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은 흔들렸고, K-푸드는 날았다…2025년 식품·유통 10대 뉴스

  • 등록 2025.12.24 17:5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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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드투데이 선정...위기의 신호와 전환의 분기점, 2025년을 돌아보다
K-위생 민얼굴...반복된 식중독·유해물질 사고, 흔들리는 행정 신뢰
스낵부터 김밥까지, 콘텐츠가 만든 K-푸드 수출 전성시대
온플법·GMO 완전표시제·HACCP 혁신…정책이 시장 흔들어
‘가성비’ 건기식 확산 속 AI 가짜 의사 광고 차단 나선 정부

[푸드투데이 = 황인선.조성윤.노태영 기자] 다사다난했던 2025년, 대한민국 식품 및 유통 산업은 그 어느 때보다 역동적인 변화와 엄중한 도전 과제를 동시에 마주했다.

 

올해 유통업계는 '거대 플랫폼의 명암'이 극명하게 갈린 해였다. 시장 독점적 지위를 누리던 쿠팡의 초유의 개인정보 유출 사태는 편리함 이면에 가려진 데이터 보안의 취약성을 드러냈고, 이는 '온플법'이라는 강력한 규제의 신호탄이 됐다. 반면, 전통의 강자였던 오프라인 대형 유통사들은 '기울어진 운동장' 속에서 생존을 위한 처절한 사투를 벌이며 산업 구조의 근본적인 재편을 예고했다.

 

식품 산업에서는 'K-푸드의 위상 정립'이 화두였다. 제니와 글로벌 미디어가 쏘아 올린 K-스낵과 김밥의 열풍은 역대 최대 수출 실적이라는 결실을 맺었다. 하지만 화려한 외형 성장 뒤에 반복된 위생 사고와 행정 신뢰의 위기는 우리에게 '기본'의 중요성을 다시금 일깨워주기도 했다.

 

또한 소비자 권익을 향한 거센 물결은 'GMO 완전표시제'와 '외식업 중량표시제'라는 제도적 결실로 이어졌으며, 30년을 맞이한 HACCP은 '스마트와 글로벌'이라는 날개를 달고 디지털 대전환의 시대로 진입했다. 고물가 시대 속 다이소가 촉발한 '가성비 건기식' 전쟁과 전 세계를 초록빛으로 물들인 '말차' 열풍은 변화하는 소비 트렌드의 단면을 여실히 보여줬다.

 

이에 푸드투데이는 2025년 한 해를 관통한 10대 뉴스를 선정해 식품 산업이 걸어온 길을 기록하고 다가올 2026년의 이정표를 제시한다.<편집자주>

 

[푸드투데이 선정 2025년 식품·유통 10대 뉴스]

 

①쿠팡의 역설: 3,370만 명 개인정보 유출 사고와 김범석 의장의 책임 회피 논란
②오프라인의 비명: '대형마트 2위' 홈플러스의 회생절차와 유통 규제 실효성 논란
③K-위생의 민얼굴: 반복되는 식중독 및 유해물질 사고, 흔들리는 행정 신뢰
④글로벌 K-푸드: 제니가 열고 넷플릭스가 완성한 '스낵·김밥' 수출 전성시대
⑤소비자 주권 확립: 10년 논쟁 마침표, 'GMO 완전표시제' 2026년 12월 시행
⑥입법의 폭풍: '온플법' 광풍과 거대 플랫폼을 향한 범정부적 규제 압박
⑦슈링크플레이션 방어: 치킨업계 '조리 전 중량표시제' 도입, 외식업 투명성 강화
⑧HACCP의 진화: 도입 30주년, 스마트·글로벌 해썹으로 식품안전 디지털 전환
⑨가성비의 습격: 다이소·편의점 건기식 시장 점유와 'AI 가짜 의사' 광고 대응
⑩초록빛 유혹: 전 세계 MZ세대를 사로잡은 '말차(Matcha)'의 글로벌 흥행

 

 

①쿠팡이 뚫렸다...개인정보 유출 ‘일파만파’ 김범석 의장은 책임 회피

 

올 하반기 이커머스에서 제일 큰 화두는 시장의 강자 ‘쿠팡의 몰락’이다. 쿠팡에서 3천370만개 계정의 고객 정보가 유출되는 초유의 보안 사고가 일어났다. 유출된 정보에는 이름과 휴대폰 번호, 이메일, 배송지 등 개인정보가 포함됐으며, 정보 유출은 중국 국적의 쿠팡 전 직원 소행으로 알려졌다. 기간은 지난 6월 24일부터 지난달 8일까지 5개월에 걸쳐 이뤄진 것으로 파악됐다.

