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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약업계, 리베이트 ‘광풍’부나?

정부가 일부 제약업계의 의약품 리베이트 혐의를 포착하고 칼을 꺼내 들었다.

지난 4일 식약청 위해사범중앙조사단이 충청로의 종근당 본사 등에 나가 압수수색을 실시해 이 회사 관계자의 차 트렁크에 숨겨놓은 관련 자료를 압수해 현재 조사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공정거래위원회는 11일과 12일에도 1000억원대 제약사 한 곳과 대기업계열사 한 곳을 방문해 조사했다. 이곳 외에도 업계에서는 4~5곳이 리베이트 조사를 받았다는 소문도 돌고 있다.

실제로 정부의 이번 리베이트 조사는 더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주승용 의원(민주당)이 보건복지부로부터 제출받은 올해 9월까지 '리베이트 신고센터 홈페이지 개설 후 접수 현황 자료'를 보면 리베이트와 관련된 신고접수는 20건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중에서 리베이트와 관련된 것은 7건으로 도매상이 리베이트 금품수수 혐의로 2건, 제약사 리베이트 3건, 의사의 리베이트 수수혐의가 2건으로 적발됐다. 그러나 3건이 구체적인 증빙자료가 없어 조사대상에서 제외됐고 총 4건의 리베이트 건이 최종 접수된 것으로 조사돼 향후 리베이트 조사가 계속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문제는 향후 리베이트 조사가 확대될 것이라는 소문에 영업활동 등 기업의 정상적인 운영이 어려워지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영업부의 내부자 고발의 경우는 제약사 직원 절반 정도가 영업사원인 제약업계의 특성상 회사 전체를 뒤흔들 수도 있어 우려가 높은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회사 방침에 상관없이 자체적으로 지역영업소 차원에서 리베이트를 제공하기도 하고 내부고발에 의한 제보설, 경쟁업체 제보설 등 다양한 위험요소가 상존해 제대로 영업이 이뤄지기 힘든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특히 이번 리베이트 수사는 그 어느 때보다 강도 높게 진행되고 있어 제약업계는 더 몸을 움츠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동안 복지부, 공정위, 식약청 등 개별 기관에서 제약사를 대상으로 리베이트 조사를 진행한 경우는 많았지만, 합동조사는 이번이 처음이다.

특히 합동 조사에 리베이트 행위가 적발된 업체는 이들 기관의 처벌을 동시에 받을 수도 있다는 점에서 우려하고 있다.

복지부의 한 관계자는 "리베이트 조사를 복지부가 주도했더라도 조사 과정에서 또 다른 혐의가 발견되면 공정위나 국세청 등에 통보키로 했다"며 "적발 업체는 이들 기관들로부터 별도의 처분을 받을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리베이트 행위가 확정되면 우선 보건당국으로부터 약사법의 `유통질서유지` 항목 위반으로 리베이트 연루 의약품은 판매금지 1개월 처분을 받고, 해당업체는 징역 1년 또는 300만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된다.

복지부가 지난해부터 시행중인 리베이트 약가 연동제에 따라 관련 의약품은 약가가 최대 20% 인하된다. 통상적으로 제약사의 리베이트 행위가 적발되면 1~2개 품목이 아닌 회사 전체 제품이 한꺼번에 연루된다. 자사 제품의 무더기 약가인하는 치명적인 매출 손실을 가져온다.

정부의 공조체계에 따라 공정위로부터 부당고객유인 등과 같은 혐의로 과징금 통보를 받거나 검찰 조사에 의한 추가 처벌을 받을 가능성도 있다. 공정위는 지난 2007년부터 두 차례에 걸쳐 총 17개사에 총 404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으며 이중 5개 업체는 검찰에 고발돼 각각 2000만원~1억5000만원의 벌금형이 내려졌다.

조사 과정에서 탈세 혐의가 발견되면 자료는 국세청으로 넘어간다. 국세청은 최근 리베이트 경비를 판매촉진비·복리후생비 등에 분산 회계처리한 제약사들을 적발, 총 838억원의 세금을 추징한 바 있다.

오는 11월 28일부터는 리베이트 쌍벌제 시행으로 리베이트를 주는 제약사나 받는 의약사 모두 형사처벌로 이어진다.

영업현장에서는 더 큰 시련이 기다린다. 정부로부터 리베이트 조사를 받거나 관련 행위로 처분을 받게 되면 신뢰도가 하락하면서 고객인 의·약사들로부터 외면받을 수밖에 없다. 의·약사들 사이에서 리베이트 조사를 받은 제약사와 거래하다 자칫 피해를 볼 수도 있다는 공감대가 형성되면 문제는 더욱 심각해진다.

이에 따라 제약업계는 정부의 합동조사 개시 소식에 초비상이 걸렸다. 업체들마다 정부의 리베이트 조사 움직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국세청 주변에 의하면, 국세청에는 현재 제약사 등 내부자 고발 자료가 한 트럭에 달할 정도로 수북이 쌓여 있다고 전해진다.

이미 정부의 전방위적인 약가 인하와 기등재약 목록 정비, 시장형 실거래가 상환제 시행 등으로 유래없는 시련에 빠져있는 제약업계에는 2010년 올해가 최악의 한 해가 될 것으로 보인다.