 과일향이 나는 맥주에 대해 거리낌이 없고 달고 신 맛을 좋아하는 제게는 기분 좋게 마실 수 있는 맥주였습니다.

지금은 합병에 인수를 거쳐 일본 아사히에 매각된 코젤. 일본 불매운동이 한창이던 2019년에는 매출율도 급감했었죠? 각자의 취향이라는 것이 확연하게 존재하는데 경제보복이라는 목표로 불매를 하고 내가 불매한 제품을 구매한 소비자를 조롱하는 것은 민주주의의 기본이 아니라는 것이 제 개인적인 생각입니다.

 

나는 아니지만 나와 다른사람인 사람들의 취향까지 강요하고 재단할 권리는 누구에게도 없습니다. 비난할 것은 비난할지언정 인정할 것은 인정하는 것. 그것이 발전형 인간의 첫 걸음 아닐까요.

 

유독 민주주의와 진보를 외치는 계층에서 그런 성향이 더 도드라져서 씁쓸합니다. 씁쓸한 이 마음을 안고 오늘 저녁은 코젤다크를 한 잔 마셔야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