 

국세청은 쿠팡에 대한 전방위 조사에 착수, 국제거래조사국도 투입돼 미국 본사와의 거래 내역도 확인 중이다. 실질적인 의사 결정권자인 김범석 쿠팡Inc 이사회 의장이 국회 청문회에 출석하지 않는 등 제대로 된 사과를 내놓지 않으면서 소비자단체의 불매운동과 국내외 집단소송이 줄을 잇고 있다.

 

특히,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12일 국토부 업무보고 자리에서 "김범석 의장은 책임을 회피하는데다가 규정을 위반하고도 안하무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면서 李대통령이 강도 높은 대응을 지시한 만큼 정부는 범부처 태스크포스(TF)를 구성, 영업정지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다. 민주당 역시 김 의장이 청문회에 거듭 불출석할 경우 추가 고발과 국정조사, 동행명령장 등을 발부해 강경 대응하겠다는 방침이다.

소비자들의 반응도 싸늘하다. 이른바 '탈팡' 움직임이 가속화되고 있다. 데이터 테크 기업 아이지에이웍스의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지난 19일 기준 쿠팡 일간 활성 이용자 수(DAU) 추정치는 1천488만2천151명으로 집계됐다. 그간 1500만∼1600만명대를 유지해온 일간 이용자 수가 1천400만명대로 떨어진 것은 지난 10월 25일 1천490만7천800명 이후 약 2달 만에 처음이다.

 

한편, 더불어민주당은 쿠팡의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태에 대해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를 중심으로 5개 상임위원회가 참여하는 연석청문회를 30, 31일 이틀간 진행한다.

②국내 2위 대형마트의 추락...홈플러스, 존속 여부 ‘미지수’

 

국내 대형마트 2위, 지난 3월부터 회생절차에 돌입한 홈플러스의 고난이 아직까지 지속되고 있다. MBK 인수 이후 지속적인 부진에 시달린 홈플러스의 세금과 공과금 체납액은 지금까지 알려진 금액만 900억대에 이른다. 홈플러스는 정상영업이 가능하다며 점포 매각, 구조조정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지만 인수자를 찾지 못해 회생계획안만 다섯 차례나 제출했다.

 

가장 큰 문제는 홈플러스가 파산할 경우 실직자가 10만명 가까이 나올 수 있다는 점이다. 현재 자사 현금흐름이 한계에 도달함에 따라 지급불능 상황을 방지하기 위해 폐점보류 15개 점포 중 5개 점포인 가양, 장림, 일산, 원천, 울산북구점에 대해 영업중단을 검토 중이다. 홈플러스 사태는 단순히 실적부진의 문제가 아니라 관행이 되어버린 유통업체의 갑질과 임원진의 책임 회피까지 복잡하게 얽혀있다.

물건을 먼저 받고 납품을 후지급하는 외상을 전제로 거래를 이어오던 홈플러스는 미수대금을 지급하지 못해 업체에게 물량을 조절받는 위치로 바뀌었고 납품중단도 상황 악화의 요인으로 작용했다. 농심,롯데칠성음료,오뚜기,빙그레,매일유업 등도 대금과 물량 조절 문제로 납품중단과 재개를 반복해왔다.

 

여기에 MBK 김병주 회장은 홈플러스의 회생을 위해 사재출연을 약속했지만 600억원에 대한 보증만 선채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김병주 회장은 MBK파트너스 경영진이 홈플러스가 신용등급이 A3에서 A3-로 강등되기 사흘 전 820억 규모의 유동화증권(ABSTB)을 발행하고 기업회생절차 신청을 준비하는 것을 숨기고, 단기채권을 발행해 회사 손실을 투자자들에게 전가하려고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검찰은 죄질이 무겁다고 판단해 현재 구속영장 청구를 검토 중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홈플러스는 부채만 2조원대에 달하는 데다 추가 인수 자금도 부담 요인으로 꼽힌다"며, "회생계획안 제출 마감 시한은 오는 29일로 당장 제출 기한을 연장할 수는 있지만 최악의 경우 파산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다"고 말했다.

