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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대 농협회장 선거] 후보자 검증전쟁...유력 후보는?

강호동.김병국.유남영.이성희 4강후보 경영능력.정책 역량 점검


[푸드투데이 = 황인선기자] 제24대 농협중앙회장 선거가 불과 1개월 앞으로 다가왔다. 농협은 12만 명의 계열 임직원과 28개의 자회사를 거느린 대기업집단이며 상호금융을 포함한 범농협 자산규모는 900조원에 육박한다. 이는 대기업 서열 1위인 삼성전자보다도 2배 이상 큰 규모다. 따라서 농협중앙회장은 230만 농민의 경제활동에 막대한 영향을 미칠 뿐만 아니라 정부의 농정파트너이기도 하다.


농민 대통령으로 불리는 차기 중앙회장 선거는 내년 1월 31일에 치러질 예정인데 등록한 예비후보자만 13명에 달하는 등 유례없는 후보 난립 현상을 보이고 있다. 이 중에서도  ▲경남의 강호동 합천 율곡농협조합장(4선), ▲충북의 김병국 전 서충주농협조합장(5선), ▲전북의 유남영 정읍농협조합장(6선), ▲경기의 이성희 전 성남 낙생농협조합장(3선)이 유력한 주자로 거론되고 있다. 


이에 본지는 4강으로 압축된 유력 후보군에 대한 취재를 통해 선거국면 주도, 경영능력, 정책 역량 등을 중심으로 상대적 경쟁력을 비교, 평가해 보았다. 특히 선국국면의 주도성은 선거과정에서 보여준 지역 결집력 및 확산성을, 경영능력은 조합장 재임 기간 중에 보여준 경영실적(직전 5개년도)을 토대로 평가했다.



4강후보 그들을 말하다


△강호동 합천율곡농협조합장. 영남권에서 유력하게 떠오르는 후보로는 경남에서 출사표를 던진 강호동 합천 율곡농조합장이다. 강 조합장은 경남합천 출신으로 2006년 이후 율곡농협조합장을 맡고 있으며, 현재 4선 조합장이다. 강호동 후보는 1987년에 율곡농협에 입사한 후 상무를 거쳐 조합장에 당선되는 등 현재 33년간 율곡 농협에 몸담고 있는 농협맨이다.


농협 경력으로는 농협중앙회 이사, 농협중앙회 교육위원회 위원 등의 직을 수행하고 있어 농협 현안에 밝다는 평이다. 농업계 경력으로는 한국딸기 생산자 대표조직 회장, 전국 친환경 농업협의회 이사를 맡고 있다. 정치 이력으로는 새누리당 합천당원협의회 수석부위원장을 역임한 바 있다. 강호동 후보는 경북 지역에서는 두각을 나타내는 후보가 보이지 않는 다는 점에서, 영남권의 대표 후보로 평가받고 있다.


△김병국 전 서충주농협조합장. 충북의 대표 주자인 김병국 전 서충주농협조합장은 1998년 조합장으로 부임해 충북 최다선인 5선 조합장을 역임했다. 농협중앙회에서 인사추천위원장, 농협중앙회 이사 등의 요직을 두루 걸친 바 있어 농협경영에 대한 이해도가 높다는 평이다. 농업계 경력으로는 농협하나로마트 선도조합협의회 충북협의회장, 복숭아생산자협의회 회장 등을 역임한 바 있다. 김병국 후보는 지역 색이 없는 경기, 강원, 충청 등이 적극 나서야 한다는 ‘중부권 통합론’의 중심에 있는 인물로 더 유명하다.


또한 충청권에서는 합병 위기에 처한 서충주농협을 충북의 으뜸조합으로 일궈낸 의지의 농협맨으로 통한다. 한편, 20년 이상 지역농정을 살펴온 이력이 부각되면서 정부의 국정철학을 공유할 수 있는 적임자로 평가받는다. 정치 이력으로는 농협에서 퇴임한 이후 국민소통 특별위원(대통령직속 국가균형발전위원회)으로 활동하고 있다. 김병국 전 조합장은 차기 중앙회장 선거에서 정부의 ‘친농민정책’을 공유하는 유일한 후보로 알려지고 있다.