③흔들린 'K-푸드' 위상…반복되는 위생 사고에 행정 신뢰까지 '휘청'

 

2025년에도 식품 위생 사고는 끊이지 않았다. 곰팡이·식중독균·잔류농약·유해물질 검출까지 사고 유형은 달랐지만 사전 관리 부실과 사후 대응 혼선이라는 공통된 문제가 반복됐다.

 

연초부터 제주 서귀포 성산일출봉농협 하나로마트에서는 식품표시가 전무한 '무등록 제품'이 버젓이 판매되며 위생 관리 사각지대를 드러냈다. 마트 측은 필수 식품정보 미표시에 대해 자사 즉석판매제조·가공업(즉판업) 영업신고증을 제시하며 “매장 내 표시로 갈음할 수 있다”고 해명했지만, 이는 사실과 달랐다. 취재 결과 해당 제품은 입점업체가 영업신고 없이 제조·판매한 무등록 제품으로 자가품질검사도 실시되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보도 이후 입점업체는 철수했고, 매장은 전면 점검에 착수했다.

 

이어 6월에는 학교급식에서 대규모 식중독 사고가 발생했다. 풀무원 계열사인 푸드머스가 학교급식으로 공급한 빵류 2종에서 살모넬라균이 검출되면서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즉각 판매 중단과 전량 회수 조치에 나섰다. 충북에서 시작된 집단 감염은 세종·전북으로 확산됐고, 유증상자 208명이 공식 확인되며 학교급식 공급망의 취약성이 다시 드러났다.

 

검사 결과의 신뢰성과 회수 제도의 실효성을 둘러싼 공방도 치열했다. 몽고식품은 혼합간장의 ‘3-MCPD’ 기준치 초과 판정을 두고 당국과 유해물질 검사 결과 대립을 이어가다 입장문을 번복하는 촌극을 빚었다. 특히 몽고식품은 같은 물질로 4월에도 기준 초과 이력이 있어 관할 지자체는 회수·폐기 완료 후 행정처분을 내렸다.

7월 오리온 '참붕어빵' 곰팡이 사건은 포장기 실링 노즐 교체 지연으로 밀봉 불량이 드러나며 당초 발표했던 자율회수가 아닌 '강제회수'로 전환됐다. 이는 자율회수 시 처분을 감면해주는 현행 제도가 자칫 기업의 책임 회피 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다는 비판을 불러일으켰다.

 

10월 국회 보건복지위원국정감사에서는 현대백화점의 농약 기준치 초과 ‘우롱차’ 장기 판매 사실이 도마 위에 올랐다. 불법 반입된 제품이 백화점이라는 프리미엄 유통망을 뚫고 5개월간 판매된 점, 그리고 사고 직후 해당 매장이 식약처로부터 ‘식품안심구역’으로 지정된 사실은 국가 행정의 신뢰도에 뼈아픈 오점을 남겼다.

 

2025년은 K-푸드의 화려한 외형 성장 뒤에 가려진 제조 관리의 허점과 규제 당국의 감시망 정비가 시급함을 일깨워준 한 해로 기록됐다.

④제니가 쏘아올리고 '케데헌'이 마무리, 스낵부터 김밥까지 'K-푸드' 인기 급상승

 

‘김치’와 ‘김’, ‘만두’를 중심으로 인기를 끌었던 K-푸드가 스낵류와 김밥까지 범위가 넓혀지고 있다. 지난 3월 미국의 유명 토크쇼에 출연한 블랙핑크 제니는 평소 즐겨먹는 스낵으로 농심의 ‘바나나킥’과 ‘새우깡’을 소개했다. 그 결과 ‘바나나킥’의 농심의 5월 미국 수출 물량이 전월대비 69% 증가하고 국내 매출도 40%나 늘었다. 또, 농심의 주가는 4일 연속 상승, 시가총액은 2640억 원이나 늘어났다.