△유남영 정읍농협조합장. 전북의 유남영 정읍농협조합장이 일찌감치 호남의 유력 주자로 자리 잡으며 지역 기반을 다지고 있다. 유남영 후보는 2001년 정읍농협조합장에 취임해 20년 가까이 직을 수행하고 있는 6선 조합장이다. 농협 경력으로는 농협중앙회 이사를 역임한 바 있으며 현재는 농협금융지주에서 이사직을 맡고 있다. 특히 금융지주 이사로 4년째 근무하고 있어 금융에 대한 이해도가 높다는 평이다. 


농업계에서는 정읍시농산물 대표이사를 맡은 바 있으며 정치 이력은 정읍시의회 2대 시의원, 민평당 지역발기인 등을 지낸 바 있다. 특히, 유남영 후보는 김병원 중앙회장의 경영철학을 승계할 수 있는 적임자로 평가받고 있다. 김병원 중앙회장과 지난 3번의 선거를 함께한 정치적 동지로 평가받기 때문이다.


△이성희 전 낙생농협조합장. 경기도의 이성희 전 낙생농협조합장은 1971년에 낙생농협에 입사해 임직원으로 근무한 후 1998년 조합장으로 당선돼 3선을 역임했다. 또한, 농협 내에서는 농협중앙회 이사를 지냈으며, 최원병 전 회장 시절 농협중앙회 감사위원장을 지낸 바 있다. 특히, 이성희 후보는 최원병 전 회장의 최측근으로 알려질 정도로 교분이 두터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경기도를 대표하는 후보로서의 입지를 다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지난 농협중앙회장 선거에서는 1차 투표에서 1위를 차지하는 등 만만치 않은 득표력을 보여준 바 있다.

 


뚜렷한 주자 없는 지역선거 구도

 
전통적으로 농협중앙회장 선거는 지역구도 선거로 치러지는데, 이는 지역간 결속과 협종연횡이 중대 변수로 작용했다는 의미다. 그러나 지역선거가 확산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전제 조건이 충족돼야 한다. 첫째, 유력 후보들 간의 우열이 명확해야 후보간의 연대가 이뤄질 수 있다. 그러나 이번 선거에서는 이러한 이합집산의 움직임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 뚜렷하게 부각되는 주자가 없기 때문이다.


김병국 후보는 선거 화두로 부상하고 있는 중부권 통합론의 중심에 있는 인물이다. 중부권이 적극 나서 지역통합의 불씨를 살려야 한다며 농협의 ‘탈지역주의’를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충청권 통합은 풀어야할 난제로 남아있다. 충청권은 지역 색이 약해 지역선거의 부작용을 해소할 수 있는 환경 요소를 구비하고 있다 해도, 충청권의 통합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세의 확장성이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반면, 충남북이 결집한다면, 김병국 후보의 중부권 통합론에 힘이 실리게 되어 선거국면을 주도할 수 있다.

     
강호동 후보는 유권자가 가장 많은 영남권에 기반으로 두고 있어 상대적으로 유리한 입장에 있다. 특히 이번 선거에서는 경북을 대표하는 유력 주자가 눈에 띄지 않음에 따라 경북의 표심이 중요한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또한 경남에서 백전노장으로 평가받는 합천의 최덕규 전 가야농협조합장 역시 출마 의지가 지역통합이 녹록치 않은 상황이다. 따라서 강 조합장은 경남과 경북의 통합을 이끌어내야 하는 난제를 앉고 있다.


유남영 후보는 호남을 대표하는 유력 주자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실상을 보면 가장 복잡한 지역이 호남이다. 13명의 예비후보자 가운데 호남 출신 후보가 3명이나 된다. 그 중에서도 전남 순천농협의 강성채 조합장과 전남 보성 농협의 문병완 조합장이 전남을 기반으로 세를 다지고 있다. 따라서 유 조합장의 경우 호남 내 결속이 당면 현안으로 부상하고 있다. 또한 호남 출신인 김병원 전 회장에 이어 또 다시 호남이 집권한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높아 표심이 비호남으로 확산되기 쉽지 않다는 평이다.