 

농심은 여세를 몰아 넷플릭스 2025년 최고의 화제작이었던 '케이팝 데몬 헌터스' (K-Pop Demon Hunters)와 협업해 신라면과 새우깡, 소스 신제품 ‘신라면 툼바 만능소스’의 국내외 패키지에 '케이팝 데몬 헌터스' 등장 캐릭터인 ‘헌트릭스’(HUNTR/X)의 ‘루미’, ‘미라’, ‘조이’와 ‘사자 보이즈’(SAJA BOYS), 호랑이 ‘더피’(DERPY) 등을 적용한 콜라보 제품을 선보여 큰 인기를 끌었다.

CU명동점은 영화 속 주인공이 한 줄짜리 김밥을 통째로 들고 먹은 것이 해외에서 '김밥 한입 먹기 챌린지' 등으로 인기를 끄는 데 착안한 '케이-통 소불고기' 김밥을 출시했다. CU에서 최근 두 달 간(7~8월) 해외 결제 수단 이용 건수는 전년 대비 185%나 증가했다. 특히 김밥 매출은 전년 대비 231% 급증했다. 김밥의 전체 매출 신장률(29%) 대비 7배나 높은 수치다. 이밖에 상온즉석식(143%), 라면(99%), 스낵(53%), 김치(38%), 김(23%)도 매출이 크게 늘었다.

 

김 수출 실적은 올해 1월부터 11월까지 최단 기간 동안 연간 기준 역대최고치인 10억 4000달러를 돌파했으며, 글로벌 라면의 강력한 브랜드 파워를 자랑하는 삼양식품의 ‘불닭 볶음면’은 올 1월부터 9월까지 해외 매출만 1조 3000억을 돌파해, 2조 클럽에 명단을 올렸다.

⑤‘GMO 완전표시제’ 2026년 12월 시행… 알 권리 vs 물가 대란 ‘정면충돌’

 

10년 가까이 평행선을 달려온 ‘유전자변형식품(GMO) 완전표시제’가 마침내 마침표를 찍고 내년 12월부터 본격 시행된다. 그동안 ‘DNA·단백질 잔존 여부’를 기준으로 표시 대상에서 빠져왔던 식용유·전분당·간장 등 고도정제식품까지 제도권에 포함되면서 소비자 알 권리 확대와 산업계 부담을 둘러싼 논쟁이 2025년 식품정책의 최대 쟁점으로 떠올랐다.

 

오유경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은 지난 16일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GMO 완전표시제 법안은 이미 국회를 통과했으며, 2026년 2월 행정예고, 8월 고시 제정, 12월 시행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공식화했다.

 

이 자리에서 이재명 대통령은 “내가 먹는 음식이 유전자조작을 거친 것인지 최소한 알고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며 “그동안 완전표시제를 한다고 하면서도 속도가 나지 않았다”고 지적하며 제도 안착을 독려했다.

 

기존 표시제는 최종 제품에 DNA나 단백질이 남아 있는 경우에만 표시를 강제했다. 이 때문에 제조 과정에서 단백질이 파괴되는 식용유나 전분당은 표시 대상에서 제외돼 왔다. 하지만 이번 개정안은 ‘최종 제품 잔존 여부와 상관없이 제조 과정에서 GMO 원료를 사용했다면 모두 표시’하도록 하는 것이 핵심이다. 콩기름·옥수수유 등 식용유 시장 전반에 큰 변화가 예상되는 대목이다.

 

법적 근거는 지난 2일 본회의를 통과한 식품위생법 및 건강기능식품법 개정안이다. 특히 이번 개정안에는 업계가 지속적으로 요구해 온 ‘Non-GMO(비유전자변형식품)’ 표시의 법적 근거도 처음으로 명시돼 요건 충족 시 공식적인 마케팅 활용이 가능해질 전망이다.

 

그러나 시민단체는 “이것은 완전표시제가 아니다”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GMO반대전국행동은 DNA·단백질이 남아 있을 때만 표시하도록 한 면제 조항이 유지됐다며 “식약처장이 표시 품목을 지정하는 구조는 부분표시제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식품업계 역시 “검출이 불가능한 식품까지 표시를 강제하는 것은 실효성 없는 졸속 입법”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Non-GMO 원료 전환 시 대두·옥수수·카놀라 등 원료 가격이 20~70% 상승할 수 있고, 이는 물가 인상과 공급망 불안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다. 미국·캐나다·브라질 등 주요 수출국과의 WTO TBT(무역기술장벽) 분쟁 가능성도 부담 요인으로 꼽힌다.

 

식약처는 산업계와 소비자 단체의 의견을 수렴해 구체적인 고시안을 확정할 계획이다. 오랜 논쟁 끝에 첫발을 뗀 GMO 완전표시제가 물가 안정과 소비자 알 권리라는 두 가치 사이에서 어떻게 균형점을 찾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⑥흔들리는 공룡 ‘쿠팡’과 온플법 광풍…유통 규제 ‘대전환점’

 

2025년 유통업계는 국내 1위 이커머스 기업 ‘쿠팡’의 개인정보 유출 사태와 이를 둘러싼 플랫폼 규제 입법 전쟁으로 유례없는 격변기를 보냈다. 거대 플랫폼의 시장 독점 부작용이 수면 위로 떠오르면서 낡은 유통 규제 틀을 깨고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형평성을 바로잡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분출하고 있다.

 

최근 쿠팡에서 발생한 3,370만 명 규모의 개인정보 유출 사고는 플랫폼 규제 논의에 기름을 부었다. 더불어민주당은 이재명 대통령의 공약이기도 한 ‘온라인 플랫폼 공정화법(온플법)’ 처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최근 한미 통상 마찰 우려가 제기되자 민주당은 단일안을 중심으로 야당 설득에 나섰다.

 

이번 온플법 단일안은 쿠팡·네이버·배달의민족 등 거대 플랫폼을 정조준한다. ▲수수료율 및 정산 방식 계약서 명시 의무화 ▲광고·판촉 행사 별도 약정 체결 등이 골자다. 특히 위법 행위 시 과징금 상한을 매출액의 최대 10%로 상향해 징벌적 성격을 강화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유럽 규제안의 껍데기만 가져온 이중 규제”라며 “해외 빅테크는 놓치고 국내 기업만 위축시킬 수 있다”고 우려한다.

 

온라인 플랫폼이 무한 성장하는 동안 오프라인 유통은 ‘규제의 덫’에 걸려 고사 위기에 처했다. 대형마트와 SSM은 의무휴업과 영업시간 제한에 묶여 있는 반면, 온라인 플랫폼은 365일 24시간 ‘새벽 배송’을 앞세워 시장을 잠식하고 있다.

 

그 결과 대형마트 2위 사업자인 홈플러스가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하는 비극이 발생했다. 반면 규제 명분이었던 전통시장 보호 효과는 미미한 것으로 드러났다. 소비자는 마트가 쉬는 날 전통시장에 가는 대신 온라인 앱을 켰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법은 오프라인만 묶고 시장은 온라인만 풀어준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는 비판이 거세다.

 

쿠팡 개인정보 유출 사태는 플랫폼의 사회적 책임 문제로도 확산됐다. 사상 최대 규모의 사고에도 불구하고 김범석 쿠팡 의장은 국정감사장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한국 시장에서 벌어들인 수익으로 미국 내 기부에는 적극적이면서 국내 소비자 피해에 대한 책임은 회피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전문가들은 이제 유통 규제의 패러다임을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단순히 특정 업태를 억누르는 방식이 아니라 데이터 거버넌스와 개인정보 관리 책임을 강화하고 온·오프라인의 공정한 경쟁 환경을 조성하는 방향으로 법적 틀을 다시 짜야 한다는 것이다.

 

2025년의 유통 시장은 플랫폼의 비대화가 가져온 그림자를 확인한 한 해였다. 공정성이 담보되지 않은 편리함은 지속될 수 없다는 경고등이 켜진 지금, 유통 산업의 새로운 질서 정립이 시급한 과제로 떠올랐다.