이성희 후보는 경기도의 대표 주자로 알려져 있다. 지난 선거에서 보여준 득표력 등을 고려할 때, 다른 후보들에 비해 조직 기반이 탄탄하다는 평이다. 그러나 경기도는 지역 색이 약해 다른 지역에 비해 표의 결집력이 약한다. 또한, 이성희 후보가 농협을 떠난 지가 이미 오래 전이라 조직 기반이 이전만 못할 수 있다는 여론도 만만치 않다. 더욱이, 양평 양서농협의 여원구 조합장이 선거국면 후반에 급부상하면서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이성희 후보가 넘어야할 산이다.  


지역선거의 두 번째 특징으로는 역대 민선 중앙회장 중 같은 지역에서 당선된 사례가 전무하다는 점이다. 역대 농협중앙회장의 지역분포를 보면, 1대 한호선회장(강원도, 1988~1994), 2대 원철희회장(충남, 1994~1999), 3대 정대근회장(경남, 1999~2007), 4대 최원병회장(경북, 2007~2016), 5대 김병원회장(전남, 2016~2020) 등이다.


따라서 지금까지 중앙회장을 배출하지 못한 지역은 경기, 충북, 전북, 제주가 유일하다. 4강후보군 중에서는 경기 이성희 후보, 충북의 김병국 후보, 그리고 전북의 유남영 후보가 이에 속한다. 여기서 유남영 후보는 호남 지역에서 연속 당선되는 사례에 포함된다. 따라서 두 번째 지역 특징을 기준으로 적용하면, 충북의 김병국 후보와 경기의 이성희 후보가 상대적으로 유리한 입장에 있다고 평가할 수 있다.


경영 능력은 김병국, 강호동 각축


농협중앙회장 선거는 ‘깜깜이 선거’로 치러지기 때문에 후보들의 자질을 평가하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그러나 농협중앙회장은 조합장 중에서 선출되기 때문에, 해당 조합에서의 경영성과는 중앙회장으로서의 경영 역량을 가늠하는 선행지표가 될 수 있다.


이에 유권자의 알권리 차원에서 주요 후보들이 조합장으로 재직할 당시 보여준 경영 실적을 비교·평가해 봤다. 자료 접근성이 극단적으로 제한적인 관계로 후보들이 조합장으로 재직할 당시의 실적지표(직전 5개년도 당기순익)을 활용했다. 비록, 경영 역량을 포괄적으로 보여주지는 못하겠지만 참고 지표가 될 수 있다고 판단한다.


<해당 조합 당기순익증감률 추이>


해당 조합의 당기순익은 조합의 규모에 따라 다르기 때문에 수치보다는 장기 성장 추이를 참고하는 편이 합리적이다. 직전 5개년도 당기순익 성장률을 보면 충북의 김병국 후보와 경남의 강호동 후보가 우위에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김병국 후보는 장기 성장 측면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고 경남의 강호동 후보는 실적 성장 측면에서 다른 후보에 비해 높은 점수를 받았다.


전북의 유남영 후보는 실적이 꾸준히 개선되는 흐름을 보이고 있으나 실적 성장 폭이나 정도는 다소 제한적인 것으로 평가됐다 반면, 경기의 이성희 후보는 장기 성장 추세나 단기 실적 측면에서 다른 후보에 비해 열위에 있는 것으로 평가됐다. 물론, 조합의 규모, 금융사업 비중 등의 차별 요소가 평가에 반영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분석의 한계가 있다는 점을 밝힌다.


◇ 정책선거를 주도하는 후보는?


정책선거 부재는 농협중앙회장 선거의 가장 큰 허점인 동시에 앞으로 제도개선이 필요한 부분이기도 하다. 심지어는 정책토론이나 정견발표도 없기 때문에, 선거가 임박해서도 후보들의 농정철학이나 경영비전을 알 방법이 없다. 중앙회장 선거가 깜깜이 선거로 치러지다 보니 후보들의 정책 역량은 단지 요식행위에 불과하다.


따라서 주요 후보들의 자질과 정책 역량을 비교, 평가를 수행하기 어려웠다. 그러나 퇴행적인 지역선거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정책선거를 통해 부실 후보를 가려내는 선거문화가 정착돼야 한다. 얼마 남지 않은 농협중앙회장 선거에서 정책적 이슈가 선거 화두로 부상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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