⑦치킨도 ‘용량꼼수’ 규제 대상…외식업 첫 중량표시제 도입

 

정부가 외식업계의 이른바 ‘용량꼼수(슈링크플레이션)’ 근절을 위해 치킨업종에 조리 전 중량 의무표시제를 도입했다. 가공식품에 한정됐던 중량감량 규제가 외식업까지 확장된 첫 사례로, 소비자 알 권리 강화와 외식 물가 투명성 확보를 위한 2025년 식품 정책의 상징적 전환점으로 평가된다.

 

공정거래위원회·식품의약품안전처·농림축산식품부·기획재정부·중소벤처기업부 등 관계부처는 지난 2일 ‘식품분야 용량꼼수 대응방안’을 공동 발표하고, 가격은 그대로 두고 중량을 줄이는 소비자 기만 행위를 강하게 차단하겠다고 밝혔다.

 

식약처는 12월 15일부터 식품위생법 시행규칙 유권해석을 통해 ‘치킨 중량표시제’를 시행했다. 대상은 BHC·BBQ치킨·교촌치킨·굽네치킨·페리카나·네네치킨 등 10대 치킨 프랜차이즈 가맹본부 소속 약 1만2560개 가맹점이다.
이제 소비자들은 메뉴판, 가격표, 배달 앱에서 가격 정보 바로 옆에 병기된 조리 전 총중량(g) 또는 호(號) 단위를 즉시 확인할 수 있게 된다.

 

정부가 조리 후가 아닌 조리 전 중량을 기준으로 삼은 것은 외식업 특성상 조리 과정에서 발생하는 수분·기름 배출 등 편차를 고려한 조치다. 원재료 투입 단계의 총중량을 기준으로 삼아 표시의 객관성을 확보하겠다는 취지다.

 

이번 제도 도입의 배경에는 반복된 용량 논란이 자리 잡고 있다. 지난 9월 교촌치킨이 순살 제품의 중량을 소비자 고지 없이 축소했다가 10월 국정감사에서 지적을 받은 뒤에야 원상 복구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그간 외식업 전반에 중량 관리 및 고지 체계가 부재했다는 점이 사회적 공분을 사며 제도 도입을 앞당겼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시행 첫날 현장에서는 제도와 현실의 괴리가 뚜렷했다. 본지가 배달의민족 앱을 점검한 결과, 교촌치킨만이 발 빠르게 중량 표시를 적용했을 뿐, 대다수 브랜드는 여전히 영양성분 정보만 제공하거나 아무런 표시가 없었다.

 

정부는 업계 부담을 고려해 2026년 6월 30일까지 계도기간을 운영한다. 이후 미표시 시 시정명령, 반복 위반 시 영업정지 처분이 내려지며, 실제 중량이 표시 대비 30% 이상 부족할 경우 최대 1개월 영업정지도 가능하다.

 

가공식품은 이미 올해 1월 1일부터 내용량 변경 표시가 의무화된 가운데, 사각지대였던 외식업계로 확장된 이번 규제는 ‘슈링크플레이션 대응의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정부는 치킨업계를 시작으로 향후 다른 외식업종으로의 단계적 확대 여부를 검토할 계획이다.

⑧HACCP의 대진화... ‘스마트’ 넘어 ‘글로벌’ 영토 확장

 

대한민국 식품 안전의 상징인 식품안전관리인증기준(HACCP, 해썹)이 도입 30주년을 맞아 대대적인 체질 개선에 성공했다. 수기 기록의 시대를 끝낸 ‘스마트 해썹’과 더불어 K-푸드의 세계화를 뒷받침할 ‘글로벌 해썹’ 제도가 본격 가동되면서 우리 식품 산업의 경쟁력이 한 단계 도약했다는 평가다.

 

2025년 식품 제조 현장의 가장 큰 변화는 ‘종이 기록지’의 퇴출이다. 사물인터넷(IoT) 센서가 온도와 습도를 실시간으로 측정해 저장하는 ‘스마트 해썹’으로 수기 기록의 한계와 조작 가능성을 차단했다.

 

특히 인력난을 겪는 중소 식품기업들에 스마트 해썹은 가뭄의 단비가 됐다. 한국식품안전관리인증원이 범용 소프트웨어를 무상 보급하고 기술 컨설팅을 지원하면서 단순 반복 업무에 투입되던 인력을 품질 관리와 안전 점검이라는 본질적인 업무에 재배치할 수 있게 됐다.

 

이처럼 디지털 전환을 통해 다져진 탄탄한 식품 안전 기반은 이제 국내를 넘어 세계 시장을 향하고 있다. 정부는 지난 8월 제조 공정 중심의 기존 해썹을 국제 수준으로 격상시킨 ‘글로벌 해썹’ 제도를 전격 도입했다. 이는 단순히 위생 관리를 넘어 식품 방어(테러 방지), 식품 사기 예방, 알레르기 물질 관리 등 국제식품규격위원회(CODEX)와 미국의 식품안전현대화법(FSMA) 기준을 모두 충족하는 고도의 안전 관리 체계다.

 

글로벌 해썹 인증은 해외 시장 진출을 노리는 K-푸드 기업들에 강력한 무기가 될 전망이다. 식약처는 글로벌 해썹 인증 기업의 원활한 수출을 위해 해외 공관 홍보를 강화하고, FSSC 22000 등 국제 인증제도와의 동등성 확보를 추진해 수출 장벽을 낮추기로 했다.

 

해썹의 진화 속에서도 대형 식품기업들의 위생 관리 허점은 여전한 과제로 남았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서미화 의원실에 따르면 SPC·롯데·CJ 등 해썹 인증을 받은 상위 8개 기업의 최근 5년간 식품위생법 위반 건수는 113건에 달했다.

 

특히 SPC는 63건의 적발 사례 중 머리카락, 비닐 등 이물질 혼입이 다수를 차지해 ‘해썹 인증의 의미가 퇴색됐다’는 지적을 받았다. 이에 따라 고도화된 시스템 도입만큼이나 현장의 철저한 실행력과 정부의 엄격한 사후 관리 감독이 병행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지난 30년간 국민 안전의 상징이었던 해썹(HACCP)은 이제 디지털 혁신(스마트)과 국제 표준(글로벌)으로 진화하는 거대한 전환점에 서 있다. 스마트 해썹의 내실 있는 정착과 글로벌 해썹의 영토 확장, 그리고 빈틈없는 사후 관리 체계 구축은 2026년 K-푸드가 세계적 신뢰를 공고히 하기 위해 완수해야 할 핵심 과제다.

⑨건기식 시장의 대변혁... '가성비' 무한경쟁과 'AI 가짜 의사'의 습격

 

2025년 국내 건강기능식품(이하 건기식) 시장은 그 어느 때보다 격렬한 변화의 소용돌이에 휘말렸다. 고물가 기조 속에 '가성비'가 구매의 절대 기준으로 부상하며 유통 채널 간의 파괴적 혁신이 일어나는 동시에 AI 기술을 악용한 신종 허위 광고가 기승을 부리며 정부가 강력한 규제 칼날을 빼 들었다.

 

올해 시장 판도를 가장 크게 흔든 주인공은 다이소와 편의점이다. 다이소는 5,000원대 초저가 제품을 앞세워 라인업을 90종까지 대폭 확대하며 2040 세대를 흡수했다. GS25 등 편의점 업계 역시 5,000원 이하 소포장 제품으로 누적 판매 100만 개를 돌파하며 접근성을 무기로 약국 시장을 잠식했다.

 

이에 위기감을 느낀 대한약사회는 '전문성'과 '가성비'를 결합한 전략으로 응수했다. 약사회는 유한양행과 동아제약 등 대형 제약사들과 손잡고 1만 원 이하의 약국 전용 실속형 브랜드(팜베이직 등)를 잇달아 출시했다. 단순한 가격 경쟁을 넘어 약사의 전문 상담을 결합한 '절충형 모델'로 고객 이탈을 막겠다는 포석이다.

 

시장 경쟁이 치열해지자 AI 기술을 악용한 불법 광고가 새로운 사회 문제로 떠올랐다. SNS를 중심으로 유명 대학 교수나 전문의의 얼굴과 목소리를 합성한 딥페이크 영상이 건기식 구매를 유도하는 사례가 폭증했기 때문이다.

 

정부는 지난 10일 국무총리 주재 정책조정회의를 통해 'AI 시장 질서 교란 광고 대응 방안'을 확정했다. 대책의 핵심은 ▲AI 생성물에 대한 '워터마크 표시 의무화' ▲24시간 이내 신속 차단(서면 심의 도입) ▲위반 시 실제 손해액의 최대 5배를 물리는 '징벌적 손해배상제' 도입이다.

 

식약처는 AI 가짜 의사의 제품 추천을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AI 기반 모니터링 시스템을 통해 24시간 감시 체계를 가동할 방침이다. 김민석 국무총리는 "신기술의 부작용을 최소화하고 AI 시대에 맞는 새로운 시장 질서를 세우겠다"며 2026년까지 관련 법 개정을 속도감 있게 추진할 뜻을 밝혔다.

 

2025년 건기식 시장은 유통 채널의 파괴적 경쟁과 AI라는 신기술이 가져온 명과 암을 동시에 확인하며 신뢰 기반의 새로운 시장 질서 확립이라는 과제를 남겼다.

⑩쌉싸름한 초록빛 달콤함...말차, 국내는 물론 글로벌한 인기 구가

 

2025년의 가장 인기있는 식재료는 ‘말차’였다. 해외에서 ‘말차’자체가 각광받았다면 국내는 식품기업들이 ‘말차’를 적용한 제품들을 잇따라 선보였다는 것이 특징이다. 특히 베스트셀러 장수식품과 말차의 콜라보가 두드러졌다.

 

롯데웰푸드는 카페 '청수당'과 컬래버레이션한 말차맛 시즌 한정판 ‘빈츠’, ‘아몬드볼’, ‘빼빼로’로 스타트를 끊었다. 가장 큰 사랑을 받은 ‘빈츠 프리미어 말차’는 5월 출시 한 달 만에 약 200만 개에 달하는 물량이 전량 완판되자 상시 판매를 결정했다. 아이스크림 라인으로 ‘월드콘’, ‘설레임’, ‘티코’ 등을 출시했다. 해태제과는 딸기크림과 말차 슈를 더한 '홈런볼 말차딸기'를 내놨다.

 

투썸플레이스, 파스쿠찌, 빽다방, 공차 등 프랜차이즈 업계도 말차를 활용한 음료를 적극적으로 말차동풍에 탑승했다. 스타벅스는 상반기 말차 제품을 판매했는데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30% 증가 효과를 보고 가을철 시즌 한정 프로모션의 일환으로 '말차 글레이즈드 티 라떼'를 판매했다.

 

편의점 업계도 가세했다. CU는 자체브랜드인 ‘연세’ 시리즈에 말차를 입힌 빵과 케이크 등 10종 이상의 말차 상품을 출시했다. 살균 처리를 하지 않아 효모와 유산균이 살아있어 톡 쏘는 탄산이 특징인 '말차 생막걸리'로 진한 말차 맛을 구현했다.

 

세븐일레븐은 ‘말차바’, ‘말차초코샌드’에 이어 제주산 말차를 활용한 ‘제주에서 온 말차크림롤’과 ‘제주에서 온 말차크림도넛’으로 소비자들의 눈과 입을 사로잡았다. 노브랜드는 슈퍼말차와 협업해 말차가 들어간 마들렌과 샌드웨이퍼, 단백질바 등을 선보였다. 이 제품들은 출시 20일 만에 1차 생산 물량이 동났다. 뚜레쥬르는 국내를 물론 베트남 시장에서 말차 제품이 인기를 끌자 몽골, 캄보디아 등으로 수출을 확대해 호응을 얻고 있다.

 

한편, 말차는 해외에서도 MZ 세대 사이에서 ‘건강 음료’라는 인식이 강해지면서 커피를 대신하는 음료로 각광받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그랜드뷰리서치에 따르면 말차에 대한 지속적인 수요로 인해 전 세계 말차 시장은 2023년 43억 달러(약 6조원)에서 2030년 74억 달러(약 10조원) 규모로 확대될 전망이다.

푸드투데이 황인선.조성윤.노태영 기자 001@foodtoday.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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